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엘레노어 리드

은화의 제국-150년의 경제전쟁

by 정섭

톰슨이 아서 브룩스를 만나는 사이 케인즈는 씨멘스 브러더스 노동조합 해리 도슨의 장인에게서 받은 주소를 들고 도슨의 아내가 머문다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하수도와 석탄 냄새가 뒤섞인 런던의 동쪽, 노동자들이 밀집한 거리는 대공황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워진 곳이었다. 한때 번화했을 법한 거리에는 활기를 잃은 상점들과 절망에 찬 사람들의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도슨의 장인 집은 낡고 허름한 주택 2층에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아직 젊지만 깊은 슬픔에 잠긴 한 여인이 반쯤 연 문 사이로 나타났다. 도슨의 아내, 메리였다. 그녀는 케인즈의 낯선 차림새에 불안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가 자신을 소개하고 살인 사건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고 왔다는 말을 하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딸아이 둘이 뛰어놀고 있었다. 케인즈가 들어가자 아이들이 메리에게 매달려 케인즈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메리가 아이들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남편이 죽은 이후에 아이들이 많이 위축됐어요. 저도 저지만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메리의 목소리에는 남편을 잃은 슬픔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낡은 소파와 조그만 난로, 그리고 벽에 걸린 흑백 가족사진은 남편이 살아왔던 삶의 흔적이었다. 케인즈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케인즈는 자신의 지적인 세계가 이처럼 작고 소박한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비극과는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 절감하고 있었다.


“도슨 부인, 괴로우시겠지만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남편분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누군가와 논쟁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메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압니다. 저는 그 남자가 무서웠어요. 남편에게 함부로 했고 거침이 없었어요."


메리는 남편이 그 남자를 만난 날의 일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날 저녁 늦게 집에 왔습니다. 그날은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이틀 앞둔 날이었어요. 그 사람은 집 앞에서 남편을 기다렸다가 남편과 함께 들어왔어요. 아마 이전에도 서로 본 적이 있는 사이 같았어요. 그 사람이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저는 몰랐어요."


낯선 사람이 집 앞에서 기다렸다는 사실부터 끔찍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날 일을 상기하면서 새로운 감정에 휩싸이는 듯했다. 케인즈는 그녀가 말을 이을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 그 사람은 임금을 낮춰야 회사가 산다는 말을 계속해서 했어요. 그게 안 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도 했고요. 그런데 말투가 얼마나 고압적이었는지..."


메리는 그날을 회상하면서 치를 떨었다.


"경제가 어려운 건 저조차도 아는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까지 와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윽박지르니 해리도 화가 많이 났어요."


케인즈가 고개를 끄덕여 메리의 말에 동의하는 표시를 했다.


"그런 이야기로 옥신각신하다가 해리가 며칠 전 주주들이 엄청난 배당금을 가져간 사실을 보도한 신문 이야기를 했어요. 기사가 난 날에도 해리가 신문을 들고 와서 엄청 화를 냈었어요... 그렇게까지 말이 나오자 그 동업자라는 사람도 더 이상 말문이 막혔는지 돌아서 나갔어요."


여기까지 듣던 케인즈가 물었다.


"그 사람이 혹시 자기 친구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나가면서 혼잣말로 '아서, 그 친구의 심정을 이제 좀 알겠군...' 하는 말을 중얼거렸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아서라는 이름은 분명히 기억해요. 그 말 뒤에 낮은 목소리로 욕을 붙였는데, 너무 섬뜩한 기분이 들어서 똑똑히 기억해요."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아서라는 이름이 분명합니까?"

"네, 맞아요. 아서라고 했어요. 분명해요. 아는 분이에요?"

"안다기보다...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있습니다."


메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범인인가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케인즈는 메리에게 동업자의 이름을 물었다. 메리는 기억을 되살려 말했다.


"처음 집에 왔을 때 자기를 매킨지라고 소개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한 메리가 케인즈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메리가 케인즈에게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은화였다.


"해리가 죽은 현장에 은화가 있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은화를 해리가 가져왔었습니다. 안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면 이걸 경시청에 전달할 생각이었어요."


은화를 손에 든 케인즈가 가방에서 은화 사진을 꺼내 메리에게 내밀었다.


“이게 현장에서 발견된 은화입니다."


사진을 든 메리의 손이 덜덜덜 떨렸다.


