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19]- 고전이 권하는 스윙포인트 2

포정(庖丁)의 경지에 이르라는 장자의 레슨

by 나승복

골프 스윙에서 최고의 수준은 어느 정도에 이른 것을 말할까? 득도(得道)의 경지로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주말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무결점의 스윙을 생각해 봤을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기대에 불과하다. 프로 골퍼조차도 라운드 내내 일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나은 동작을 구현함이 현실적이다.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편의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우화는 이런 골퍼에게 스윙에 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전국시대 위(魏)나라 때,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은 일이 있었다. 그는 소에 손을 올리고 어깨로 받치며 발로 밟고 무릎을 대며 칼질을 했다. 그 동작이 탕왕과 요왕 때의 음악에 맞아 떨어졌다. 문혜군이 “훌륭하도다! 어떻게 이 정도에 이를 수 있는가?” 라고 물었다.


포정이 칼을 내려놓고 답하였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도(道)로서 보통 기술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소를 잡을 때, 처음에는 소의 형체만 보였으나, 3년 후에는 소의 형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저는 마음으로 소를 대하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을 쓰지 않으니 정신이 살아났습니다. 소의 신체구조에 맞춰 살과 뼈가 연접된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넣어 따라갑니다. 그래서 칼질을 하다가 살이나 뼈에 흠이 생긴 적이 없습니다.


평범한 백정은 매달 칼을 바꾸고, 뛰어난 백정은 매년 칼을 바꿉니다. 이는 뼈를 잘못 다루기 때문입니다. 저는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이 방금 숫돌에 잘 간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뼈와 힘줄이 교착된 곳에 닿을 때면 칼질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눈을 한 곳에 집중하여 천천히 칼질을 해가면 매우 가벼워지며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순식간에 소 잡는 일을 마치게 됩니다. 흡족한 마음으로 칼을 들고 일어서서 정갈하게 닦아 넣어 둡니다.”


이에 대하여, 문혜군은 “훌륭하구나!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 무병상태에 이르는 건강관리)의 도를 알게 되었다.” 라고 말하였다.


이 우화는 소의 신체구조, 칼질의 원리와 방법을 이해한 후 부단히 연마한다면, 눈을 감고도 자유자재로 칼질의 방향과 세기와 위치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칼질의 리듬과 템포, 부드러움과 경쾌함, 한 곳에 대한 초집중과 교착부분에서의 세심한 주의 등은 골프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하여, 골퍼가 포정과 같이 스윙 연마를 지속한다면 그 경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골퍼가 자유자재로 볼을 칠 수 있을 만큼 부단한 연습과 맨털 훈련 및 정기적인 교습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스러울 정도로 숙련된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실수의 최소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밸리CC, 마운틴코스 1번홀, 2014. 8.(필자 촬영)]


필드 소풍을 즐기는 명랑 골퍼에겐 이 우화의 울림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골퍼라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성심껏 노력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정이 19년간 수천 마리의 소를 잡은 것처럼, 필자도 20여 년간 적잖은 라운드를 하였다. 그러나, 포정해우의 가르침을 통하여 다시금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장자의 이 우화는 과학, 기술, 문예, 체육 등의 여러 영역에 대하여 많은 가르침을 준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심껏 기초에 대한 학습과 숙련의 과정을 거친다면 일반적인 수준을 초월하는 고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포정(庖丁)의 길을 걸었으리라.


문헌

✔ 장자(莊子) : B.C.369?~286, 장주(莊周), 전국시대 송나라 사상가, 도가의 대표 인물

✔ 장자(莊子) : 도가 계열의 철학서로 여러 사람의 글을 편집한 책. 장자가 내편을, 제자들이 외편과 잡편을 썼다고 함.

한자

✔ 庖丁解牛 – 莊子,養生主

[포정해우 – 장자.양생주]

포정(庖丁)이 소를 해체하다.

✔ 庖: 요리사 포, 解: 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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