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의 제국-150년의 경제전쟁
화이트채플 주민이 크롬웰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한 것은 다음 날 새벽이었다. 신고를 받은 선임수사관 브라운은 곧바로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런던 거리는 여전히 안개에 잠겨 있었다. 화이트채플의 막다른 골목 안, 싸늘하게 식은 크롬웰의 시신 옆에는 가장자리가 잘 다듬어진 석탄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의도된 살인이라는 의미였다. 시신의 처참한 상태를 확인한 브라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목격자는 없나?"
브라운이 현장 담당 수사관에게 물었다. 수사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측되는 시간에 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어둠과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브라운은 석탄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표면이 매끈한 것이 일반적인 가정에서 쓰는 연료용 석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석탄에는 두 개의 원이 접하는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꽤 솜씨 있는 자가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새긴 것이었다.
"감식이 끝났으면 시신은 옮기고, 주변 검색을 강화해. 특히 이 석탄 덩어리와 비슷한 것을 찾으면 즉시 보고하게."
브라운은 지시를 내리고 크롬웰의 공장으로 향했다. 그의 공장은 사장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아직 모르는 것인지 증기기관의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감독관 휘트모어는 브라운을 사무실로 안내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사장님이 살해당하다니. 그렇게 다정다감하신 분을 누가..."
휘트모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브라운은 그의 얼굴을 꿰뚫어 볼 듯 바라봤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군요..."
브라운은 현장에서 발견된 석탄 덩어리를 휘트모어에게 내 보였다.
"혹시 이 석탄의 출처를 알 수 있겠소?"
"글쎄요. 이런 석탄 덩어리로 출처를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휘트모어는 석탄을 여기저기 자세히 살폈다.
"이건 아마도 웨스트 웨일스 지역인 펨브록셔 탄광에서 캔 것 같습니다. 밀도가 단단해서 잘 깨지지 않습니다. 색상도 회색에 가까운 검은색이어서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탄화도가 높아서 연기도 거의 나지 않아서 고급 주택 난방용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산업용으로는 사용되지 않소?"
"힘이 좋아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됩니다. 우리 같은 공장에서는 값이 비싸서 상대하지 않습니다."
잠깐 생각에 잠긴 브라운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런던지역에서 석탄 중개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아, 그런데 런던으로 오는 배들이 주로 킹스부두에 석탄을 하역합니다. 그쪽으로 가시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질문이 질문으로 돌아오자 브라운은 마른 기침을 한 번 한 후 말을 이었다.
"평소에 크롬웰 씨가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은 없었소?"
이 질문에 휘트모어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원한을 사실 분은 아니지만, 굳이 찾자면... 길드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길드는 원래부터 공장이라는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지요. 원한이라면 아마도 길드로부터의 원한 내지 원망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길드 출신이라 잘 알지요."
"혹시 어제 크롬웰 씨가 퇴근할 때 특별한 점은 없었소?"
"그러고 보니 스피탈필즈에 들러 간다고 일찍 퇴근했습니다. 전에 없던 일이지요."
"스피탈필즈의 누구를 만난다고 하지는 않았소?"
"그냥 스피탈필즈라고만 해서 누구를 만나는지는 알 수 없죠."
"스피탈필즈에 알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살인사건의 범인을 지명하는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 섣불리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글쎄요..."
실망한 브라운이 말꼬리를 살짝 바꿨다.
"길드가 공장 시스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중 유별나게 공장시스템을 증오하거나 원망한 길드나 그런 사람은 없소?"
"굳이 말을 하자면 동쪽의 스피탈필즈에서 몇 년 전에 폭동이 일어난 적은 있지요. 뭐, 다 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죠..."
이 말이 끝나자마자 브라운과 휘트모어의 시선이 마주쳤다.
'스피탈필즈?'
스피탈필즈라는 이름이 이 짧은 대화에서 각각 다른 주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브라운은 스피탈필즈를 중심으로 휘트모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크롬웰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스피탈필즈' 길드와 충돌이 있었는지, 길드 내에서 가장 과격파가 누구였는지 등이었다. 휘트모어는 옛 길드의 우두머리였던 제임스 크라운이라는 인물을 언급했다. 그는 기술적인 자부심이 매우 강했고, 크롬웰의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주를 퍼부었다고 했다.
