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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_소심 펏으로 두 차례의 이글 기회를 날리다

소심 펏으로 두 차례의 이글 기회를 날리다

by 나승복

소심 펏으로 어떻게 두 차례의 이글 기회를 날렸을까?


필자의 노력 부족과 소심한 펏의 끈질긴 압박 사이에 불측의 진자운동이 지속됐다.

힘겨운 몸부림은 끝날 듯하다가 수시로 재발했다.


흔치 않은 이글 펏의 기회라고 하여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훨씬 더 큰 압박감에 직면했다.


첫번째 사건은 2019년 8월 대학동문 골프대회에서 발생했다.
대회 장소인 이스트밸리CC는 한여름의 진초록 산하와 더불어 동문들을 열렬히 환대해 주었다.


여기에선 세간의 고뇌와 업무의 시름을 찾기 어려웠다.
그저 아름답게 펼쳐진 신선 세계에서 라운드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 코스에 걸맞게 수준 높은 라운드로 임하겠다는 각오도 꿈틀거렸다.
외양은 명랑 골프를 표방했어도, 내심은 집중 골프를 지향했다.


서코스 7번홀이었다. 파5홀로서 442m였으며 약한 내리막 지형이었다.
페어웨이 우측에선 몇 그루의 큰 소나무가 OB의 위험신호를 보냈다.


늘 그렇듯이 롱티에 정좌한 백구를 상향타격으로 창공을 향해 날렸다.
티샷 후 피니시 자세가 순조롭게 연출되었으니 만족스러웠다.


오! 굿 샷! 드라이버 거리가 대단하네요!

공은 드로우 구질로 코스의 안내를 받아 한참 구르다가 페어웨이에 안착했으니 그럴 만했다.


캐디는 핀까지 180m 정도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벙커가 그린 앞에서 버티고 있었지만, 투온 도전을 회피하는 것은 겁쟁이의 소심한 모습이었다.


4번 우드로 자신감 있게 정타를 연출했다. 공은 오로지 그린만을 향해 소신껏 날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린 앞 벙커의 유혹을 이겨내느냐였다.

그린쪽 벙커 턱에서 튀더니 그린 위에 올라섰다.


“오! 투온이네요. 이글 찬스입니다!”
동문들의 넘치는 축하와 열띤 환호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하지만, 그린 스피드가 2.8m이었으니 알싸한 긴장감이 매끄럽게 펼쳐진 연초록 카펫을 지배했다.

무지개빛 이글 펏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홀까지 6m 정도였으니 차분하게 집중 펏을 구사하면 독수리의 착지에 다가갈 수 있었다.
흔치 않은 찬스에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퍼터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이글로 화답해 달라고.


아! 깻잎 한 장 차이로 이글을 놓치다니! 아쉽기 그지없네요!

이글호 기차는 동반자들의 기대와 필자의 갈망을 뒤로 한 채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저 탭핑 버디를 품에 안고 다음 홀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버디를 일군 기쁨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이글을 놓친 실의만 덩그러니 넘쳐났다.


[2019. 8. 필자 촬영]


두번째 사건은 2020년 6월 한 포럼의 월례회에서 일어났다.
해솔리나CC 솔코스 7번홀이었다. 420m로 짧은 편이었다.


하지만, 좌측은 상당한 높이의 비탈이었고, 우측은 OB구역이었다.

페어웨이는 20m 정도로서 매우 좁아 보였다.
게다가, 그린은 고도차가 1m 정도의 가파른 2단 지형이었다.


하단의 핀이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사 그린 상단에 투온을 시키더라도 하단에 세우긴 어려웠다.


티샷은 필자의 뜻대로 힘있게 날아가더니 비탈에서 우측 아래 방향으로 굴러 페어웨이 안착했다.

이 정도의 순조로운 티샷이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 할 만했다.


홀까지 170여m라고 했다. 핀이 하단에 있었으니 어떻게든 약 1m나 높은 상단은 피해야 했다.
4번 우드를 떠난 백구는 그린의 상단을 향해 날아가다가 하단을 향해 경사를 타고 흘렀다.


공은 그렇게 4m 정도의 슬라이스 경사에서 이글 기회를 선사했다.
안전지대인 하단에 자리잡은 것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한 덕분이었다.


난 이글을 해 본 적도 없고, 이글을 하는 걸 본 적도 없습니다.
“난생 첫 이글을 보고 싶습니다!”


동반자는 이글 펏을 앞둔 필자에게 이글 완성의 피날레를 갈구했다. 진심이 녹아 있었다.
약한 내리막 슬라이스 경사였지만, 필자도 동반자의 갈망 못지 않게 극적 완결로 화답하고 싶었다.


공은 엄명을 받고 오묘한 라이를 따라 희미한 지점을 향해 전진했다.

거리와 속력에 기울기가 더해진 고차 방정식이었다.

여기서 해답을 산출해 내는 것은 백구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 김 한 장 차이로 홀을 스치고 지나가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내리막 슬라이스 펏이야말로 최고 난도라고 할 만했다.
그렇게 펏이글의 기회는 허무의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전반 스코어는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9타였고, 후반 스코어는 버디와 보기가 각 2개로 36타였다.

오랜만에 라이프 베스트의 동타에 도달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수 차례의 결정적인 펏을 놓치면서 필자미답의 타이틀은 하나 하나 쌓여갔다.
그러한 고통과 시련의 과정들은 필자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필자에게 무지개빛 희소식을 전했다.
그 지인의 친구가 2천만원짜리 펏 레슨을 받았는데, 그 비책을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2천만원짜리 펏 레슨은 어떤 것이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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