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15]-그 사람의 골프는 그의 세계다 5

자신감을 견지하되 맹목적인 모방은 피하라

by 나승복

라운드 중에 평소 잘 맞던 드라이버나 아이언이 맞지 않으면 몹시 당혹스럽다. 하여, 6번의 디오픈 우승에 빛나는 해리 바든(Harry Vardon, 영국)은 “아침에 자신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저녁에 자신을 잃게 하는 것이 골프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샷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감을 상실한 채 고수라고 생각되는 지인이나 동반자의 동작을 맹목적으로 따라하기도 한다. 잘못된 부분이 일시 개선되는 듯하더니, 그런대로 맞던 샷마저 탈이 난다.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다. 산 속을 걷다가 어두워지면서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거나 돌아오는 길마저 찾지 못하는 격이다.


장자 추수(秋水)편의 우화는 이러한 골퍼의 문제점을 지적해 준다. 전국시대 연(燕)나라 때, 한 소년이 수릉(壽陵) 지역에 살고 있었다. 가정 형편은 좋았으나 자신감이 몹시 부족했다. 소년은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일을 잘 하지 못할까?” 라며 종일 한탄했다. 식구들이 실망하지 마라고 위로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잃자, 심지어는 자기가 걷는 자세마저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한단(邯鄲, 하북성 소재) 사람들이 걷는 모습이 천하 제일이라고 하는 노인의 말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소년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가 한단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걷길래 천하 제일이라고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보기로 했다.


한단의 젊은이들이 걷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젊은이가 걷는 모습을 성심껏 배웠다. 얼마 지나, 한 노인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모습은 더 멋있게 보였다. 이번에는 열과 성을 다해 그 노인이 걷는 모습을 따라 했다. 조금 더 걸어갔더니, 어린이가 걷는 모습이 가장 멋있어 보였다. 소년은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의 걷는 모습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보니, 한단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배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소년은 한단 사람들이 걷는 방식을 배우지도 못하고 그만 땅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기어서 돌아왔다.


장자의 이 우화는 자신감을 견지하되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동작을 맹목적으로 모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감을 상실한 채 그대로 따라 했다가는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기는커녕 본래의 모습마저 잃어버린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이백(李白)은 “수릉 소년이 본래 걷는 모습을 잊어버려, 한단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壽陵失本步,笑煞邯鄲人 / 수릉실본보, 소살한단인).” 라는 시구를 통해 장자의 교훈을 재삼 강조하였다.


[제이드팰리스GC, 서코스 9번홀, 2016. 7.(필자 촬영)]


주말골퍼와 관련하여, 이 우화는 자신감을 잃은 채 고수의 동작을 맹목적으로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훈계하고 있다. 즉, 주말골퍼가 그 동안 유지해 온 골프 스윙에 대하여 자신감을 견지하되, 스윙에 문제가 생길 경우 맹목적 모방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적시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교습을 통해 바로 잡으라는 충고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라진 스윙의 원리를 머리와 근육의 기억 속에 복원시킬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습을 지속하라는 것이다. 주말 골퍼가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결실을 보는 것이 어디 쉬우랴! 바쁜 업무나 몸 상태 등의 이유로 교습을 미룬다면 1,2년도 길지 않으며, 심지어는 10년을 넘게 잘못된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기도 한다.


장자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감을 견지하되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을 맹목적으로 모방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라고 훈계한다. 프로젝트나 연구 등의 영역에서도 깊이 헤아려야 할 가르침이다.


문헌

✔ 장자(莊子) : B.C.369?~286, 장주(莊周), 전국시대 송나라 사상가, 도가의 대표 인물

✔ 장자(莊子) : 도가 계열의 철학서로 여러 사람의 글을 편집한 책. 장자가 내편을, 제자들이 외편과 잡편을 썼다고 함.

한자

✔ 邯鄲學步 – 莊子.秋水

[한단학보 – 장자.추수]

한단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다 걷는 것조차 망각하다.

✔ 邯鄲: 한단(지명, 하북성 소재), 學: 배울 학, 步: 걸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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