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36]- 고전이 경고하는 안전수칙 2

미리 준비운동을 하면 다치지 않느니라

by 나승복

필자는 2019년 10월 광주 소재 골프장에서 라운드한 일이 있다. 준비운동 없이 시작했다가 애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티업시각이 토요일 오후 1시경이므로, 단풍시즌, 교통상황과 준비운동 등을 고려하여 최소한 3시간 반 전에는 출발했어야 했다. 그런데, 반 시간 정도 늦게 출발했더니 교외로 나가는 차들로 극심한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 3번 국도를 탔으나 주차장이나 다름 없었다. 마음은 초조했고 기다리는 동반자에겐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티업 10분 전쯤 도착하여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카트로 달려갔다.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연습스윙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황망하게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만 남길 뿐이었다. 애타게 기다리던 지인이 먼저 티샷을 하고, 이어서 필자가 티샷을 했다. 가볍게 치자는 다짐은 어느 새 사라지고 볼은 좌측 산언덕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전국시대 사상가인 순자(荀子)는 필자와 같은 골퍼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일갈한다. “잘 먹고 제 때 운동하면 하늘은 병들게 하지 않는다(養備而動時,則天不能病).” 라고. 여기에서 운동이라 함은 골퍼의 경우 준비운동이라 할 수 있다. 준비운동 없이 찰나에 이루어지는 동작을 하면 척추, 무릎, 손목, 팔꿈치 등 신체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골프의 매력과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상당한 기간의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블루해런CC, 동코스 6번홀, 2019. 7.(필자 촬영)]


골프에서 준비운동은 그 날 라운드를 시작하는 첫 단추이다. 도덕경(道德經)에 “천 리의 길도 발 아래에서 시작한다(千里之行, 始於足下, 64장).” 라고 충고한다. 골프에서 시작에 문제가 생기면 순조롭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은 지당하다. 준비운동을 건너뛰면 부상을 당할 수 있음은 물론, 맨털도 안정되지 않아 동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설사 골퍼가 다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상태에서 골프 재미를 향유한다는 것은 과욕이다.


또한, 골프에서 준비운동은 유연성을 견지하는 필수 요소이다. 도덕경은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강한 것일 뿐만 아니라(守柔曰強 / 수유왈강, 52장), 사람이나 초목이 살아있는 상태라고 하였다(人之生也柔弱,草木之生也柔脆 / 인지생야유약, 초목생야유취, 76장). 골프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리 스트레칭과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면서 안정된 맨털을 다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부랴부랴 티샷을 하는 경우에는 유연성이 실종되고 만다.


이에 대하여, 도덕경은 사람이나 초목이 경직되거나 강직된 상태에 있는 것으로서 죽은 모습이라고 훈계한다(人之死也堅强,草木之死也枯槁 / 인지사야견강, 초목지사야고고, 76장). 즉, 준비운동이 없이 바로 티샷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경직된 신체상태에서 스윙하는 것으로서 살아있는 스윙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그날 늦게 골프장에 도착한 것은 골프의 기본인 매너도, 준비도 모두 미흡한 자화상이다. 그 이후로는 넉넉하다 싶을 정도로 미리 출발한다. 동반자와 함께 갈 경우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얘기해도, 필자는 서두르자고 채근한다. 준비운동 없이 다급히 티샷을 하면 다치기 쉽고 즐기기 어려우며 품격도 실추된다는 이유를 댄다.


테니스나 스키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도 준비운동이 없거나 부족하면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충분한 준비운동은 동작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강한 모습, 만족스런 성과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순자(荀子)나 도덕경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르침이다.


문헌

✔ 순자(荀子) : B.C.298?~238?, 순황(荀況), 전국시대 유가 사상가

✔ 순자(荀子) : 순자의 말과 글을 모은 책. 선진(先秦)시대 유가사상의 총괄서.

✔ 노자(老子) : B.C.571~?, 이이(李耳), 춘추시대 초나라 사상가, 도가 시조

✔ 도덕경(道德经) : 노자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짐. 도가의 경전. 노자라고도 칭함.

한자

✔ 養備而動時,則天不能病 – 荀子

[양비이동시, 즉천불능병 – 순자]

잘 먹고 제때 운동하면, 하늘은 병들게 하지 않는다.

✔ 養: 기를 양, 備: 대비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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