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중에 행운과 불운이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티샷 볼이 산등성이의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에 들어오면, 만면에 웃음을 지며 행운을 연발한다. 반면에, 아이언으로 친 볼이 카트도로를 타고 한참 튀어가다가 OB구역으로 들어가면 낙심한 표정으로 불운을 얘기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운과 불운은 볼의 감성적 영역이 아니라 지형상태에 따른 확률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행운이 따를 경우에는 “평소 선행한 골퍼나 적선지가(積善之家)는 역시 다르다.”고 칭찬하며 골퍼의 기분을 북돋아주는 경우가 많다.
노나라 역사서인 춘추(春秋)에서는 “사람이 선행을 하면 복이 오지는 않더라도, 화는 이미 멀어져 있다.” 라고 했는데, 이 경구가 골퍼의 행운을 헤아리게 한다. 또한, 남북조시대의 문인과 제왕 관련 일화집인 세설신어(世說新語)에 고영시구(顧榮施灸) 고사가 나오는데, 이 또한 춘추의 경구와 같은 맥락에서 충고한다.
중국 서진(西晉)시대에 고영(顧榮)이라는 유명인사가 있었다. 그는 지인의 초대를 받고 식당에 갔다. 종업원이 고기음식을 식탁에 나르면서 너무도 먹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고영이 접시에 한두 점을 담아 종업원에게 건네 주었다. 지인들은 “어떻게 종업원에게 고기를 건네 줄 수 있느냐?” 라며 비웃는 모양새였다. 고영은 지인들에게 “하루 종일 식당일을 하면서 냄새만 맡았을 텐데, 얼마나 먹고 싶겠소?” 라고 설명했다.
몇 년 후, 흉노가 서진을 침략했다. 사람들이 강을 건너서 피난을 가야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모두 다급하게 강을 건너느라 애쓰고 있었다. 한 젊은이가 고영이 어렵게 강을 건너는 것을 도왔다. 고영이 기이하게 생각되어 그 젊은이에게 자신을 도운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수 년 전 식당에서 일할 때 고기를 얻어먹었던 종업원이라고 하였다.(주석 1) 어떤 사람이 선행을 베풀면 복이 오지는 않더라도 위험이나 불운을 면하게 해준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에머슨CC(진천), 레이크코스 6번홀, 2021. 6.(필자 촬영)]
필자와 함께 라운드한 기업인도 평소 선행으로 불운을 피하고 행운을 잡은 일이 있다. 2021년 6월경, 충북 진천에 있는 에머슨CC에서다. 분기에 한 번 정도 라운드 하는 관계이다. 게다가, 멤버들의 핸디캡이 80대 초반으로 비슷하여 다른 라운드에 비해 즐거움이 작지 않다. 노 멀리건, 노 터치, 노 컨시드를 원칙으로 한다. 타당 천 원의 스트로크 게임과 6홀 단위로 돌아가는 팀 게임을 병행한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동시에 진행되니, 재미와 긴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막상막하였다. 레이크코스 3번홀은 짧은 내리막의 파5이나, 좌 도그렉으로 훅이 나면 OB다. 한 동반자의 티샷이 좌측 경계선을 향해서 날아갔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몹시 아쉬워하였다. 나머지 동반자들은 타구선을 바라보면서 가보자고 달랬다. 팀 멤버는 초조한 표정으로 볼을 찾으러 갔다. 그 동반자는 낙하지점을 향해 갔으나 볼이 보이지 않아, OB티에서 네번째 샷을 준비할 참이었다.
그때, 볼을 찾았다는 캐디의 낭보가 들렸다. 길을 타고 한참을 굴러서 페어웨이 바로 옆 러프에 있었던 것이다. 그린까지는 80여 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팀 동반자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 동반자의 볼이 도로에서 튀었는데도 살아난 것이다. 세칭 목생도사(木生道死)의 불운을 면하게 된 것이다.
위 고사는 라운드를 하면서 동반자들과 나눈 덕담과도 무관하지 않다. OB가 났을까 노심초사하다가 안도의 한숨을 쉰 동반자는 여러 사업을 경영하면서 어려운 곳에 기부를 지속해 왔다. 또한, 그는 지인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땐 즐거운 마음으로 기뻐해 왔고, 힘겨운 일이 있을 땐 아파하는 심정으로 위로해 왔다. 다방면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어 온 것이다. 티샷이 OB를 면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평소의 선행이 축적된 결과였으리라. 선행을 해오는 골퍼라면, 굿샷은 몰라도 OB나 해저드 등의 불운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태풍이나 폭우가 내릴 때, 또는 차량이나 자전거를 운행할 때, 사고가 나거나 다칠 뻔한 상황에서 가슴을 쓸어 내린다. 크든, 작든 계속 선행을 하면, 자신이나 가족에게 복은 몰라도불운이나 위험을 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춘추(春秋)가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 문헌
✔ 공자(孔子) : B.C.551~479, 공구(孔丘), 춘추시대 노나라 사상가, 유가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