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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_마침내 70대 싱글 라베를 달성하다

마침내 70대 싱글 라베를 달성하다

by 나승복

"2천만원짜리 펏 레슨의 첫 결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토록 바라던 70대 싱글 기록이었다.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 80타에서 여운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지 몇 번이었던가?


돌이켜보니 어림잡아 10회는 넘었다.

70대 싱글 기록의 타는 목마름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되었다.


첫 결실은 2012년 5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만에 가까운 후배들과 이천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였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코스를 가득 채운 물결은 진초록으로 넘실댔다.
이에 뒤질세라, 산자락의 활엽수는 신선한 산소를 내품었다.


10회 남짓 목전에서 70대 기록을 놓쳐버린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러다 보니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오늘은 필히 70대 싱글 고지에 도달하고 말리라!”
80타에서 말라버린 악연들을 끊고 70대의 무지개빛 지평을 열리라!


필자와 동반자들은 몸이 덜 풀린 상태였으나 첫 홀 티샷의 소임을 완수했다.
순조로운 첫 샷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 할 만큼 흡족했다.


세컨 샷은 과도한 긴장 탓인지 파온에 실패했다.

초집중의 어프로치 샷으로 컨시드를 일구려고 했으나 1.5m의 펏을 남기고 말았다.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시련의 시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펏을 놓치고 고개를 숙인 채 불길한 징조가 몰려왔다.


2번홀이었다. 티샷은 순조로웠으나 어프로치 실수로 부담스런 파펏을 남겼다.
불길한 징조는 현실이 되었다. 역시 보기였다.


3번홀에서는 티샷이 러프로 갔으나 어렵게 파온에 성공했다.
하지만 15m 정도의 롱 펏을 컨시드 거리에 붙이긴 역부족이었다. 또다시 보기였다.


3개 홀에 보기가 셋이나 되었으니, 어떻게 남은 홀들을 네 개의 보기로 막을 수 있으리오?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다.


그런데 필자에게 무지개빛 서광이 드리웠다.

4번홀(파4)에서 5m 정도의 버디를 해낸 것이다.


70대 기록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다가온 한 줄기 희망이었다. 허나, 그것 또한 찰나였다.
5번홀에서 보기를 범하고 말았으니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6번홀에서 파로 숨을 고르더니 7번홀에서 행운의 버디를 잡게 되었다.
체념과 갈망 사이에서 70대 기록을 향한 진자운동은 계속되었다.


[2021. 10. 필자 촬영]


8번홀과 9번홀에서 다행히 파를 이어가게 되었다.
3개의 연속 보기로 시작하여 9홀에서 2오버로 선방했으니 희망의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20여분 그늘집에서 정담을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한편으론 후배들과 그간의 회포를 풀었지만, 또 한편으론 기록을 향한 심사로 복잡했다.


후반에 들어섰다. 1,2번홀을 파로 선방했다. 기록을 향한 진군은 순조로운 듯했다.

3번홀에서 다시 보기의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또다시 불길함을 떨칠 수 없었다.


흔들리는 정신을 추수리고 한 홀 한 홀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다행히 3개홀을 연달아 파를 일구었다.


이젠 3개홀이 남았는데, 당시까지 3오버로 70대 기록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심장박동이 점점 세게 느껴졌다. 고지에 거의 다가왔으니 그럴 만했다.


7번홀에서 또다시 보기의 그림자가 무겁게 필자를 짓눌렀다.
8번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초집중 끝에 어렵게 파를 일구었다.


OB와 같은 대형사고가 터진다면 70대 기록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데…
마지막 홀의 티샷구역에 올라서니 태산 같은 걱정이 몰려왔다.


드라이버 샷의 원칙을 되새기면서 작은 스윙으로 임했다.
다행히 페어웨어에 안착했다. 대형사고를 피했으니 이젠 고지에 도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보기만 해도 5오버로서 그토록 목말라 하던 70대 기록에 근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 마음이 가볍고 편해졌다. 어프로치 샷으로 쓰리온에 투펏으로 보기를 했다.


힘겨운 18홀의 긴 여정에서 그렇게 살얼음 위기를 건너올 수 있었다.

첫 세 홀이 모두 보기였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중증불안의 펏을 극복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오! 마침내 77타의 기록으로 첫 70대 라베의 고지에 올라서다니!
“첫 라운드를 시작한 지 12년만의 쾌거였다.”


동반자들의 진심 어린 축하와 더불어 달콤한 행복감에 젖은 채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그만 개인사에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70대 고지에 오르고 나니, 그 후엔 70대 스코어가 이따금 다가와 응원했.
마지막 홀이나 그 직전 홀에서 중증불안의 펏을 극복하고 파로 선방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필자와 동반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필자와 동반자들에게 터진 초대형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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