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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_한 홀 4버디의 대기록을 협연하다

한 홀 4버디의 대기록을 협연하다

by 나승복

필자와 동반자들에게 벌어진 초대형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필자와 동반자가 모두 같은 홀에서 버디 심포니를 협연한 쾌거였다.

초대형 사건은 2019년 7월 서원힐스CC 라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였다.

한여름 치고는 흐린 날씨여서 그리 덥지 않았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 라운드하기에 적당했다.


핸디캡들이 비슷해서 타당 천원짜리에 당홀 배판의 스트로크 게임을 하기로 했다.

적절한 긴장감과 진행의 효율성을 위해서 은갈치(손잡이를 뺀 퍼터길이) 컨시드로 진행했다.


동코스 마지막 홀(파5)에서 모두 파온에 안착했다.
주말골퍼에게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명예와 승부가 걸려있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친구들은 9m의 내리막 펏, 4m와 2.5m의 약한 오르막 펏을 남겨두고 있었다.
필자는 7m 정도의 내리막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한 친구가 9m의 내리막 펏에 들어갔다. 평소 싱글을 자주 하지만 파도 쉽지 않을 수 있었다.
공은 퍼터의 지시에 따라 긴 여정의 종착지를 향해 굴러갔다.


공은 홀의 중심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러더니 “어! 어!” 하는 순간 거침없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친구의 놀라움과 동반자들의 축하로 버디의 흥분이 그린에 넘쳤다.


필자의 차례가 되었다.

친구의 버디 펏은 필자에겐 육중한 압박과 고도의 긴장으로 변해 있었다.


친구의 내리막 펏이 도움을 주긴 했지만, 필히 컨시드 거리 내로 붙여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퍼터를 떠난 공은 필자의 바람을 져버리지 않고 약한 내리막을 타고 홀에 묵묵히 근접해 갔다.


공의 홀인(hole-in) 의지와 과업 수행은 절묘한 조화를 구현해 냈다.

그렇게 그린의 무거운 적막을 뚫고 홀컵의 심연으로 직행했다.


전혀 생각지 않은 버디였다.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반자들의 경탄과 축하로 버디의 쓰나미가 그린에 넘쳐나고 있었다.


[2019. 8. 필자 촬영]


이젠 남은 두 친구들의 차례였다. 느긋한 관망자의 위치에 있다가 부담스런 당사자의 책무를 떠안게 되었다.

초조와 긴장, 압박과 불안이라는 고강도 중압감은 필자와 친구에 비해 훨씬 더 컸으리라.


다음 친구가 4m 펏을 위한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그저 산하를 스치는 바람소리뿐 비장한 침묵이 여름 그린을 지배했다.


어두운 안색에서 애매한 거리를 이겨내겠다는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의연히 세번째 버디의 찬가를 부르면서 그날의 기록에 동참했다.


친구들의 격한 놀라움과 열띤 축하세례로 이어졌다.
친구는 안도의 깊은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중증불안의 묵직한 압박을 토로했다.


남은 연주자가 올버디 심포니의 피날레를 협연하기 위해 결연한 자세로 초록빛 무대에 올라섰다.

완전 종결자의 중책을 수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2.5m의 거리였으니 버디로 완결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쉬움의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언더파의 기록을 가진 골퍼이자 완전 종결자답게 거리낌없이 버디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네번째 버디가 목도된 순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일심동체로 하이파이브를 외쳤다.
대자연의 축하 속에 환희의 어깨동무와 함께 우정어린 감격의 절규를 이어갔다.


캐디는 4명이 모두 한 홀에서 올버디의 찬가를 부르는 걸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캐디 일을 한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라운드 후 클럽식당에서 버디 잔치를 자축하며 정겨운 담소를 이어갔다.
가랑비에 젖어든 연초록 페어웨이도 그날의 경이로운 축제에 신선한 박수를 보내줬다.


그날 같은 홀에서 협연한 올버디 심포니의 감동 무대와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친구들과 라운드할 때면 그 감동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우곤 한다.


중학교 동창들이 그린에서 협연한 초대형 사건은 그렇게 불멸의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이와 달리, 중증불안 펏을 극복하고 일궈낸 단독 드라마도 빠뜨릴 수 없다.


중증불안 펏을 극복한 단독 드라마는 어떻게 펼쳐졌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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