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첫번째 펏이글의 행운을 안다
“중증불안 펏을 극복한 단독 드라마는 어떻게 펼쳐졌을까?”
그것은 골프인생에서 첫번째 펏이글의 행운을 안은 것이었다.
이 드라마는 2014년 10월 말 한 포럼의 가을골프대회에서 연출되었다.
대기업 임원들과 한 팀으로 진행되었다.
코스의 산하엔 만추의 서정이 넘쳐서 가을 라운드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여서 라운드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동반자들 모두 10여 년 구력의 임원들답게 수준과 매너가 출중했다.
집중 골프를 견지하면서도 간간이 유머를 나누며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다.
가을소리가 넘실대는 계곡의 5번홀에 들어섰다.
그 홀은 450여m의 짧은 파5여서 투온의 유혹과 OB의 위험이 병존해 있었다.
티샷을 우측으로 170m 정도 보내면 OB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반면에, 중앙을 향해 약 200m를 보내면 그린까지 180여m 남았다.
파5에서 흔치 않은 투온의 손짓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거기엔 참혹한 대가도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의 건너편은 가파른 경사여서 캐리 거리가 조금만 짧아도 OB의 함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동반자들은 우측의 안전지대를 향해 티샷을 했다.
오랜 구력의 내공에 걸맞게 무난히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필자는 OB 리스크가 있었지만 약 200m의 비거리를 고려하여 중앙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윙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90% 이상의 스윙으로 베팅했다.
백구는 드라이버의 하명에 따라 롱티 발사대를 출발하여 계곡 위를 힘있게 비행했다.
깊고도 먼 계곡에서 당기는 인력을 견뎌내면서 과녁을 향해 당 날개짓을 이어갔다.
힘겨운 대결 끝에 간신히 중앙쪽 계곡 경사를 넘어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티샷의 주인공도, 티샷의 대상물도 같은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린 보람이 있었다.
“오! 드라이버로 계곡의 중앙쪽을 넘기다니 대단합니다!”
상당히 위험스런 도전이었지만 동반자들의 환호에 으쓱해지는 어깨를 추스렸다.
문제는 골프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다음 샷’이었다.
그러나 홀까지 거리가 180여m였으니 투온을 향한 진군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안전한 쓰리온을 택한다는 것은 졸장부의 소심한 처사였다.
4번우드를 꺼내 들었다. 한번의 연습스윙 후 비장한 각오로 풀스윙에 들어갔다.
백구는 우드의 엄명에 따라 골퍼의 메시지를 그린에 전하려 쏜살처럼 날아갔다.
[2016. 2. 필자 촬영]
그린 앞에서 한바탕 숨을 고르더니 다시 힘을 내어 달리고 달렸다.
마침내 백구는 투온에 성공한 후 보란듯이 드넓은 초록무대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홀까지는 무려 15m나 되었다. 게다가 오르막에 좌측 경사가 겹쳐 있었다.
하지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투온 성공의 환호는 어느 새 롱펏 부담의 압박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는 롱펏 여정을 순조롭게 완주해 내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지상 최대의 목표는 컨시드 거리 내에 붙이는 것이었다.
연습이 미흡한 주말골퍼에게 이러한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가 쉬운 일인가?
차라리 1~2m 정도를 남겨 버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필자는 심호흡 후 결연한 출사표와 함께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동반자들도 숨죽인 채 이글펏에 대한 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고난의 롱펏 여정은 아스라이 멀어 보였다.
게다가 약한 좌측 경사의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해야 했다.
퍼터를 떠난 백구는 홀을 향해 가파른 비탈길을 달렸다.
왼쪽으로 휘어진 경사도 이겨야 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전력을 다한 백구는 실신의 지경에 이르더니 홀의 바로 우측 경사에 섰다.
잠깐 멈칫하고 좌측의 홀을 내려보더니 세속의 번뇌를 떨치고 108mm의 심연으로 투신했다.
“이글이다! 이글!”
“그것도 15m나 되는 롱펏 이글이다!”
연초록 가을그린엔 어느 새 동반자들의 뜨거운 환호와 진심어린 축하 세례로 가득했다.
필자는 온갖 번뇌와 함께 홀 속으로 사라진 백구의 헌신에 그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프인생에서 첫번째 펏이글의 드라마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컨시드 거리에 붙여야겠다는 소박한 일념은 첫번째 펏이글이라는 뜻밖의 큼직한 선물로 다가왔다.
중증불안 펏은 그간의 수행을 통해 이러한 단독 드라마 이상의 선물도 주었다.
그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골퍼에게 선사한 특급 보상이었다.
“무포기 자세의 특급 보상은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