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이나 펏을 할 때 고도의 심리적 압박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프로 골퍼든, 주말 골퍼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에서 맨털의 비중이 50%를 차지한다고 하고, 혹자는 그 이상이라고 한다.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한 것이다. 자신의 컨디션, 코스의 지형과 상태, 일기의 변화, 동반자의 경기상황 등이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이러한 심리적 압박의 해소문제는 고차방정식이다.
맨털 문제의 해소책 중 하나로 무심(無心) 상태를 견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아무런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과욕이나 과민의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즉,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과도한 의욕이나 부정적 결과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떠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명나라 때 아동용 교육서로 편찬된 증광현문(增廣賢文, 작자미상)에는 꽃과 버들의 비유를 통하여 무심 상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욕심을 가지고서 꽃을 심으면 꽃이 피지 아니하고,
무심히 버들가지를 꽂으면 버들이 그늘을 주니라.
有意栽花花不開, (유의재화화불개)
無心插柳柳成荫. (무심삽류류성음)
꽃이 만개하였을 때의 화려함이나 짙은 향기 또는 그 이득을 의식하면 개화 상태가 당초의 의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별다른 의도나 욕심 없이 양지 바른 곳에 버들가지를 꽂아 두면, 버드나무가 생각보다 무성하게 자라서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무심의 상태를 견지했을 때에 지나친 의도나 욕심을 가지고 임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프로 골프에서 우승의 영예와 거액의 상금에 대한 의욕이 강하거나, 주말 골프에서 장타의 화려함과 스코어의 우월감이 강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 경우 결과가 당초의 의욕에 미치기 어렵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오히려, 이러한 의욕 없이 무심히 경기에 임할 경우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밸리CC, 크리스탈코스 1번홀, 2014. 8.(필자 촬영)]
미국 정규투어에서 무심(無心)의 샷을 통해 우승의 개가를 올린 예들이 있다. 양용은과 김효주가 미국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때 보여준 맨털 상태를 들 수 있다.
양용은은 2009년 8월 PGA챔피언십대회 4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골프황제인 타이거 우즈와 맞대결을 펼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라고 말했다. 마음을 비운 무심 상태를 필드에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주석 1) 우승이 확정된 후 클럽백을 머리 위로 불끈 들어올리면서 그제서야 무심의 상태에서 무한의 희열무대로 올라섰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 경기한 투어프로들이 스스로 무너지던 전례들과 비교하면, 양용은의 무심 상태는 초격차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김효주가 2014년 9월 에비앙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할 때의 맨털 상태이다. 17번홀까지 정규투어 41승의 캐리 웹(호주)에게 1타를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5미터 버디펏을 성공시켜 역전극을 펼쳐냈다. 김효주는 인터뷰에서 “웹에 비해 잃을 게 없다.” 라고 말했다.(주석 2) 가슴 조이며 생중계를 보다가 연신 박수를 보냈던 그 날밤의 기억이 생생하다. 양용은이나 김효주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무심 맨털의 저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던 것이다.
두 프로의 경우를 보면, 무심 상태에 이르는 방법은 복잡한 것 같지 않다. 더 잘 쳐서 이기겠다는 의욕보다는 잃을 게 없다는 무심의 맨털 상태를 견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 말기의 학자인 이숭인(李崇仁)은 신청(新晴)이라는 칠언절구(七言絶句)에서 시를 짓는(詩作) 방법을 통해 골프에서 무심 상태에 이르는 방법을 시사해 준다.
시를 짓는 건 바로 무심의 경지에 있는데,
헛되이 먼지 덮인 책에서 영감을 구하네.
詩成政在無心處, (시성정재무심처)
枉向塵編苦乞靈. (왕향진편고걸영)
골프에서 최선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명 지침서를 독파하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무심상태에 도달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인의 가르침이다. 이 부분을 높이는 노력은 연습, 수련, 훈련보다는 불가의 수행(修行)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다. 동작의 일관성을 넘어 맨털의 무심 경지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의 부단한 수행이 필요하리라.
문학, 예술, 영화 등과 같은 창작의 영역에서는 특히 무심(無心)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증광현문(增广贤文)의 명구나 이숭인(李崇仁)의 시구를 통해서 무심 상태의 중요성과 방법을 되짚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