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2006년 9월경 00골프장에서 공을 쳤는데, 그 공이 자신의 후방 8미터 지점에 있던 캐디의 하복부를 맞게 하여 법정에 서게 되었다.
골프를 치는 중에 그 지점과 평행선 주위에 있다가 공에 맞았다는 얘기는 들은 바 있어도, 8미터 뒤에 있는 사람이 공에 맞았다는 일은 금시초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벌어진 일일까?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2008.10.23. 선고 2008도6940)과 항소심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08.7.17. 선고 2008노466)에 의하면, 그 자초지종과 재판결과는 이렇다.
B씨는 그날 위 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면서 좌측 발이 뒤로 빠진 채 골프공을 쳤는데, 그 공이 B씨의 등 뒤쪽으로 날아가 약 8m 지점에 서 있던 캐디의 하복부에 맞았다.
캐디는 공에 맞고 그 충격으로 쓰러져 제4,5요추간 추간판탈출증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캐디는 이 사건 이전에도 허리에 통증을 앓아오다가 B씨가 친 골프공에 맞고 쓰러져 허리 통증이 더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검사는 과실치상죄로 재판에 붙였다.
법원은 골퍼의 라운드 중 주의의무와 그 대상에 대해 판시하였다. 즉, 골프와 같은 개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펴 미연에 다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캐디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다.
[Sanyang GC, Suzhou, 중국, 2016. 3.(필자 촬영)]
다만,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가 경기규칙을 준수하는 중에, 또는 그 경기의 성격상 당연히 예상되는 정도의 경미한 규칙위반으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행위라면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경기를 하던 중 골프공을 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등 뒤편으로 보내어 등 뒤에 있던 캐디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이므로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은 골프경기 도중 발생한 것으로서 스포츠가 통상 상대방의 상해를 수반하는 운동 경기이므로 피해자의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는 점을 내세워 과실치상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캐디가 통상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아닌 B씨 뒤쪽에서 경기를 보조하는 등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마친 상태였고, 자신이 골프경기 도중 상해를 입으리라고 쉽게 예견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스윙을 하면서 좌측 발이 뒤로 빠진 채 공을 쳤다는 점에 의하면, B씨의 동작이 골프의 기본에서 현저히 벗어나 위험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B씨가 이 사건 발생 시에 처음으로 좌측 발이 뒤로 빠진 것이 아니라면,그 전에도 이와 같은 동작으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따라서, B씨는 캐디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주면서 더 후방으로 가도록 하는 등 상해결과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본질적 원인은 B씨가 골프의 기본동작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데 있으므로, B씨는 필드 라운드에 앞서 전문가의 교습을 통하여 안전하게 라운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위험한 골프'에서 벗어나 공자의 가르침대로 '즐기는 골프(樂之者)'의 참맛을 향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