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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_숏펏 난조로 첫 70대 싱글이 물거품되다

숏 펏 난조로 인생 첫 70대 싱글이 물거품되다

by 나승복

숏 펏의 수난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2011년 가을 참담한 라운드에서 대오각성 후 집중 골프를 향해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으면서(짤순이 드라이버 탈출기 2화) 전반적으로 한 단계 올라간 듯했다.


드라이버 샷을 200~210m 보내니 아이언 샷이 용이했다.

아이언 샷이 파온이 되지 않더라도, 그린 부근에 떨어져서 어프로치 샷으로 홀에 붙이는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파온이 됐더라도 공이 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롱 펏을 해야 했다.

롱 펏 후 홀까지의 거리가 1~3m 남아 있어 숏 펏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심호흡 후 공을 끝까지 보고 펏을 하겠다고 다짐했건만, 필자의 궁금증은 금방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쳤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면서 옆으로 가거나 짧은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숏 펏 미스로 가없는 아쉬움이 종종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슴을 아리게 했던 것은 인생 첫 70대 싱글의 목전에서 놓친 숏 펏이었다.


2012년 6월경 안성에 있는 골프장에서 친구, 중국인 지인과 라운드를 했.

그날은 그 중국인의 인생 첫 라운드여서 어느 라운드보다 뜻깊은 자리였다.


티샷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샷들이 무난했다.

드라이버 샷의 거리도 상당했다. 아이언 샷도 파온 확률이 높은 편이었다.


아울러, 파온이 되지 않더라도 어프로치 샷으로 컨시드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어프로치 샷이 탑볼로 중대 위기에 봉착했으나, 프린지에서 친 내리막 어프로치 샷이 바로 홀로 들어가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날 라운드 상태가 유독 순조로워서 전반이 끝날 때 스코어가 궁금하여 고개를 내밀었다.

오랜만에 39타라는 좋은 스코어로 선방하고 있었다.


후반의 위기를 잘 이겨내면 인생에서 첫 70대 싱글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겠다!
희망찬 기대와 넘치는 의욕이 불타기 시작했다.


두 동반자는 필자의 이 초조한 심적 상태를 알 리 없었다.

자신만의 목표이자 중요한 타이틀이니 내적 중압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2017. 6. 필자 촬영]


언덕과 경사를 넘고 넘어 후반 여덟 번째 홀을 마치니 후반엔 4오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2년 집중 골프를 지향한 10년차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18홀의 여정이었다.


“마지막 홀이다! '럭비공'이 될 지, 아니면 정중앙을 맞추는 '다트'가 될 지...”
여기서 파를 낚으면 그토록 갈망하던 첫 70대 싱글의 고지에 오른다!


마지막 홀 보기 때문에 아쉽게 첫 70대 싱글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던 기억들이 불현듯 스쳤다.

10여 차례가 되었으니 트라우마, 징크스라는 말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하여, 70대 싱글에 대한 목마름은 18번홀에서 탈수의 지경에 이른 듯했다.


마침내 내리막 파4에서 골프 대장정의 기록을 향해 긴장된 티샷을 날렸다.

다행히 페어웨어 가운데 안착했다.

110m 정도의 아이언 샷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린 왼쪽 프린지에 떨어졌다.


홀까지 15m 정도의 약한 내리막 경사였다.

어떻게든 컨시드를 받는 거리에 붙이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집중 어프로치 샷에 들어갔다.

내리막을 타고 첫 70대 고지를 향해 진군하더니 냉정하게 1.2m 앞에 섰다.


아! 또 힘겨운 1.2m의 숏 펏이 남았구나!
“이 펏을 성공하면 인생 첫 70대 싱글이 되는데….”


골퍼의 최대 과업 중 하나인 70대 싱글의 목전에서 심호흡과 공보기를 되새겼다.
공은 필자의 지휘에 따라 홀을 향해 유유히 흘러갔다.


그 공의 정처는 어디일까? 홀일까? 그 옆일까?

두 동반자의 시선은 필자처럼 절박할 리 없었다.

그들은 이 펏이 필자에게 어떤 의미와 타이틀을 부여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호, 통재라! 또 홀 옆 1cm 지점에 서버리다니!
“아! 오늘도 인생 첫 타이틀을 놓치고 말다니!”


그토록 갈망하던 숏 펏은 그렇게 가혹하게 필자를 외면했다.

과도한 중압감으로 정타를 치지 못한 결과였다.
인생 최대의 70대 과업은 다음 라운드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숏 펏 난조의 아쉬움은 사이클 버디의 목전에서 더 크게 번졌다.


사이클 버디의 문턱에서 펏 난조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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