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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Feb 26. 2024

[이색 19] 마스터스대회에서 90cm를 6펏 하다니

어니 엘스가 마스터스대회 1라운드 첫 홀에서 6펏을 하다

유연 스윙의 교과서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2016년 최고의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마스터스대회에서 약 90cm를 6펏한 대참사가 있었다.


주말골퍼도 3펏 정도면 홀을 마칠 수 있을 텐데, 4회의 메이저 우승을 포함하여 47회의 투어 우승에 빛나는 엘스가 이런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들(Chip Patterson, https://www.cbssports.com/golf/news/2023-travelers-championship-leaderboard-scores-denny-mccarthy-nearly-holes-out-for-59-in-round-1/, 2016.4.7, CBS; https://www.jacksonville.com/story/sports/pga/2016/04/08/masters-notebook-six-putts-ernie-else-first-hole/15706721007/, 2016.4.8, Florida Times Union)을 토대로 그 당시의 상황을 살펴본다.




엘스는 2016년 4월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80회 마스터스대회 1라운드 첫 홀(파4)에서 티샷을 순조롭게 날려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그는 약 90cm의 파 펏에 실패하면서 사달이 났다. 첫 펏이 홀의 왼쪽을 지나 30cm 지점에 섰다. 이 거리의 보기 펏에 이어 다시 60cm의 더블보기 펏을 놓쳤다.


그 펏을 놓치고 나니 이번에는 1.2m나 남게 되었다. 이는 첫 펏의 거리보다 더 길어서 심적 압박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트리플보기 펏도 실패했다.


남은 거리가 30cm였으나 이 또한 그를 육중하게 짓눌렀다. 이 펏마저 놓친 뒤, 남은 30cm의 펏을 간신히 마무리하면서 기나긴 지옥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엘스는 6펏의 대참사 전에 오거스타의 그린은 2000년대 초반 이래 가장 단단하면서도 가장 빠르다고 말한 바 있다. 그 6펏 거리는 그래픽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짧아서 3펏 이상을 그려낼 수 없다는 댓글도 있었다.


엘스는 첫 홀에서 9타를 치는 바람에 1라운드에서 8오버파라는 참담한 스코어를 기록하고 말았다.


[필자 촬영]


엘스의 첫 홀 6펏은 마스터스대회의 첫 홀 스코어 역사에서 최악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으니, 그의 당시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었으리오.


엘스의 위 사례는 골퍼가 프로인지 여부나 세계 최고 수준인지 여부에 관계 없이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 순식간에 뜻하지 않은 대형 실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창시자인 상앙(商鞅)은 상군서(商君書)에서 “강적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먼저 자신을 이기는 자이다(能勝强敵者,先自勝者也 /  능승강적자, 선자승자야).” 라고 강조했다. 엘스가 펏을 비롯한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자신을 이겨낼 수 있었더라면 위와 같이 6펏이라는 대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말골퍼가 고난도의 짧은 퍼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데, 미리 캐디의 경사 설명과 자신의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펏을 한다면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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