공장을 나선 브라운은 곧바로 크롬웰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브라운이 들어설 때 크롬웰의 아내는 거의 실신 지경이었다. 그녀의 언니가 와 있었다. 난처한 표정의 브라운이 크롬웰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 정말 죄송합니다만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부인이 퉁퉁 부은 눈으로 브라운을 올려다봤다.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혹시 어제 바깥 분이 누굴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요?"
"몰라요. 공장 일은 집에서 말을 잘하지 않는 분이라..."
답변은 하지만 정신을 놓아버린 사람의 표정이었다. 브라운은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혹시 하는 마음에 스피탈필즈를 언급했다.
"어제 공장에서는 스피탈필즈에 간다고 했다는데, 혹시 짐작되는 곳이 없습니까?"
부인이 고개를 들었다.
"거긴 존 러드가 사는 곳이에요. 존이 최근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같은 길드에 있었던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한 부인이 벌떡 일어나며 울부짖었다.
"존 러드가 범인입니까?!"
선임수사관 브라운이 존 러드의 집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브라운은 억지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허술한 문이라 몇 차례 흔들자 문고리가 떨어졌다. 그저 평범한 방이었다. 탁자 위에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새긴 동판화가 놓여 있었다. 손으로 동판을 들어 새겨진 얼굴을 한번 훑어 본 후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았다. 창문 쪽에 침대가 있었다. 어질러진 담요 위에 봉투 하나가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크롬웰의 것으로 보이는 사인이 있었고, 안에는 돈이 들어있었다. 크롬웰이 어제 존 러드의 집에 온 것이 확실하다는 물증이었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존 러드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브라운은 돈 봉투를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날 아침 브라운은 옛 스피탈필즈 길드를 찾아 나섰다. 꽤 이른 아침이었지만 스피탈필즈 시장 근처의 몇몇 작은 가정집들은 삶의 열기로 들썩였다. 문 너머로는 낡은 방직틀 몇 대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아이 울음소리, 그리고 앓는 듯한 숨소리를 내는 직조하는 사람의 호흡이 뒤섞여 나왔다.
“엘리엇 부인, 어제는 몇 야드 뽑으셨소?”
벽면의 회반죽이 벗겨진 어느 가정집 창에서 60대 초반의 실크 장인이 바깥으로 턱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의 손은 갈라져 있었고, 오래된 얼룩이 지워지지 않은 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머리를 두건으로 감싼 이웃의 중년 여인은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마디 밖에 안 나왔어요. 불량 수입실이 자꾸 엉켜서 작업이 힘들어요. 길드가 있던 시절엔 이런 재료, 감히 팔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 말에 남자는 작게 웃었다. 예전 같으면 외국산 불량사를 유통한 상인은 조합의 규율에 따라 벌금을 물거나 추방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시장엔 규제도 없고, 이웃끼리도 그저 경쟁 상대일 뿐이었다.
거리를 조금 더 가자 공장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곳은 예전에 스피탈필즈 장인들의 창고 자리였던 곳으로 지금은 면직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싸구려 면사와 기계가 결합되어 하루에 수십 배의 천을 뽑아냈다. 길 옆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그 광경을 보며 지나가는 브라운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젠 기술보다 속도가 가치가 되었다우…”
길드가 사라진 자리는 질서보다 경쟁, 품질보다 물량, 공예보다 기계가 점령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보다 자본이 우위에 섰다.
스피탈필즈 길드가 문을 닫은 지는 벌써 6년 남짓되었다. 그 후로, 창고는 면직공장으로 바꼈고, 장인들이 자부심으로 가꿨던 작업장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지붕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회색 석판 바닥 위엔 천 조각과 비둘기의 똥과 깃털, 그리고 이름 모를 짐승의 배설물까지 흩어져 있었다. 예전 같으면 수련생과 장인이 같이 실을 고르고, 무늬 도안을 이야기하며, 전래의 기술을 전수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길드가 사라진 자리에는 질서도 함께 사라졌다.
