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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Jan 22. 2024

[황당 16] 잔디길이 때문에 한 라운드를 취소하다니

불가항력 사유도 없이 메이저대회가 3라운드로 축소되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대회의 1라운드 경기가 프린지 잔디의 길이와 벌타 부과 문제로 취소된 황당한 일이 있었다.


국내외 정상급 선수들이 참여한 메이저대회에서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길이 차이가 규정에 맞지 않아 해당 라운드를 취소하다니 골프사상 금시초문의 웃음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남화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263819

, 2018.1.7, 중앙일보)의 요지를 바탕으로 그 자초지종을 살펴본다.




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은 2017년 10월 경기 소재 00골프장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의 1라운드 중 일부 홀에서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길이가 비슷하여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사달이 났다.


통상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길이는 확연히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이 대회에서는 눈으로 그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선수는 프린지에서 그린으로 생각하여 마크하고 공을 집어 들었다.


골프 규칙에 의하면 그린이 아닌 곳에서 공을 집어 들면 벌타를 받게 되므로, 경기위원은 프린지에서 공을 집어 든 일부 선수들에게 벌타를 부과하였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박인비 프로도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경기위원장은 일부 선수들에게 이미 부과한 벌타를 면제했다. 그랬더니 벌타가 면제된 한 선수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이번에는 다른 선수들이 벌타 면제는 부당하다고 항의하면서 2라운드 경기 출전을 거부했다  


이러한 혼선 끝에, KLPGA는 1라운드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머지 3일간의 경기로 축소하여 이 대회를 진행하였다. 1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선수나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 촬영(이 사진은 본 내용과 무관함)]


일기 등의 불가항력 사유가 없었음에도, 메이저대회가 프린지의 잔디길이와 벌타 부과 문제 때문에 해당 라운드를 취소하고 3라운드로 축소하다니 글로벌 골프뉴스에서도 보기 드문 해프닝이리라.


주최측이 대회의 세세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이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여 골프계의 가십거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하겠다.


한 선수는 1라운드에서 그 어려운 홀인원을 일구어냈는데, 그 홀에 부상이 걸려있었다면 대회의 주최측에 대하여 1라운드의 취소에 따라 홀인원 부상을 받지 못하여 생긴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국의 역사서인 사기(史記)에 “일이나 계획에 대한 구상이나 준비가 치밀하지 못하다(輕慮淺謀 /  경려천모).”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대회의 주최측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주말골퍼가 친선대회를 비롯하여 적잖은 규모의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다. 대회의 시작부터 시상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위 사례는 친선대회에 대하여도 적잖은 가르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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