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멤버는 동락(同樂)의 특수관계자다. 멋진 지음(知音)이라면 더 없는 행복이다. 도움 주는 멤버는 사람들이 모인다. 덕 있는 멤버는 외롭지 않다. 맹자는 라운드 중에 선생이 되지 말라 하고, 백거이는 달팽이뿔만한 필드에서 다투지 말라 한다. 깊이 헤아려야 할 지혜이다.
멋진 지음(知音)과 꿈의 라운드를 즐겨라
멋진 지음(知音)과 꿈의 라운드를 즐겨라
골프에서 동반자는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고객, 친구, 동문, 직장동료, 모임 회원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지인이 포함된다. 모든 동반자를 아는 경우도 있고 초면인 동반자도 있다. 동반자가 고객일 때는 명랑골프로 다소 산만하다. 모임 회원일 때도 비슷하다. 동반자의 수준이 비슷한 데다 스트로크 게임을 하는 경우라면,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동반자 간에 수준차가 클 경우에도 골프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누구와 라운드 할 때 가장 즐거울까?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추었으면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이리라. 마음이 통하는 친구, 즉 지음(知音)에 대한 중국 고사를 지나치기 어렵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유백아(兪伯牙)와 종자기(鍾子期) 간의 우정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남촌CC, 2020. 10.(필자 촬영)]
춘추시대 때, 진(晉)나라에 유백아(兪伯牙)라는 거문고 악사가 있었다. 그는 음률에 정통했고 연주실력도 출중했다. 어느 날, 그는 배를 타고 고향에 가다가 잠시 쉬던 중이었다. 추석 초야에 청풍명월(淸風明月)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 강가에서 홀로 거문고를 타니 그 소리가 은은하게 아름다운 경치에 스며들었다. 그때, 한 나무꾼이 강가에서 “좋구나!”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의기투합하여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백아는 나무꾼이 거문고의 연주법뿐만 아니라 음악이론에도 정통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백아가 고산(高山)을 찬미하는 곡을 연주했더니, 나무꾼은 “연주가 기가 막히네요. 우뚝 솟은 태산을 보는 것 같소.” 라고 말했다. 한 곡을 더 연주했더니, 그는 “정말 오묘하네요. 도도히 흐르는 강물(流水) 같소.” 라고 평했다. 그 순간, 백아는 이 나무꾼은 천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음악을 아는 사람(知音)’이라고 인정했다. 그 나무꾼의 이름은 종자기(鍾子期)였다. 그날 밤, 둘은 술을 마시며 거문고와 음악 얘기를 나누다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아침, 둘은 고별주를 나누며 다음 해 추석 초야에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1년 후, 백아는 그 곳에 가서 밤새 그를 기다렸다. 종자기가 나타나지 않자, 다음 날 아침 종자기의 집을 찾아 다녔다. 백아는 종자기를 아는 노인으로부터 “종자기가 몇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종자기가 임종 전에 선생과의 약속을 얘기 하더이다.”라는 말도 들었다. 백아는 노인을 따라 종자기의 묘소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슬픈 곡을 연주했다. 그는 대성통곡을 하며 “선생이 이 세상에 없으니 다시는 내 악곡을 알아들을 사람이 없소. 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해서 뭘 하겠소?”라고 탄식했다. 그는 바로 거문고를 부순 후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이 고사의 핵심은 마음이 통하는 지음(知音)이지만 그 매개체는 고산유수(高山流水)이다. 즉, 유백아가 악곡을 연주했더니, 종자기가 이를 알아보면서 우뚝 솟은 산(高山)과 도도히 흐르는 물(流水)처럼 오묘하다고 답한 것이다. 격조 있는 음악을 통하여 무언의 공감을 바탕으로 깊은 우정의 샘물이 넘침을 알 수 있다. 지위나 외모 또는 학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골퍼들 사이에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간단치 않다. 하여, 송나라 때의 시승(詩僧)인 석인숙(釋印肅)은 “아는 사람이 천하에 가득해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 수 있을까(相識滿天下,知心能幾人 /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라고 소회를 읊은 듯하다. 시공을 초월해서 통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골퍼에게 지음(知音)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향이나 상태를 이해한다. 어느 정도의 골프 수준을 갖춘 상태에서 따뜻한 심성과 훈훈한 배려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오가는 대화나 다소곳한 웃음이 라운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 동반자의 굿샷을 자신의 샷처럼 기뻐하며, 미스샷에 대해서는 부드럽게 기분을 다독인다. 창공의 흰구름과 산하의 향기에 인색하지 않고, 초록필드에 스치는 청풍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이러한 골퍼라면 가히 지음이라 할 수 있다. 지음과 함께 라운드를 하는 것은 꿈의 향연이리라.
치열한 경쟁, 삭막한 환경, 불확실한 미래가 복잡하게 얽힌 세상에서 마음이 통하는 지음(知音)이 있다면 분명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음과 한 잔 술에 멋진 음악으로 화답하며 복잡한 세상사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