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경기도에 있는 어느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바로 앞 팀 골퍼들의 모습은 입문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보였다. 웃음소리와 고성이 필드를 가로 질러 뒷 팀까지 들려왔다. 뒷 땅을 친 후 그 자리에서 몇 차례나 연습을 했다. 페어웨이 가운데서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린에서는 펏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였는지, 두어 차례나 더하여 진행을 지체하기도 했다. 그들의 뒷 모습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그들만의 라운드였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실내활동이 제한된 데다 해외투어를 갈 수 없어, 어느 골프장이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는 이처럼 골프매너의 기본을 익히지 않고 오는 초급자들도 적지 않다. 골프 구력이 오래 되었다고 하여, 골프매너가 이에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2,3년 이상의 구력이 되었음에도, 골프 매너가 부족한 골퍼들은 뒷 팀으로부터 더 큰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처럼 골프매너가 실종되거나 부족한 골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시가 있다. 조선시대 철종 때 성리학자인 이양연의 야설(野雪)이다. 김구 선생이 애송했던 시로도 유명하다.
눈을 밟고 들판을 지나거든,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시오.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
바로 뒷 사람이 갈 길이리니.
눈으로 가득한 들판을 뚫고 지나거든 함부로 이리저리 걷지 말라는 것이다. 걸어온 발자국은 뒷 사람이 밟고 갈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이는 골퍼들이 라운드 중에 늘 새기고 실행에 옮겨야 할 잠언이라 할 수 있다.
[지산CC, 동코스 9번홀, 2019. 3.(필자 촬영)]
앞 팀에서 라운드 할 때, 뒷 팀 골퍼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은 기본 매너이다. 앞 팀 골퍼들이 자신의 디봇이나 벙커, 피치 자국을 정리하는 것은 설원에 자신의 발자국을 가지런히 남기는 것과 같다. 이는 골퍼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매너일 뿐이지, 고상한 품격을 위해 특별히 수고를 더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 골프에서 늑장플레이로 뒷 팀의 빈축을 산 예가 있다. 2019년 8월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2라운드 8번홀에서, 브라이슨 디샘보(미국)는 2.4m 거리의 퍼팅을 하는데 2분 이상이나 걸렸다. 큰 대회여서 라운드에 몰입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지체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그 팀의 선수들과 뒷 팀 선수들의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아가, 그 경기를 관람하는 갤러리와 시청자들까지도 지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주석 1) 자신의 라운드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뒷 모습을 소홀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원이나 산책로의 잔디, 의자에서도 앞 사람이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뒷 사람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주게 된다. 직장 등에서도 전임자가 업무를 깔끔하게 인계하지 않으면 후임자가 애를 먹게 된다. 공공장소에서나 각종 조직을 비롯한 일상 생활 속에서도 이양연의 한시가 주는 가르침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