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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_힐링 효과를 누리다

힐링 효과를 누리다

by 나승복

대충골프 탈출이 준 힐링 효과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멀리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이었다.
미스샷이 줄어들다 보니 그것을 수습하는 고통의 반대효과라 하겠다.


골퍼가 대충골프를 벗어나게 되면 힐링 효과를 더 향유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라운드 전날, 아니 수 일 전부터 라운드에 대한 설레임이 발동한다.


전반의 저조함을 만회하겠다는 포부도 당차게 솟구친다.
본업의 무거운 공간을 탈출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드넓은 신세계에 의탁하는 축제 역할도 겸한다.


카풀에서 지인들 간에 오가는 담소는 그늘집 정담에 뒤지지 않는다.
산뜻하게 의관을 치장한 후 티샷지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경쾌하다.


첫 홀의 티샷구역에서 스트레칭을 할 때엔 무지개빛 희망이 넘친다.
탁 트인 페어웨이의 초록빛 대기를 맞이하며 별천지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티샷 순서를 정한 후부터 긴장의 파도가 살며시 밀려온다.
점점 크게 다가오는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갈림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충골프를 탈출한 골퍼와 그렇지 못한 골퍼의 자세와 표정이 사뭇 달라지게 된다.

그에 따라 힐링 효과는 미세한 오차를 보이다가 의외의 격차로 돌변한다.

[2016. 2. 필자 촬영]


대충골프를 탈출한 골퍼는 라운드의 힐링 효과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스샷이 감소함에 따라 라운드의 만족도를 유지해 간다.

티샷이 창공을 힘차게 비상하다가 페어웨이 한 가운데 안착한다.

미잘공(미치도록 잘 친 공)!”, “손오공(손님 중에서 오늘 제일 잘 친 공)!”
'오잘공'에 익숙한 동반자가 그 뜻을 듣고는 폭소를 금치 못한다.


가벼운 아이언 샷이 파온으로 이어지거나 어프로치 샷이 컨시드 거리에 근접한다.
고도의 집중펏으로 쓰리펏의 유혹을 벗어나며 버디의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금일재현불가펏(오늘엔 다시 나올 수 없는 굿 펏)!"이라는 칭찬의 함성이 울릴 만하다.


미스샷이 적은 만큼 소소한 게임에서 돈을 잃기 어렵다.
카풀 차가 귀가길 정지신호에 걸렸을 때 딴 돈을 살짝 세어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1,2만원이 더 있음을 확인하고는 뜻밖의 횡재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라운드 내내 표정이 밝다. 미스샷으로 어두었다가도 금방 회복한다.
동반자들에 대한 배려의 여유도 시의적절하게 발휘된다.


앞서 소개한 현상들은 힐링 효과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충골프를 탈출하지 못한 골퍼의 아픔을 헤아리는 미덕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자칫 과도하게 집중골프로 일관하다 보면 ‘골프 독종’이라는 지적이 따를 수도 있다.
18홀 내내 말 한 마디 않는 경우도 여기에서 빠지기 어렵다.


대충골프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수행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다면 힐링의 단맛을 향유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잊지 말자.


대충골프의 탈출로부터 얻은 또다른 수확은 힐링 효과 외에 '동반자에 대한 배려의 실행'이었다.


"대충골프 탈출 후 동반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실행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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