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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Mar 04. 2024

[황당 19] 캐디의 나침반 사용으로 짐을 싸다니

캐디의 실수로 경기 중에 출전선수가 실격되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대회에서 캐디가 무심코 나침반을 사용하여 출전선수가 실격을 당하는 황당한 해프닝이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경기가 규정을 모른 캐디의 실수로 말미암아 중대한 결과로 치닫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에 대하여 관련 기사(이헌재,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130623/56063742/1, 2013.6.24, 동아일보)의 요지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살펴본다.




일본 투어 11승의 A선수는 2013년 6월 일본 지바현 소데가우라CC에서 열린 JLPGA 투어 니치레이디스 2라운드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A선수가 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 전 뜻밖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의 캐디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나침반을 꺼내 든 것이다.


이 캐디는 프로선수를 전담하는 캐디가 아니라 이 골프장에 소속된 하우스 캐디였다. 평소 주말 골퍼들의 경기를 보조할 때처럼 나침반을 사용했던 것이다.


골프규칙에 의하면, 라운드 중에 바람이나 잔디결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나침반 등 인공 장치와 비정상적인 용구의 사용은 금지된다.


동반 선수의 캐디가 전반 라운드 후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제보하자, 경기위원회는 캐디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A선수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골프장 측은 A선수와 대회 주최측에 캐디의 실수에 대하여 사과하면서 이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캐디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2015. 3. 필자촬영]


정상급 투어선수가 라운드를 마치기도 전에 캐디의 사소한 실수로 실격되어 짐을 싸야 하다니 어떻게 그 심정을 표현할 수 있으리오? 더욱이, 그는 캐디가 금지 기기를 휴대하고 있었는지조차 전혀 몰랐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으리라.


위 사례를 보면, 캐디가 프로선수의 전담 캐디든, 골프장에 소속된 하우스 캐디든, 캐디의 일거수 일투족은 출전선수에게 귀결되므로, 그 역할이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다. 미국이나 우리 나라의 정상급 선수들이 캐디에게 고액의 대가를 지급하는 이유를 어렵사리 알 수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시사문집인 역서안서(歷書眼序)에 “서로 도와 일을 실행하다(相補而行 / 상보이행)“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출전선수가 경기에서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캐디의 보조 역할이나 그 임무가 매우 중요함을 상기시켜 준다.


이러한 규정이 주말골퍼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되기는 어렵지만, 주말골퍼라도 이와 같이  상세한 골프규정을 알아둔다면 골프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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