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대회에서 프로 선수가 부상으로 불참을 통보하자 우여곡절 끝에 네 번째 대기 선수가 황급히 출전한 일이 있었다.
대기 4번 선수가 갑자기 주최측으로부터 출전이 가능한 지를 연락 받고 부랴부랴 골프클럽과 짐을 챙겨 겨우 골프장에 도착해서 시간 내에 티오프를 하다니, 흔치 않은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기 선수의 표정과 호흡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성호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05861#home , 2021.3.6, 중앙일보)의 요지를 바탕으로 그 전말과 경기결과를 살펴본다.
LPGA 투어프로인 이민영은 2013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의 당일 아침 8시 30분경 주최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티오프 시각이 9시 20분인데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위 대회의 네 번째 대기 선수여서 자신에게 출전 기회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필 골프클럽마저 피팅센터에 맡겨 놓았는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이전에 쓰던 아이언만 차에 싣고 황급히 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장에 도착 후 쏜살같이 티잉 그라운드로 뛰었다. 3분 지각하였으나 간신히 실격을 면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어프로가 의당 거치게 되는 몸풀기나 퍼팅연습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민영은 드라이버와 우드는 물론, 야디지북, 장갑, 캐디도 없이 티샷을 했다. 첫 홀에서 보기를 했는데 지각으로 2벌타를 받아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3번 홀부터 KLPGA 직원이 사 온 재고 드라이버와 우드, 웨지를 쓰기 시작했다. 샤프트가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제대로 샷을 하기 어려웠다. 진행요원에게 부탁하여 골프백을 메는 것도 해결했다.
첫 라운드는 황망한 출발과 낯설은 클럽으로 인해 10오버파라는 예상 외의 스코어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2라운드에선 자신의 기량과 평정심을 회복하여 이븐파로 컷을 통과했고, 3라운드에선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하여 3타나 줄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5. 3. 필자 촬영]
이민영은 네 번째 대기 선수로서 티오프 시각 1시간 전쯤에 주최측의 연락을 받은 후 결연할 의지로 집에서 골프장으로, 다시 티잉라운드에 이르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2번 홀부터 골프클럽과 캐디 등을 구한 후 2라운드까지 초집중의 라운드를 하여 컷을 통과한 기량과 맨털은 최고 선수의 반열이리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저력과 내공 때문인지, 이민영이 KLPGA 통산 4승에 JLPGA 투어 통산 6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 특히, 그가 2015년 신장암이라는 병마를 이겨내고 JLPGA 6승에 KLPGA 1승을 거두어서 ‘불굴의 강철 골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중국 유교사상서인 순자(荀子)에 “조각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다(锲而不舍 / 계이불사).”라는 명구가 있는데, 이는 강인한 정신력과 끈질긴 인내심으로 최선을 다하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이민영은 네 번째 대기 선수로서 갑작스런 통보에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음에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기량과 최강의 멘털을 발휘하여 끝내 최상의 성과를 거두었으니, 위 명구에 잘 어울리는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