주택가를 지나 스피탈필즈 길드 작업장까지 온 브라운은 이 암울한 풍경 속에 앉아있는 또 다른 노인을 발견했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고, 눈빛은 이미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듯했다. 그는 벽에 기대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브라운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르신, 잠시 여쭤볼 것이 있소."
브라운이 말을 걸자, 노인은 느리게 고개를 돌렸지만 눈동자는 초점 없이 브라운을 스쳐 지나갔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노인의 목소리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있었다.
"토마스 크롬웰에 대해 아시오? 그에게 원한을 품은 길드 장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노인의 눈동자에 희미한 불꽃이 스쳤다. 그는 주위를 힐끗거리더니 몸을 브라운 쪽으로 기울였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선명했다.
"크롬웰... 그자는... 글쎄... 악마에 가까운 자였지. 우리 길드의 소리를 멎게 했으니..."
별로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브라운은 크롬웰 공장의 휘트모어 감독관이 말한 제임스 크라운에 대해 물었다.
"혹시 제임스 크라운이라는 인물을 아시오? 길드의 우두머리였다고 들었소."
노인의 얼굴에 아득한 미소가 스쳤다.
"제임스... 그는 살아있는 천사였지. 길드가 멈춘 날, 제임스는 우리에게 약속했어. '이 불의한 세상에 피의 복수를 하리라!' 하고 말이야. 그땐 정말... 뜨거웠는데... 비록 이룰 수 없는 약속이었지만 말이야..."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브라운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노인은 눈을 크게 뜨고 브라운을 직시했다.
"왜... 그를 찾는 건가? 크롬웰의 복수를 하려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피를 원하는 건가?"
노인의 손이 브라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가늘게 떨렸지만, 손의 힘은 상당했다. 브라운은 잡은 손을 그대로 둔 채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살인자를 잡으려는 것뿐이오. 당신들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법은 지켜져야 하오."
노인은 브라운의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보더니 잡았던 손을 놓았다.
"법... 법이라. 그 법이 우리를 버렸지. 당신들의 법. 제임스는... 마지막으로 그를 본 건 템스 강 북쪽의 킹스부두 석탄 야적장이었어. 제임스는 석탄이야말로 악의 근원이라고 늘 말했거든... 조심하게. 그들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이야.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 가장 위험한 법이지."
브라운은 거의 사건의 실체에 접근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경시청으로 돌아와 수사관들을 소집한 그는 지금까지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했다. 주요 용의자는 존 러드와 제임스 크라운이었다. 존 러드의 집에서 발견된 돈 봉투가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제임스와 러드에 대한 브라운의 브리핑이 끝나자 제임스 크라운을 안다는 수사관 한 명이 제임스 크라운의 실존을 최종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제임스는 런던지역 모직 섬유 길드 전체를 대표하는 우두머리였다.
체포조와 잠복조가 결정됐다. 존 러드와 제임스의 집에는 각각 두 명의 체포조가 배정됐고 킹스부두 석탄 야적장 잠복조로 세 명이 배정됐다. 브라운은 킹스부두 잠복조에 합류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해는 템즈강 너머 햄프스테드 언덕 뒤로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하늘은 짙은 남색에서 검은 먹빛으로 천천히 번졌고, 석탄 야적장은 빛의 마지막 흔적까지 삼켜버릴 듯한 어둠 속에 잠겼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강변을 따라 멀리서 마치 작은 산처럼 쌓인 석탄 더미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야적장에는 아직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 몇 명이 석유등에 의지해 마지막 탄 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불빛은 깜박이며 흔들렸다. 그림자는 석탄 언덕을 따라 길게 늘어져, 마치 검은 영혼들이 야적장을 배회하는 것처럼 퍼져나갔다.
