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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복 Mar 02. 2023

[형사7] 약물 골프로 마약법위반에 사기죄를 짓다니  

신춘라운드에서 마약법위반과 사기가 왠 말인가

D씨는 2022년 4월 전북 소재 00골프장에서 일행이 준 약물 커피를 마시고 내기 골프를 했다가 6천여만 원을 잃은 후 몸 상태가 이상함을 알고 일행을 사기로 고소하였다.


골퍼가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 즐거움과 힐링의 무대에서 발생하다니 커다란 충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자초지종과 법적 책임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사건의 재판결과는 알기 어려우나, 서울경제 기사(김후인, https://www.sedaily.com/NewsView/268P5Q2BTJ, 2022.7.28.)의 요지에 기초하여 그 자초지종과  일행의 법적 임관계를 살펴본다


일행은 그날 위 골프장에서 평소 골프를 함께 치던 D씨에게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로라제팜을 몰래 탄 커피를 마시게 해 의식을 흐리게 만든 뒤 내기 골프를 쳐서 6천여만 원을 가로챘다. 일행은 커피 제조, 피해자 섭외, 금전 대여, 바람잡이의 역할을 나누는 등 사전에 범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D씨가 약물로 인해 무기력감 등으로 이상하여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하자, 일행은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만 친다고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회유하며 얼음과 두통약을 건내기도 했다. 결국 경기를 끝까지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D씨는 평소보다 점수를 내지 못하여 6천여만 원을 잃고 말았다.


D씨는 라운드를 마친 후 커피 등이 이상함을 알고 경찰에 일행을 사기로 고소하였다. 경찰은 일행 중 한 사람의 소변에서 마약 성분을 검출했으며, 그 사람의 차에서 같은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발견하였고, 일행이 골프장에서 커피에 약물을 타는 영상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일행 중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레이크뷰GC, 라오스, 2017. 1.(필자 촬영)]


위와 같이 커피에 약물을 타서 동반자에게 마시게 한 후 내기 골프를 쳐 돈을 가로챈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명백해 보이지만, 도박죄도 성립할 수 있을까?


도박이라 함은 2인 이상의 자가 상호간에 재물을 걸어 우연한 승패에 의하여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사기도박에 있어서와 같이 도박당사자의 일방이 사기의 수단으로써 승패의 수를 지배하는 경우에는 도박에 있어서의 우연성이 결여되어 사기죄만 성립하고 도박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9330 판결).




신록이 가득한 초봄의 대자연 속에서 약물을 몰래 탄 커피로 동반자의 의식을 흐리게 한 후 거액을 가로채기까지 하다니 그 일행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악행이자 중대 범죄다. 어이하여 고상한 품격을 지녀야 할 골퍼의 임무는 팽개친 채 탐욕과 기망이 난무한 범죄의 늪에서 허우적된다는 말인가?


서한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이 쓴 설원(說苑)에서는 “화는 단번으로 끝나지 않는다(禍不單行 / 화부단행).”고 충고하였다. 이러한 악행은 이 사건의 처벌에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 경제적 손해를 비롯하여 또 다른 화(禍)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약물 커피의 피해자인 동반자가 거액이 걸린 내기 골프에 참여한 것은 화를 키운 데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라운드를 시작할 때나 진행 중에 내기 수준이나 진행 상황을 잘 살펴서 다른 동반자들의 그럴듯한 회유에서 지혜롭게 벗어나자.   


전국책(戰國策)에서 “가능한 지를 살핀 후 진행해야 한다(見可而進 / 견가이진).”고 강조했는데, 이는 법적 위험을 비롯하여 각종 부정적 요소를 깊이 헤아려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내기 골프가 도박으로 가지 않고 식비 모으기 정도의 오락에 그치는 것인지에 대하여 냉철하게 살펴서 골프가 선사하는 즐거움과 재충전의 의미를 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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