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00골프장에서 홀인원 부상으로 금 3,540만원 상당의 자동차 1대가 걸린 회원친선골프대회가 열렸다. B씨는 홀인원을 하였으나 5일이 지난 시점에 골프장에 의해 실격 처리되어 법정에까지 가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 소송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구지방법원 판결(2009. 8. 9. 선고 2008가단101947)의 주요 내용을 토대로 살펴본다.
B 씨는 자신이 지정홀에서 홀인원을 했고 당일 결과 발표와 더불어 상패를 시상했으므로 골프장을 상대로 홀인원 부상인 자동차를 달라는 소송을 냈다.
골프장은 B씨의 홀인원이 실격 처리되었으므로 홀인원상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골프대회 당시 위 골프장의 프런트와 식당 입구 게시판에 실버티는 70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로컬 룰을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63세에 불과한 B씨가 지정홀의 실버티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규칙이나 골프경기의 기본 정신에 비추어 홀에 따라 티샷 지점을 옮겨 다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홀에서는 레귤러 티를 사용한 B씨가 지정홀에서만 실버티를 사용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대하여, B씨는 실격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의칙에도 반하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즉, 골프대회 당시 골프장 주장과 같은 내용의 로컬 룰이 게시된 적이 없고, 홀에 따라 티샷 지점을 옮겨 다닐 수 없다는 규칙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경기 당시 골프장 소속의 경기도우미나 이벤트행사 업체의 파견직원이 실버티 사용에 관한 B씨의 질문에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고, 골프장의 다른 직원이나 경기위원들도 B씨의 홀인원을 인정하여 축하행사와 함께 홀인원상 시상식까지 모두 마쳤다는 점을 들었다.
[BA비스타CC, 2022.10.(필자 촬영)]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인정사실과 판단이유를 토대로 B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레귤러 티를 사용하던 B씨 일행은 지정홀에 이르러 일부 팀이 실버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경기도우미와 이벤트행사 업체의 파견직원에게 B씨 일행이 실버티에서 티샷을 해도 규칙위반에 해당하거나 홀인원상 수상자격에 문제가 없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하여, 그들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자, B씨 일행은 홀과의 거리가 130m 정도(이벤트행사 위임계약상 남자 120m 이상이면 된다)인 지정홀의 실버티에서 티샷을 했다.
이 골프대회에 적용된 대한골프협회 골프규칙에 의하면, ‘경기자가 실격에 해당하는 규칙 위반을 경기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경우 등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경기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에는 페널티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B씨의 실버티 사용경위, 경기의 진행경과, 홀인원상 수여경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B씨가 실격사유에 해당함을 알고도 지정홀의 실버티에서 티샷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골프대회는 회원들 사이의 친선경기에 불과하여 프로대회와 같은 정도의 엄격한 룰 적용을 전제로 하기는 어려우며, 시상식 후 5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골프장이 스스로 발표한 경기결과 및 시상식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 허용될 수 없다.
위 판결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은 당사자 간에 공방이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쌍방 모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보이고, 따라서 억울함이나 아쉬움이 컸을 법하다. 쌍방이 법정에 가기 전이나 재판 중에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를 보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물은 만물에 이로우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水善利于万物而不争).”는 도덕경(8장)의 가르침이나, “어떤 부족한 합의도 명판결보다 낫다(A bad settlement is better than a good judgement).”는 격언의 지혜가 적잖은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