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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_펏의 중압감으로 사이클 버디를 놓치다

펏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사이클 버디를 놓치다

by 나승복

사이클 버디의 문턱에서 펏 난조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때는 2012년 8월 이천의 한 골프장에서 벌어진 라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친구들, 기업인과 함께 한 라운드였다.


대충 골프에서 집중 골프로 바쁘게 전환하던 중이었다.
집중 골프의 단맛을 향유하면서 라운드를 향한 발걸음은 가벼웠다.


대부분의 샷은 만족스러웠으나 여전히 펏은 불안했다.
진초록 산하와 드넓은 페어웨이는 필자를 환대했으나, 연초록 그린은 냉대한 듯했다.


후반 7번홀(파3)에서는 홀에 가까이 붙여서 어렵사리 버디를 낚았다.
8번홀(파5)에서는 어프로치로 프린지에 있는 공을 가볍게 굴렸는데, 그대로 들어가는 행운을 안았.


마지막 홀은 350m 정도로서 비교적 긴 파4였다.
그린 앞 우측엔 연못이 있고 좌측엔 나무들이 있는 비탈이어서, 페어웨이는 개미허리처럼 좁아 보였다.


이 홀에서 버디를 하면 인생 첫 사이클 버디다!
생각만해도 흥분과 압박이 교차하면서 불안감과 초조함이 몰려왔다.


필자가 아너로서 티샷을 날렸다.
아니나 다를까 과도한 긴장감과 엄청난 중압감으로 훅이 나고 말았다.


페어웨이의 좌측 비탈에 있는 나무를 맞더니 좁은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행운의 여신이 사이클 버디를 향한 행진에 동참한 듯했다.


휴! 하마터면 OB가 날 뻔했구나! 하늘이 도왔다!
“과욕은 금물이니, 부드럽게 다음 샷을 잘 쳐보자구나!”


세컨 샷은 홀까지 110m 정도 남았다.
그 동안 익혔던 아이언 샷의 기본을 떠올리며 파온을 향해 조심스런 스윙을 했다.


[2022. 8. 필자 촬영]


하지만, 백구의 여정에 대한 궁금증을 떨치지 못한 채 고개를 들고 말았다.
탑볼이 났으나 좁은 개미허리를 바삐 지나고 있었다.


다행히 연못 쪽으로 가지 않고 그린을 향해 저탄도 고반발로 질주했다.
그러더니 파온이 되면서 홀로부터 3m 지점에 정지한 후 필자를 맞이했다.


오! 왠 일인가? 세 번의 행운이 한꺼번에 몰려오다니!
“티샷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들어왔고, 세컨샷은 탑볼이었음에도 개미허리를 지났으며, 게다가 3m 남짓의 파온이라!”


퍼팅 라인은 약한 오르막이면서 슬라이스 라이였다.
펏 거리는 짧았지만 경사가 쉽지 않았다.


문제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과 숏 펏의 고질적 불안감이었다.

뜻밖에 첫 사이클 버디의 문턱에 도달하긴 했으니, 어쩌면 주말골퍼로서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심호흡을 마친 후 가벼운 그립으로 인생 펏에 들어갔다.
슬라이스 경사를 따라 순조롭게 가는 듯하더니, 에너지 부족으로 1cm 앞에서 정지하고 말았다.


아! 행운의 여신이 점지한 인생의 첫 기회를 놓치다니!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행운의 여신에게 사이클 버디를 쥐어달라고 애걸한 것은 필자의 과욕이었다.
번의 행운을 보태어 사이클 버디라는 지름길로 인도한 것만해도 백번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사이클 버디는 필자의 손 끝까지 다가왔다가 그렇게 저멀리 사라졌다.
그 후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다시 오지 않았다.


누군가 티를 1cm 앞으로 기울여 꽂은 후 티샷을 했다면 펏에서 1cm 짧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면 과연 원 펏으로 이어졌을까?


숏 펏 난조는 필자를 커다란 아쉬움의 구렁텅이에 부단히 빠뜨렸다.
끝날 법한 숏 펏 난조는 소심 증상까지 겹쳐 어렵게 맞이한 이글 펏에서도 쓴 맛을 보아야 했다.


소심 펏으로 어떻게 두 차례의 이글 기회를 날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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