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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Jan 29. 2024

[이색 17] 5년만에 우즈 징크스를 벗어나다니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우즈는 항상 내 앞에 있다(어니 엘스)

유연 스윙(Big Easy)의 대명사인 어니 엘스(남아공)가 1998년 조니워커 클래식부터 2002년 마스터스까지 타이거 우즈에게 연거푸 패하여 우즈 징크스로 홍역을 치른 일이 있었다.  


엘스는 US 오픈 우승 등으로 슈퍼 스타의 등장이라는 관심을 끌었는데, 1년 남짓 후부터 우즈와의 대회에서 연패의 낙인을 떼지 못했으니, 대회 때마다 겪었던 힘겨움과 괴로움은 오죽했을까?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이건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0209100051, 2002.9, 월간조선; 나종호,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0/07/22/2000072270055.html, 2000.7.22, 조선일보)를 토대로 그 과정과 심정을 살펴본다.




어니 엘스는 1994년과 1997년 US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슈퍼 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27)가 1996년 프로 데뷔한 후 1998년경부터 엘스를 징크스의 심연으로 몰아 부쳤기 때문이다


엘스는 1998년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우즈에 8타나 앞서다 최종 라운드에서 패하더니, 2000년 US오픈에서는 15타 차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연거푸 우승 문턱에서 우즈에게 밀렸다.  


그 때문인지 2001년에는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 우승과는 동떨어진 기록으로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02년 4월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는 우즈에 2타 차까지 따라붙었다가 막판 트리플보기로 무너진 후,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우즈는 항상 내 앞에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7월, 브리티시 오픈우즈에겐 사상 초유의 한 해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교두보가 될 지, 엘스에겐 우즈 징크스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될 지 골프계에서 커다란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브리티시 오픈의 여신은 오랜 우즈 징크스로 수행 중인 엘스의 편이었다. 3라운드에서 몰아 닥친 스코틀랜드의 악천후는 우즈의 발목을 거칠게 붙잡았던 것이다. 


우즈는 1996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인 10오버파 81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81명 가운데 공동 67위로 곤두박질치며, 선두인 엘스와는 무려 11타 차로 밀려났다.


반면에, 엘스는 이런 악천후와 연패의 모진 압박 속에서도 브리티시 오픈의 우승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렸다. 5년만에 우즈 징크스의 심연에서 벗어나 골프의 본향에서 클라레 저그(Claret Jug)로 향기로운 축배를 들 수 있었다.  


[하이랜드, 스코틀랜드, 2017. 10.(필자 촬영)]


엘스가 1998년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우즈에 8타나 앞서다 최종 라운드에서 패하였을 때 형언할수 없는 고통과 견디기 어려운 좌절을 맛보며 골프계를 떠나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으리라.  


"아무리 잘 해도 우즈가 항상 그 앞에 있다."는 그의 푸념은 그가 오랫동안 깊고 어두운 나락에서 허덕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52장)에서 “유연성을 견지함이 강한 것이다(守柔曰强 / 수유왈강).”라고 충고했다. 엘스가 유연 스윙의 대명사답게 징크스, 콤플렉스 등 육중한 정신적 압박을 이기는 데는 유연하게 견지하여 극복하라는 노자의 충고가 도움되었을 것이다. 


주말골퍼가 골프의 동작이나 맨털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도덕경의 가르침대로 유연함을 견지할 수 있다면 지혜롭게 그곳에서 벗어나 골프의 꿀맛과 인생의 참멋을 즐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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