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골퍼는 경기도 소재 00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던 중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 종이컵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까마귀가 카트에 내려와 먹을 것을 찾다가 위 골퍼와 동반자들이 카트 쪽으로 다가오자, 종이컵 안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먹을 것으로 알고 물고 날아갔다. 위 골퍼와 동반자들이 그 반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큰 소리와 함께 골프채를 휘두르며 까마귀를 쫓아갔다. 그 까마귀는 이 반지를 물고 날아가다가 떨어뜨린 후 사라졌다고 한다.
다행히 그 까마귀가 이 반지를 떨어뜨리고 날아가서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그 까마귀는 그 세계에서 교양 있는 부류에 속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 까마귀가 이 반지를 물고 가버렸다면 골프장, 반지 소유자, 캐디 중 누가 이 반지의 분실책임을 지어야 할 지 문제된다.
[2018. 10. 필자촬영]
상법 제151조에 의하면, 공중접객업자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53조에 의하면, 고객이 고가물의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맡기지 아니하면 공중접객업자는 그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상법의 규정들에 의하면, 골프장 경영자는 공중접객업자에 해당하므로, 골퍼가 다이아몬드 반지의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골프장에 맡기지 않았다면, 골프장 경영자는 까마귀가 이 반지를 물고 가버려서 발생한 분실책임을 지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상법 제154조에 의하면, 물건이 전부 멸실된 경우 고객이 공중접객시설에서 퇴거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골퍼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분실한 골프장에서 나온 날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는, 골프장 경영자가 손해배상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다투면 손해배상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골퍼가 고가물을 파우치에 넣어 둔 후 지퍼를 잠그지 않을 때 분실의 위험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그 위험을 생각하더라도 설마 자신에게 현실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주의가 뜻밖에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춘추(春秋, 노나라 역사서)의 주석서인 좌전(左傳)은 “평소에 위험을 대비하면 우환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有備無患, 유비무환).”라고 훈계한다. 평소 생활하면서 유비무환의 정신을 상기하자는 취지의 현수막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훈계와 현수막을 허투루 지나치지 말고 평소 각별히 그 의미를 헤아려 만일(萬一)의 손해나 위험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