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38]- 고전이 경고하는 안전수칙 4

위험이 오기 전에 안전을 챙겨라

by 나승복

골프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안전이다. 골프장은 산업현장 못지 않게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캐디의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서 연습스윙을 하거나 동반자의 스윙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린주변의 어프로치나 벙커샷을 앞두고 있을 때도 버젓이 앞에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드샷이나 생크볼은 럭비공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볼은 그저 골퍼가 친 대로 그냥 날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앞쪽에서 이런 신비의 물체에게 안전을 맡긴다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길이다.


안전의 문제는 낙뢰와 같은 자연현상에서도 가끔 발생한다. 여름철 우기에 천둥이나 번개가 치는 위험한 날씨에도 무리하게 라운드를 하는 경우이다. 이른 아침 한 시간 남짓 운전해서 골프장에 왔는데 천둥 치는 경우가 있다. 곧 그칠 것이라는 막연한 예보를 맹신하며 계속하는 것도 위험천만이다. 십여 년 전에 골프장에서 낙뢰로 사망한 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다. 많은 날들이 골퍼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그 날이 마지막 라운드인 것처럼 결사적으로 임하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만용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낙뢰사고는 생사와 직결되는 것이니 타구사고보다 훨씬 더 위험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서한시대의 역사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간렵서(諫獵書)에서 안전을 소홀히 하는 골퍼에 대하여 일갈한다. “지혜로운 자는 위험의 결과가 생기기 전에 피한다(智者避危于無形).” 라고.


이 구절은 한무제(漢武帝)가 맹수도 가리지 않고 사냥에 빠져 있어 위험을 경계하라는 간언에서 나온 것이다(주석 1). 한무제도 요즈음 안전을 소홀히 하는 골퍼처럼 사냥에 심취했던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당송8대가인 유종원(柳宗元)은 봉건론(封建論)에서 “위험을 지적했음에도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경우에는 필히 이로 인하여 고통이 뒤따를 것이며 그 후에도 두려워할 일이 생길 것이다(告之以直而不改,必痛之而後畏 / 고지이직이불개, 필통지이후외).” 라고 훈계한다. 위험이 현실화된 때에는 큰 고통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남기는 것이니 미리 살펴서 적시에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아시아나CC, 서코스 12번홀, 2020. 8.(필자 촬영)]


사마상여나 유종원은 골퍼에게 타구사고나 낙뢰사고의 위험 상황에서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라운드하지 말라고 경종을 울린다.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 지혜롭지 못한 행동으로 위험을 자초하느냐는 것이다. 타구사고나 낙뢰사고가 생겨 법정까지 가는 예도 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흥겨운 재미를 위하여 함께 한 라운드가 어떻게 분쟁으로 치닫을 수 있는가? 우스갯소리에 골프광의 유형으로, 천둥번개가 치는데 계속 라운드하는 골퍼와 벼락 맞고도 살아남은 골퍼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혜롭지 못한 수준을 넘어 우매함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의 문제는 골프 수준의 고저나 구력의 장단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있다고 하여 차이가 날 수 없다.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소홀히 대처하다가 사고에 이른 것이니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안전사고의 위험을 깊이 헤아린 후 지혜롭게 대비하여 위험을 피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안전에 대한 부주의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통사고, 산재사고, 기타 안전사고들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마상여나 유종원의 가르침은 우리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문헌

✔ 사마상여(司馬相如) : B.C.179~117, 서한시대 문인

✔ 간렵서(諫獵書) : 사마상여가 한무제(漢武帝)에게 올린 사냥 관련 간언문

✔ 유종원(柳宗元) : 773~819, 당나라 문인. 당송8대가 중 1인.

✔ 봉건론(封建論) : 유종원이 봉건제에 대하여 지은 정치논문

주석

1)古詩文網, 上書諫獵,https://so.gushiwen.cn/shiwenv_c2d9a5430e7b.aspx

한자

✔ 智者避危于無形 – 司馬相如, 諫獵書

[지자피위우무형 – 사마상여, 간렵서]

지혜로운 자는 위험의 결과가 생기기 전에 피한다.

✔ 智: 지혜로울 지, 避: 피할 피, 形: 형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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