“이건... 남편이 사건 전날 갖고 온 그 은화와 같은 것이군요."

"혹시 매킨지가 가져온 것입니까?"

"글쎄... 요. 그날은 남편이 많이 취해서 들어왔어요. 남편의 옷을 정리하다가 호주머니에서 나온 동전들을 따로 테이블 위에 놔뒀는데... 이 동전은 특이한 문양이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더니, 술집에서 누가 줬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지금도 모르시는군요?"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은화를 미리 주고, 죽인 다음에 같은 은화를 시신 옆에 두고..."


메리는 눈물을 쏟았다. 메리가 진정하기까지 기다린 케인즈가 말했다.


"모건 시장의 경우에도 누군가 미리 은화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메리가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면 은화를 미리 준 것이... 살인 예고였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메리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케인즈는 메리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집을 나섰다. 런던의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폐 속을 파고들었다. 아서 브룩스가 이 사건에 깊이 개입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물증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킨지를 만난 들 그가 과연 진실을 말해 줄는지도 미지수였다. 집으로 향하는 케인즈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날 오후, 런던 중심가의 '더 타임스' 편집실은 타자기 소리로 가득했다.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가 뒤섞이는 곳이었다. 경제부 기자 엘레노어 리드는 그 소란 속에서 두 건의 살인 사건 기사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톰슨 경위를 취재하는 과정에 그녀는 케인즈라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이 사건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용의 선상에 오른 아서 브룩스조차 경제학자였다. 캐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수강한 그녀로서는 이는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케인즈의 논문 복사본, 아서 브룩스가 쓴 칼럼 스크랩, 그리고 루스벨트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다룬 미국 경제 잡지 기사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특히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은 1년 전 케인즈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이었다. "회복이 먼저이고, 개혁은 뒤따라야 한다"는 제목의 그 서한은 당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엘레노어는 아서 브룩스의 입에서 이물질, 혹은 불순물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톰슨의 말에 신경이 쓰였다. 과격한 임금 인상 투쟁을 주장한 노동조합 간부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의 재정을 투입하려고 시도한 시장 역시 모두 전지전능한 시장을 훼손했다고 여겨질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녀는 그 모든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며, 범인이 그들을 왜 표적으로 삼았을 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정리하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엘레노어는 케인즈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엘레노어를 맞은 케인즈는 언젠가 본 적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그녀를 기억해 냈다.


"자네는..."

"네, 존 메이너드 케인즈 교수님, 저는 '더 타임스'의 엘레노어 리드입니다. 캐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교수님께 화폐론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렇군. 아는 얼굴이 맞았군."


이렇게 말한 케인즈가 마치 학생에게 말하듯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내겐 어쩐 일인가? 학점 문제라면 곤란해."


케인즈의 농담에 다소 놀란 표정이 된 엘레노어가 농담에 관심이 없다는 듯 정색을 하고 말했다.


"실례지만, 최근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여쭤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케인즈는 살인 사건이라는 말을 듣자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살인 사건을 취재하면서 왜 날 찾아왔나?"

"그야 톰슨 경위에게 들어서 압니다, 교수님께서 살인 사건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모습이 보기에 싫지 않았다.


"그래, 무엇이 궁금한가?"

"교수님께서는 우리 '더 타임스'를 통해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주장을 하거나 활동을 한 사람들입니다. 한 명은 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임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이 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말하자면 교수님의 자식인데, 이런 식으로 피해자의 공통점을 추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엘레노어는 케인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런 추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케인즈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케인즈가 가만히 있자 엘레노어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했다.


"교수님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오래된 질서를 넘어서고자 하는 분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런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배신자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케인즈는 아서 브룩스의 칼럼 속에서 발견한, 자신을 향한 적대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을 '배신자'라고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케인즈의 연구실로 들어온 학생들로 인해 대화는 중단됐다. 엘레노어는 서운한 기색을 한 후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케인즈의 연구실을 나서며, 엘레노어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런던 연쇄 살인, 경제학자의 대결인가?"


다음날, 엘레노어 리드는 편집장의 방문을 두드렸다. 밤새 원고를 쓰고 다듬느라 피곤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편집장은 안경 너머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원고를 받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었다. 중간쯤 읽던 편집장이 말을 꺼냈다.


