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1년 7월 말경 충북 소재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한 일이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이었다. 필자가 펏을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꽝!”하고 충격음이 울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주위를 봤더니, 자동 운행 중이던 카트가 동반자를 친 것이었다. 동반자가 펏을 마친 후 카트길 끝자락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던 중에, 캐디가 그린 주변에 근접한 카트를 세우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동반자는 옆으로 쓰러졌으나 다행히 찰과상 외에는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한두 홀 안정을 취한 후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그 당시 울려 퍼진 충격음의 크기, 쓰러져 있는 동반자의 모습,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캐디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청나라 말기의 사상가인 임칙서(林則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촌각도 해이함을 용납해서는 안된다(刻不容鬆).” 라고 경종을 울린다. 어떤 일이 별 문제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더라도 한 순간의 해이함으로 큰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촌각을 다투어 신중하고 치밀하게 처리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속담에서도 “천 일의 긴장을 두려워 말고, 단지 일시의 해이함을 두려워 하라(不怕千日緊,只怕一時鬆 / 불파천일긴, 지파일시송).“고 충고한다. 오랜 기간 동안 철저하게 위험이나 사고를 대비해 오더라도 일시의 해이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각별히 주의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당나라 때의 시인인 두순학(杜荀鹤)의 시구도 이와 같은 깨우침을 전한다. “물이 잔잔하게 흐를 때는 물 속에 돌이 없었는데, 때때로 배가 침몰됐다는 말이 들리는구나(却是平流無石處, 時時聞說有沉淪 / 각시평류무석처, 시시문설유침륜).” 그 강은 평시 위험을 느낄 만한 유속이나 물속에 암초와 같은 장애물이 없었으나, 간간히 그 곳에서 배가 침몰되거나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표면상으로 안전해 보이더라도 보이지 않는 유속이나 물 속의 위험에 대해서도 늘 경각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Canlubang GC, 마닐라, 필리핀, 2018. 3.(필자 촬영)]
주지하다시피 골프에서 일시의 해이함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중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2021년 5월 충북 증평 소재 골프장에서, 골퍼가 카트에 타려고 할 때 캐디가 골퍼의 승차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출발하는 바람에, 골퍼가 카트길 바닥에 떨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주석 1). 또한, 2020년 10월 경남 소재 골프장에서, 골퍼가 이동중인 카트에 발이 걸려 추락한 후 의식불명의 상태로 있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주석 2). 심지어는, 서울 인근 골프장의 이동 중인 카트에서 딴 돈을 세다가 커브길에 추락하여 뇌진탕으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주석 3).
라운드 중 발생한 사고는 카트사고, 익사사고, 타구사고 등 매우 다양하나,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일시 해이(解弛)에서 비롯된 안전불감증이다. 골프장 사고는 경상보다는 중상이나 치명상에 이른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상사가 발생한 것을 보면 딱하기 그지 없다.
골프가 수려한 자연과 흥겨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엄청난 위험도 내재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골퍼가 일시 해이한 상태로 라운드를 한다면 어떻게 오랫동안 골프가 주는 선물을 즐길 수 있겠는가?
뉴스를 보면 연일 각종 사고들이 줄을 잇는다. 상당 부분은 해이한 안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다. 촌각도 해이함을 용납하지 말라는 중국 명구들을 깊이 헤아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