브라운이 야적장에 도착할 무렵, 멀리 템즈강 너머에선 배들이 닻을 내리는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들은 마차를 야적장이 보이는 으슥한 곳에 세운 후 마차 안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야적장에서 소리가 사라지자 낮에는 보이지 않던 부랑자들이 부두의 그늘을 벗어나 야역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재 속에 박힌 덩어리탄을 뒤적이고, 탄가루 한 움큼이라도 더 주워가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잔재들이 그들에겐 밤을 지날 수 있는 연료이자 식량이었다.
잠복이 길어졌다. 부랑자들도 사라졌다. 날은 추웠고, 습기 먹은 바람은 음습했다. 네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밖을 보고 있었지만 사위는 그야말로 적막했다.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브라운은 생각했다, 만약 범인이 나타난다면 또 다른 살인을 준비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범인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오히려 지금은 몸을 숨길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차라리 제임스 크라운의 집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 걸까?'
이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낮은 대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그림자가 야적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키가 작고 큰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서로의 눈을 맞춘 브라운 일행은 긴장한 상태에서 실루엣을 눈으로 좇았다. 실루엣은 야적장을 돌아 옆에 있는 큰 창고의 문을 익숙한 솜씨로 열었다. 잠시 후 창고 안에서 희미한 불이 새 나왔다.
브라운은 마차에서 내려 단발 권총을 꺼내 들고 창고를 향했다. 문틈으로 보니 희미하게 타오르는 화로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창고 안 한쪽 구석에는 석탄더미가 천정까지 쌓여 있었다. 수사관 한 명이 제임스 크라운의 얼굴을 확인했다. 크라운 옆에 있는 또 다른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브라운은 소스라치듯 놀랐다. 그것은 존 러드의 집 동판화서 본, 바로 존 러드였다.
"크롬웰은 죽었지만,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야."
제임스 크라운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화롯가에 서서 불을 보는 그의 얼굴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오랜 고통에서 비롯된 단호한 결의가 엿보였다. 크라운 옆에 서 있던 존 러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어요, 크라운 님. 가족들은 굶주리고... 우리도... 이제...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기술은... 생명을 잃어버렸습니다..."
존 러드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감이 묻어 있었다.
"아니, 존! 틀렸어!"
크라운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가 화로에 석탄 가루를 던져 넣자 화로에 불꽃이 일었다. 그의 얼굴이 더욱 이글거렸다. 크라운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수백 년 이어온 전통이 무너졌어. 수많은 길드의 가족들이 일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어. 이걸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만 있어? 비록 실패할지라도 우리라도 저항해야 해. 그래야 역사가 우리를 기억이라도 할 것 아니야."
말을 더해 가는 크라운의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이 번졌다.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갔다. 존 러드가 크라운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가슴 속의 진심이 말이 되어 나왔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
존 러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브라운은 신호와 함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사관 둘은 곤봉을, 나머지 한 명은 단발 권총을 들고 있었다.
"국왕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체포한다!"
놀란 두 사람이 어리둥절하는 순간 먼저 반응한 것은 존 러드였다. 그는 석탄더미 쪽으로 뛰어가 기다란 쇠꼬챙이를 손에 쥐었다. 제임스는 덩달아 삽을 들었다. 존이 소리쳤다.
"도망쳐요, 크라운 님!"
존이 크라운 앞을 막아서며 브라운과 수사관들을 향해 쇠꼬챙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탕'
제일 앞에 서 있던 브라운의 단발 권총에서 벼락같은 소리가 났다. 총알은 정확하게 존 러드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는 화로 옆 석탄 부스러기 위에 쓰러졌다. 가슴에서,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눈을 뜬 채로 호흡은 단 두 번에 끊겼다.
이 모습을 본 크라운이 삽을 들고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며 브라운을 향해 달려 들었다.
'탕'
수사관 둘이 곤봉을 들고 달려드는 사이 권총을 든 수사관이 쏜 탄환이 크라운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고, 그는 쓰러진 존 러드 옆에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소리를 내지르지도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의 눈이 존 러드의 모습을 좇았다. 눈물이 흩어졌다.
“제임스 크라운, 당신을 크롬웰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브라운은 피비린내를 들이마시며 크라운의 손목을 묶었다.
(목요일에 6화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