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2년 8월 이천 소재 뉴스프링빌CC 알프스코스 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았다. 8번홀(파5)에서 칩샷으로 행운의 버디가 이어졌다. 9번홀(파4)의 티샷지점에 들어서니 사이클 버디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9번 홀은 거리가 짧은 편이나 페어웨이가 좁아서 정교한 티샷을 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도한 긴장으로 티샷 공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언덕방향의 나무를 맞고 경사에 떨어졌다. 두번째 샷의 전방에는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우측에 워터해저드가 있어서 파온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두번째 친 공이 그린입구에서 한 번 튕기더니 홀로부터 3미터 지점에 멈춰 섰다. 슬라이스 경사였지만 오르막 펏을 남겨두고 있어서 사이클 버디에 대한 의욕이 다시 타올랐다. 홀의 좌측 끝을 보고 펏을 하였으나 경사를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사이클 버디의 찬스는 아깝게 사라지고 말았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시기는 얻기 어렵고 잃기 쉬우니라. 시기여, 다시 오지 않구나(時者難得而易失也. 時乎時, 不再來)!” 라는 명구가 있다. 여기에서 시기(時機)는 타이밍이나 기회를 의미한다. 기회는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즉, 미리 구체적 분석을 토대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후 기회가 왔을 때 성심껏 실행에 옮겨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구오대사(舊五代史)에서도 “기회는 놓칠 수 없고,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機不可失,時不再來).” 라고 강조하며 위와 같은 가르침을 전한다.
중국 역사에서도 이 명구에 관한 고사들을 볼 수 있다.
먼저, 건국의 기회를 놓친 한신(韓信)의 예이다. 기원전 203년, 한나라 장군인 한신은 제나라를 멸망시킨 공으로 유방(劉邦)에 의해 제왕에 봉해졌다. 한신의 책사인 괴철(蒯彻)은 천하의 형세를 분석한 후 한신에게 “장군은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니 유방을 따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라를 세우면 초나라와 한나라와 함께 천하를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고 권했다. 괴철은 이러한 기회는 놓칠 수 없고 시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신은 괴철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건국의 기회는 사라졌다.(주석 1)
다음으로, 치밀한 준비로 천하 평정의 기회를 잡은 예이다.당고조(唐高祖) 이연(李淵)은 촉군(蜀郡, 현 四川省 소재)을 점령하기 위하여 장군 이정(李靖)과 군대를 보냈다. 그 곳의 우두머리인 소선(蕭銑)은 이정의 공격 정보를 파악하였으나 장강을 건너기 어렵다고 생각해 안일하게 대처하였다. 그러나, 이정은 치밀하게 준비한 후 적시에 장강을 건너는 기회를 잡았다. 이어, 신속한 공격으로 수만 명의 적군을 죽이고 4백여 척의 배를 포획하는 전과를 올렸다.(주석 2) 두 예는 치밀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놓치느냐를 잘 대비해 준다.
[천룡CC, 2021. 9.(필자 촬영)]
프로 골프에서도 다잡은 기회를 놓친 후 다시는 근접하지 못한 예가 있다.
장 방 드 벨드(프랑스)는 1999년 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더블보기만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프와 개울, 벙커의 지옥을 지나며 트리플보기를 범한 후, 폴 로리(스코틀랜드)와의 연장전에서 최악의 역전패를 기록하였다. 또한, 스콧 호크(미국)는 1989년 마스터스대회 연장 첫번째 홀에서 76cm의 펏을 놓쳐 다음 홀에서 닉 팔도에게 패하고 말았다.(주석 3) 그후 그들에겐 메이저대회의 우승기회가 오지 않았다.
반면에, 다잡은 기회를 놓쳤다가 강인함을 회복하여 끝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예도 있다.
김인경은 2012년 나비스코챔피언십대회최종 라운드의 마지막 홀에서 약 30cm의 펏을 넣지 못해 우승을 놓쳤으나, 5년간의 수행 끝에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일구어 내기도 했다.
주말 골퍼에게도 여러 기회들이 올 수 있다. 여기엔 사이클 버디, 최다 버디, 최저타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회는 준비된 골퍼의 것이다. 평소에 동작과 맨털을 다져 두자. 그 기회가 오면 준비된 내공으로 기회를 잡도록 하자. 그날은 인생골프의 향연이 열리리라!
사업, 체육,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아 뉴스에 오르기도 한다. 기회가 오기 전에 철저하면서도 충분히 준비를 다하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이처럼 지나가버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 사기(史記)의 교훈을 깊이 헤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