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54]- 관계지속에 도움되는 고전지혜 5

덕이 있으면 동반자 문제는 없느니라

by 나승복

골프를 치다 보면, 후덕(厚德)한 골퍼가 있는 반면에 박덕(薄德)한 골퍼도 있다. 전자는 배려와 매너로 대하고, 후자는 무례와 불손으로 대한다. 전자는 동반자를 모으기 쉽고 동반자로서도 환영 받는다. 반면에, 후자는 시간이 갈수록 팀 구성 문제로 라운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아니하여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 라고 설파하였다. 덕(德)이라는 글자는 “간다(行)”라는 의미와 “똑바른 마음(悳)”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로서 “똑바른 마음을 가지고 인생의 길을 걷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주석 1). 공자의 이 가르침을 골프에 적용한다면, 덕이 있는 사람은 라운드를 위한 팀 구성이나 라운드 중에 소외될 수 없다.


덕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절제력과 배려심으로 구현될 수 있다. 절제력은 자신에 대한 것이고, 배려심은 동반자에 대한 것이다. 절제력과 배려심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절제력이 있는 사람은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절제력과 배려심에 관련된 시구를 음미하며 골프에 연결해 보자.


절제력에 관한 것으로는, 원나라 왕면(王冕)의 시구(詩句)가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사람의 칭찬에 화색을 띠지 말고,

세상을 가득 채울 청아한 기품을 남기시오.


不要人夸好颜色, (불요인과호안색)

只留清氣满乾坤. (지류청기만건곤)


다른 사람으로부터 멋 있다는 칭찬을 듣기보다는 천하에 풍길 수 있는 맑은 향기, 고상한 기품을 가지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골프에 맞추어 해석해 보자면, 동반자로부터 골프 수준도 높고 폼도 좋으며 패션도 으뜸이라는 칭찬을 기대하지 말지어다. 나아가, 동반자의 칭찬에 겸손하고 스코어에 겸허하며 언동에 품격을 유지하자. 편한 사이라 하더라도, 동반자가 근거리 파를 놓쳤거나 더블보기를 한 경우에는 버디를 했다 하여 과도한 언동을 삼가자. 자신의 수준이 좀 높다고 하여 동반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훈수를 두어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지 말자. 컨디션 난조로 생크가 나거나 짧은 펏을 놓쳤더라도, 평정심을 잃고 자책성 언사나 불편한 표정을 자제하자.


[Atlantic Beach Links GC, Cape Town, 남아프리카공화국, 2008. 9.(필자 촬영)]


배려심에 관한 것으로는, 당나라 왕범지(王梵志)의 시구(詩句)가 골퍼의 생각을 일깨워준다.


좋은 일은 서로 양보해야 하고,

궂은 일은 서로 넘기지 말지어다.


好事须相讓, (호사수상양)

恶事莫相推. (악사막상추)


좋은 일은 동반자에게 양보하여 혜택을 주고 궂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골프에 맞추어 보자면, 라운드 중에 동반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방관하지 말고 자신의 일처럼 동반자에게 관심을 베풀되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려심을 발휘할 경우는 절제력을 보여야 할 경우에 비해 훨씬 많다. 동반자가 볼을 찾을 때 정성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나, 한여름 카트를 탈 때 그늘진 자리에 앉도록 양보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동반자의 멋진 샷에 기뻐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적절히 다독이는 것도 배려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한편, 냉혹한 경쟁의 프로세계에서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예도 있다. 2021년 RBC해리티지 3라운드에서, 맷 쿠차가 김시우 프로의 버디펏 볼이 55초간 홀 끝에 있는 것을 기다렸다가 홀에 들어가자, 자신의 볼이 들어간 것처럼 기뻐하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던 모습은 후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주석 2).


골프의 동반자는 그 라운드를 동고동락하는 공동체 구성원이다. 혹자는 그 동반자와 다음 라운드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라운드는 성공적이라고 평한다. 자신에 대한 절제력을 유지하면서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에 감동받았다는 것이리라. 골퍼가 절제력과 배려심을 구현하여 공자가 강조한 덕(德)을 실행에 옮긴다면 ‘덕불고(德不孤)’의 인기 골퍼, ‘필유린(必有隣)’의 으뜸 골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로운 일상 속에서 차 한 잔,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며 힘겨운 사연과 즐거운 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번개 친구가 드문 세상이다. 이러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그 동안 덕(德)을 쌓아서 마음이 통하는 동반자를 두었다고 할 만하다.


문헌

✔ 공자(孔子) : B.C.551~479, 공구(孔丘), 춘추시대 노나라 사상가, 유가 시조

✔ 논어(論語) : 공자와 제자들간의 대화록, 사서(四書)의 하나

✔ 왕면(王冕) : 1310~1359, 원나라 유명화가, 시인

✔ 왕범지(王梵志) : 수나라 말~당나라 초, 시승(詩僧)

주석

1)이명권(2008.7.7.), 예수, 공자를 만나다. 16:덕과 아레테, 아시아화해학연구소, https://www.bing.com/search?q=%EC%9D%B4%EB%AA%85%EA%B6%8C+%EB%8D%95%EA%B3%BC+%EC%95%84%EB%A0%88%ED%85%8C&cvid=ea44c38ec9934286b5dd1a3e618db39f&aqs=edge..69i57.12688j0j4&FORM=ANAB01&PC=U531

2)김도하, 골프에서 훌륭한 동반자의 조건… 김시우와 동반한 쿠차, 골프한국, https://golfhankook.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45057

한자

✔ 德不孤,必有隣 – 孔子, 論語.里仁

[덕불고, 필유린 – 공자, 논어.이인]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아니하여 반드시 이웃이 있느니라.

✔ 德: 큰 덕, 孤: 외로울 고; 隣: 이웃 린


● 다음 호부터는 “궁금했던 골프법률 Q&A 1~9”를 4회로 나누어 쓰고자 하며, 다음 호에서 아래 두 항목을 다룹니다. ●


1. 까마귀가 카트에서 100만 원권 수표가 든 지갑을 물어간 경우 누구 책임인가요?

2. 골프장 클럽하우스 현관에서 골프가방을 도난당한 경우 누구 책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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