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2017년까지 1년에 2,3회 필자와 라운드를 하는 40대 지인이 있었다. 그 때마다, 지인은 장타에 정교한 샷을 구사해서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이었음에도 드라이버의 거리나 아이언샷의 정확도는 물론, 펏의 예리함도 출중했다. 여러 모로 진정한 고수의 면모를 갖췄다.
2019년 가을 지인과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것처럼 스윙이 달라져 있었다. 드라이버는 악성 훅이나 심한 슬라이스가 나기 일쑤였다. 아이언샷은 뒷땅이나 탑볼을 치는 게 비일비재였다. 골프가 불가사의한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1년 남짓 라운드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라운드 중에 힘들어 하는 지인의 표정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백(李白)의 행로난(行路難)이라는 시구는 이러한 골퍼에게 희망과 비상(飛上)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는 길이 힘들도다. 가는 길이 힘들도다.
갈림길은 많은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몰아쳐도 기회가 생기리니,
구름 같은 돛을 높이 달아 저푸른 바다를 건너리라.
이 시는 지인의 상태를 그리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기업의 경영상황은 차치하고 골프의 상태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골프를 치는 게 어렵고 어렵다는 심사가 지인의 표정에 가득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샷이 경직된 데다 템포도 놓쳤다. 그러다 보니 볼의 방향과 거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골프를 계속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답답하다!” 라며 한탄 어린 독백이 계속됐다. 동반자들도 이러한 모습에 동고(同苦)의 마음만 가질 뿐, 달리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블루마운틴CC(현 세이지우드CC), 드림코스 5번홀, 2016. 9.(필자 촬영)]
골프와 경영 사이에 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략수립, 각종 관리, 위기 대응, 성과 평가 등 여러 측면을 얘기하기도 한다. 적어도, 굳건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골프나 경영 모두 과정이 흔들리기 쉽고, 결과가 만족스럽기 어렵다. 라운드 후 식사시간에 필자가 용기를 냈다. 먼저 강인한 체력을 견고하게 다질 것을 권했다. 또한, 틈틈히 교습에 병행하면서 자신의 골프도 되돌아본다면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필자는 한 잔의 술을 곁들이면서 이백의 시(詩)로 지인을 위로해 주었다. 기업경영이라는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제대로 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상태가 경영의 바닥, 골프의 바닥은 결코 아니다. 정호승 시인의 일갈처럼, 바닥은 딛고 일어서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한 단계 비상(飛上)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치밀한 전략과 부단한 연마의 높은 돛을 달아 올리면, 가벼운 마음으로 드넓은 초록필드를 거닐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더불어, 경영도 회복되지 않겠느냐고. 그 이후 서로 바쁜 데다 기회가 닿지 않아 라운드를 하지 못했다. 다만, 몇 차례의 만남에서 골프와 경영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했다. 미력하나마 이백의 시가 도움이 되었다면 조그만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골프가 기업경영과 단순비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이백의 시구(詩句)는 골프를 넘어 기업 경영, 나아가 인생 여정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깊이 헤아려 볼 만하다.
◆ 작자
✔ 이백(李白) : 701~762, 당나라 시인. 시선(詩仙)
✔ 행로난(行路難) : 이백이 744년 장안을 떠날 때 지은 시
◆ 한자
✔ 行路難,行路難, 多歧路,今安在? 長風波浪會有時,直挂雲帆濟滄海 – 李白,行路難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 – 이백, 행로난]
✔ 가는 길이 힘들도다. 가는 길이 힘들도다. 갈림길은 많은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몰아쳐도 기회가 생기리니, 구름 같은 돛을 높이 달아 저푸른 바다를 건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