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49]- 공자의 패션 가이드 3

최고의 클럽은 자기가 만드니라

by 나승복

2021년 초여름, 지인은 새로운 드라이버로 교체한 후 거리와 방향성이 모두 좋아졌다며 미소가 넘쳤다. 그 드라이버는 심미감이 넘치는 디자인에 신소재로 최고 성능을 구현한 최신 제품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도록 피팅까지 마친 것이었다. 그러니 유비, 관우, 장비 중 장비(裝備)가 으뜸이라는 개그를 반복할 만했다.


1개월 후쯤, 그 지인과 라운드를 하게 되었는데 그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 딴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지인은 비공인 드라이버로 교체한 후 상당한 기대를 걸었으나 그 이전과 대동소이하다고 불만이다. 과연 신통할 만한 드라이버나 아이언, 그리고 밀기만 하면 들어가는 퍼터는 없는 것일까?


[크리스탈밸리가평CC, 2021. 7.(필자 촬영)]


송나라 때, 임경희(林景熙)는 “일신월이(日新月異)”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신제품의 출현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성어는 직역하면 “날로 새롭고 달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 성어의 뿌리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진정 날로 새로워지고, 날마다 새로워지며, 또다시 날로 새로워진다(苟日新,日日新,又日新 /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이다. 이 성어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사물과 사회의 발전이나 진보가 빠르게 이루어져 새로운 사물과 사회현상이 부단히 출현한다는 것이다. 즉, 최신 과학과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문명의 이기는 물론, 운동장비도 급속도로 첨단화, 고도화되는 것을 포함한다.


골프에서도 첨단소재와 최고성능으로 무장한 클럽을 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에 따라, 브랜드별로 1,2년마다 신제품이 출시되곤 한다. 거리와 방향성이라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비기(秘器)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전문적 피팅을 통해 최적의 클럽조건에 근접해 간다. 골퍼가 신체조건이나 스윙상태를 고려하여 피팅한 클럽으로 개비하였다면, 이 클럽은 가히 일신월이(日新月異)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인의 설명에 의하면, 그 드라이버는 첨단 신제품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만면에 미소를 짓게 한 드라이버가 불만을 터뜨리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매우 간단하다. 일신월이(日新月異)의 클럽이 스스로 볼을 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클럽은 디자인과 소재와 성능이 뛰어나지만 그 자체로는 골프의 도구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골프는 정확하면서도 일관된 동작이 이 클럽을 통해 볼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 동작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프로지망 중등생의 경우에는 하루에 1천여 개의 샷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열정이 강한 경우에는 1주일에 몇 번씩 연습을 통해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말 골퍼가 주중에 2, 3회 연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 최신 드라이버로 라운드할 경우에는 거리와 방향이 라운드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일희일비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첨단과학과 신기술의 발달로 거리와 방향성을 겸비한 클럽이 출시되더라도, 골퍼의 신체조건과 스윙동작에 맞도록 부단한 연습을 하지 않으면 공염불(空念佛)이다. 골퍼가 큰 돈을 들여 최고의 클럽으로 개비하더라도, 그 우수한 성능을 활용할 수 없다면 그 클럽의 효용은 기존의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기적 교습과 부단한 연마를 통하여 자신의 클럽을 최적 도구이자 양수겸장의 비기로 만들어 보자. 하여, 멋진 샷을 날린 후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초록필드에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자.


첨단 과학의 발달로 문명의 이기(利器)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어느 정도 이용하고 있을까? 사용주체로서 적시에 능동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일신월이(日新月異)의 효과는 퇴색될 것이다.



문헌

✔ 임경희(林景熙) : 1242~1310,송나라 말기 문인

✔ 제산집(霽山集) : 임경희가 저술한 시문연구서

✔ 대학(大學) : 예기(禮記) 42편이었으나 송나라 때 사서(四書)의 하나로 받아들임.

한자

✔ 日新月異 – 林景熙(宋), 霽山集

[일신월이 – 임경희(송), 제산집]

진보가 빨라져 부단히 새로운 사물이 나오다.

✔ 異: 다를 이


● 다음 호부터는 “관계지속에 도움되는 고전지혜”에 관하여 5토픽을 쓰고자 하며, 그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골프 멤버는 동락(同樂)의 특수관계자다.
멋진 지음(知音)이라면 더 없는 행복이다.
도움 주는 멤버는 사람들이 모인다.
덕 있는 멤버는 외롭지 않다.
맹자는 라운드 중에 선생이 되지 말라 하고,
백거이는 달팽이뿔만한 필드에서
다투지 말라 한다.
깊이 헤아려야 할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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