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맨털을 가진 골퍼는 평정심(平靜心)을 견고하게 유지한다. 평정심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동요되지 않고 항상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는 마음을 뜻한다. 라운드 내내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동요되지 않고 샷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라운드 중에 평정심의 유무와 강약, 이탈과 회복 등의 다양한 변화가 연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정심이 유지되거나 그 변화가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회복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평정심이 라운드 시작부터 약화되어 있거나 변화 후 회복되지 못한다면 후회스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장자 달생(達生)편의 목계양도(木鷄養到)라는 우화는 싸움닭의 조련을 통해 평정심의 효과와 중요성을 깊이 일깨워준다.
춘추시대에 주선왕(周宣王)은 특히 닭싸움(鬪鷄)을 즐겨 했다. 그래서 내시한테 건장한 수탉을 키우도록 한 다음 퇴청한 후 뒷 뜰에서 닭싸움을 보곤 했다. 그러나 불패(不敗)의 닭이 없는 게 불만이었다. 선왕은 제나라에 기성자(紀渻子)가 싸움닭 조련에 출중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초빙하였다. 그는 수탉무리 중에서 금빛 벼슬과 화려한 깃털이 있는 수탉을 골랐다. 그는 조련에 들어가기 전에, 주선왕에게 아무도 자신의 조련에 간섭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10일 후, 성미가 급한 선왕은 기성자에게 “조련이 다 되었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직 이릅니다. 혈기에 의존하고 오만합니다.” 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후, 선왕이 묻자, 그는 선왕의 물음에 대하여 “아직 이릅니다. 여전히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접근에 대하여 반응합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10일 지난 후, 선왕이 묻자, 그는 “아직도 이릅니다.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쳐다봅니다.”라고 답했다. 또 다시 10일이 지난 후, 선왕이 묻자, 그는 “거의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선왕이 조련된 수탉의 싸움을 보았다. 과연 나무로 만든 닭(木鷄)처럼 그 정신이 내적으로 응집되어 있었다. 다른 닭이 감히 싸우려 하지 않고 도망을 쳤다.
이 우화(寓話)는 자신의 혈기나 오만을 극복하고 상대의 반응에 초연하게 대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이 내적으로 응집된 평정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어떤 상대도 제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골퍼에게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진정시키고 상대의 경기에 대하여 나무로 만든 닭(木鷄)처럼 초연하게 대하는 자세, 즉 정신이 내적으로 응집된 고도의 평정심으로 임해야 함을 강조한다.
[화산CC, 아웃코스 7번홀, 2015. 7.(필자 촬영)]
정규프로에서 고도의 평정심(平靜心)을 견지하거나 회복하여 우승을 달성하거나 놓치는 예들이 있다.
김세영은 2018년 7월 숀베리크릭클래식대회에서 4라운드 최종합계 31언더파를 쳐서 LPGA투어 최저타의 신기록을 달성하였는데, 그 비결은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한 데 있었다(주석 1). 키건 브래들리는 2011년 8월 PGA챔피언십대회 15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여 우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나, 고도의 평정심을 회복한 끝에 17번홀에서 긴장된 펏을 성공하여 마침내 우승했다(주석 2).
반면에, 어니 엘스는 2016년 마스터스대회 1라운드 1번홀(파4)에서 약 60cm 거리를 무려 6펏을 했고(주석 3), 로리 매킬로이는 2011년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라운드 12번홀(파3)에서 4펏을 했다(주석 4). 모두 평정심 붕괴에서 초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말 골프에서 평정심이 붕괴되는 상황은 수시로 발견된다. 80대 초반을 안정되게 치는 골퍼라도, 초반 OB나 생크가 난 후 회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초반에 실수가 나온 후 스코어보다는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라운드하는 경우도 있다. 샷이나 펏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뜻밖의 좋은 스코어를 얻게 된다. 평정심이 회복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평정심을 견지하는 방법도 담대함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처럼 지속적인 수행이 필요하다. 찰나의 각성이나 단기의 연마로 터득하기 어렵다. 기도, 명상, 호흡, 망각, 초심, 회복기억 등과 같이 자기만의 수행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삶 자체도 평정심과 흔들림간의 진자운동이 아닐까? 삶 속에서 평정심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흔들림의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평정심을 회복하는지가 관건이다. 평정심의 유지와 회복이 삶의 안정성이나 행복도를 좌우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자의 목계양도(木鷄養到) 우화가 주는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 문헌
✔ 장자(莊子) : B.C.369?~286, 장주(莊周), 전국시대 송나라 사상가, 도가의 대표 인물
✔ 장자(莊子) : 도가 계열의 철학서로 여러 사람의 글을 편집한 책. 장자가 내편을, 제자들이 외편과 잡편을 썼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