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를 하러 출발할 때면 유연한 샷을 구사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첫 홀부터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2021년 6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촌CC에서 모임 멤버들과 근 1년 만의 라운드를 가진 적이 있다. 투자사를 경영하는 지인은 장타인 데다 아이언 샷도 정교하고 퍼팅도 예리했다.
1년 전 라운드 때, 필자와 위 골퍼의 스코어가 비슷하여, 이번 라운드에서는 그 지인보다 더 나은 스코어를 내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그래서인지 첫 홀부터 몸이 경직되어 OB를 냈다. 첫 홀 티샷의 실수가 그날의 라운드 내내 짓눌렀다. 드라이버, 아이언에서도 실수가 반복되어 참담한 스코어를 기록하고 말았다. 스윙의 대원칙인 “유연성”이 실종된 라운드였던 것이다.
[남촌CC, 동코스 9번홀, 2021. 6.(필자 촬영)]
노자는 도덕경에서 유연성을 견지함이 강한 것이라고 충고한다(守柔曰强, 52장). 나아가, 세상에서 가장 유연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을 통제하며 이겨낼 수 있다고 일깨워준다(天下之至柔馳騁天下之至堅, 43장).
특히, 천하에서 가장 유연한 것을 물에 비유하면서 어떤 강한 것도 물을 이겨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天下莫柔弱于水, 78장). 물은 사물 중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서 위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주어진 형태에 맞출 줄 안다. 또한, 물은 견고한 암석을 뚫을 수 있으며, 평원을 흐르면서 침식할 수 있다. 그래서, 노자는 유연성의 대명사인 물이 견고한 암석보다 강하여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역설한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유연성은 사람이나 초목이 살아있는 상태이자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토대라고 한다(人之生也柔弱,其死也堅强. 草木之生也柔脆,其死也枯槁, 76장).
필자는 그날 라운드에서 욕심이 앞선 나머지 스윙의 기본인 유연성을 망각했다. 잔뜩 힘을 들여 경직된 상태에서 장타를 탐냈다. 그러다 보니 몸의 유연성 뿐만 아니라 맨털의 유연성마저 상실하면서 골프의 기본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던 것이다. 라운드 후 노자의 가르침이 다가왔다. 유연한 스윙이야말로 어떤 강한 스윙보다 멀리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골퍼의 살아있는 모습일 뿐만 아니라 부상 없이 오랫동안 즐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방도임을 헤아리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은 몇 번의 성찰이나 연습만으로 샷에 반영할 수 없다. 어쩌면 이 부분은 도(道)의 경지에 이르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 스윙원리에 대한 이해와 부단한 연습을 통하여 몸과 마음에 유연함을 구현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박인비나 고진영, 김효주나 임희정의 스윙을 보면, 노자가 강조한 유연함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도덕경의 가르침대로 여러 관계에서도 유연함을 견지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부드럽고 여유있게 대할 수 있으리라. 상대방에게 나약하거나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강하면서도 진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 문헌
✔ 노자(老子) : B.C.571~불명, 이이(李耳), 춘추시대 초나라 사상가, 도가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