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45]- 한시와 함께 하는 골프투어 6

골프 삼매경에서 시흥(詩興)을 느껴 보라

by 나승복

필자는 2019년 가을 경기도 소재 아도니스CC에서 라운드를 즐긴 적이 있다. 코스마다 특색 있는 전경에 연초록 수목과 아담한 호수가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었다. 더욱이, 초가을의 창공은 초록필드와 하나로 이어져 절경을 자아냈다. 티샷 후 살며시 이동하여 절경을 사진에 담았다. 스코어가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귀가 후 사진 속 산하의 아름다움을 둘러보았다. 그 아름다움을 내 곁에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골프가 절경을 통해 건네는 선물이리라.


그 감동에 맞는 중국 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필자가 수시로 메모하는 명시∙명구 노트를 뒤적였다. 당나라 때의 유우석(劉禹锡)이 지은 “가을 이야기(秋詞)”가 그 골프장의 풍광이나 필자의 수준을 아우른 듯하였다.


<가을 이야기> 유우석(당)

옛부터 가을이 오면 슬프고 적막하다는데,

난 가을이 봄날보다 더 좋더이다.

맑게 갠 하늘에 한 마리 학이 구름 위를 날아가면,

절로 시흥(詩興)이 푸른 하늘에 이르게 되네.


< 秋詞 > 劉禹锡(唐)

自古逢秋悲寂寞, (자고봉추비적막)

我言秋日勝春朝. (아언추일승춘조)

晴空一鹤排雲上, (청공일학배운상)

便引詩情到碧霄. (편인시정도벽소)


시인의 신세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맑게 갠 가을 창공을 통하여 시흥(詩興)으로 승화하는 풍격(風格)이 큰 울림을 주었다. 한 마리의 고고한 학이 흰 구름 위를 날아가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시인은 감상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주말 골퍼들이 이처럼 맑게 갠 창공과 드넓게 펼쳐진 초록필드를 거닐면, 주중의 스트레스를 잊고 치유와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리라.


[아도니스CC, 미들코스 6번홀, 2019. 10.(필자 촬영)]


필자는 이 시에 흠뻑 취하면서 골프에 관한 한시로 번안(飜案)해 보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시를 써 보거나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만용을 부려 보았다.


<골프>

요즈음 공을 치며 스트레스 많다고 하는데,

골프가 요트보다 더 낫다고 하리라.

맑게 갠 창공, 초록 필드에 하얀 공을 날리노라면,

세상의 수심에서 벗어나 선경에 이르는 걸.


<高尔夫球 >

近來打球多苦事, (근래타구다고사)

可言高夫勝游艇. (가언고부승유정)

晴空绿地飛白球, (청공녹지비백구)

便離愁苦到仙境. (편리수고도선경)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유한한 지라 번안과 퇴고에 6개월 남짓 걸렸다. 한 글자 한 글자 바꾸다 보니 6글자 밖에 남지 않아 거의 새로운 시로 탈바꿈했다. 아직도 더 나은 표현을 기다리고 있다. 글자 수가 제한되는 데다 압운(押韻)을 맞춰야 해서 일천한 필자에겐 힘에 부쳤다. 생경한 ‘요트’를 끌어들인 것은 압운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다만, “청공녹지비백구(晴空绿地飛白球)”라는 구절은 멋진 골퍼들과 그늘집 담소(談笑)를 즐기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위안이다.


작자

✔ 유우석(劉禹錫) : 772~842, 당나라 문인, 관료

✔ 추사(秋詞) : 유우석이 좌천된 후 가을하늘을 노래한 칠언절구(七言絶句)

한자

✔ [晴空一鹤排雲上, 便引詩情到碧霄 - 劉禹錫, 秋詞]

[청공일학배운상, 편인시정도벽소 – 유우석, 추사]

맑게 갠 하늘에 한 마리 학이 구름 위를 날아가면, 절로 시흥(詩興)이 푸른 하늘에 이르게 되네.

✔ 逢: 만날 봉, 悲: 슬플 비, 寂: 적막할 적, 寞: 적막할 막, 晴: 갤 청, 空: 하늘 공, 鹤: 새 학, 排: 배열할 배, 便: 바로 편, 霄: 하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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