“리드 양, 자네 기사는 매우 매력적이야. 케인즈 교수와 브룩스 박사의 사상적 대립, 그리고 150년 전의 음모까지 엮은 이 이야기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스토리야.”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이렇게 칭찬으로 시작하면 까일 확률이 높았다. 엘레노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편집장은 마지막 장을 덮더니 펜으로 헤드라인을 길게 그어버리고는 원고를 엘레노어에게 돌려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사를 실을 수 없네... 이유는, 알지?”

“편집장님, 이건 단순한 추리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요!”


편집장이 엘레노어의 말을 잘랐다. 편집장이 검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유는 많아. 우선, 모두 심증이야. 아서 브룩스를 이 사건에 연결시키려면 물증이 있어야 해. 물증 없이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살인자로 몰아? 정신 나간 짓이지."

"심증이라도, 충분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문양이라는 연결 고리가 너무 뚜렷하잖아요. 그리고, 아니... 편집장님. 기사가 기소장도 아니고 기자가 수사관도 아닌데 매번 물증이 있어야만 기사를 씁니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엘레노아를 빤히 보면서 편집장은 가운데 손가락을 하나 더 펴서 브이자를 만들었다.


"둘째, 맞아, 심증만으로도 기사는 쓸 수 있지. 그러나 심증만으로 다루기에는, 이 기사가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 상대는 하버드대학 교수야!”


편집장도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지금 런던의 실업률이 얼마야? 17퍼센트를 넘어섰지? 이건 사상 최고치야. 거리마다 실업자들, 굶주린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어. 그런데 하버드대학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근거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기사를 내보내면, 사람들이, 와 '그럴 법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겠어...?"


편집장은 엘레노어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엘레노어의 코가 쑥 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자신감을 얻어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면 '더 타임스'가 드디어, 판매 부수을 올리려고 미쳤구나 하는 생각을 하겠어?”


그날 밤, 케인즈는 잠 못 이루고 서재에 앉아 있었다. 사흘 후에 열릴 국제경제학 학회에서 케인즈가 해야 할 발표 준비가 급했지만, 피해자 모두 죽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은화를 건네받았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임금인상과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브룩스는 시장질서의 '이물질'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완벽한 시장에서 실업은 임금의 문제였다. 실업자가 생기면 임금을 낮추면 된다. 경제학 교과서가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이 모든 논리를 우스개로 만들고 있다. 대공황의 원인이 임금이라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는 현상이 아닌가? 가게에 물건이 남아돌아도 가게 밖에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이 기이한 현상을 세이의 법칙은 설명하지 못한다.


케인즈의 노트에는 두 개의 원이 접하는 그림과 '이물질'이라는 표현으로 가득했다. 그는 두 개의 원 가운데 굳이 따지자면 이물질에 속한다. 과연 자신은 배신한 것이며 이론의 이물질인 것인가?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던 케인즈는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내 리디아였다. 손에 찻잔을 들고 있었다.


“요즘 당신, 많이 지쳐 보이는데, 눈빛이 오히려 차가워졌어요. 숫자에 갇힌 사람처럼 보여요. 뭐든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에요?”


리디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케인즈를 잘 아는 리디아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었다.


“나는 단지... 혼란할 뿐이오.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말이오... 마셜이라면 지금의 이 혼란을 어떻게 진단했을까, 과연 그는 해답이 있을까, 모든 것이 회의적이오."


케인즈는 다소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리디아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경제도 결국은 사람의 행동, 사람의 생각이 만드는 사회 현상이 아닌가요? 숫자나 논리에서 벗어나 사람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메이너드?”


케인즈는 감동하는 눈빛으로 리디아를 바라봤다. 리디아가 너무 감동하지 말라는 표정을 하며 돌아서서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러다가 발을 멈춘 리디아가 돌아서서 무심한 듯, 그러나 다정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파레토에서 출발했으니 파레토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건 어때, 메이너드?"


리디아의 말에 케인즈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파레토가 마셜에게 편지를 보냈다면 마셜이 답장을 썼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왜 못 한 것일까? 마셜의 성격상 그는 분명 파레토에게 답장을 보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편지는 파레토의 원고 더미 속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케인즈는 그랜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랜트는 집에 있었다. 케인즈가 내일 함께 마셜의 편지를 찾아보자고 말하자 그랜트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 그랜트는 새벽같이 케인즈의 집으로 왔다.


도서관의 문이 열리는 아침 아홉 시가 되자 케인즈와 그랜트는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달려갔다. 둘은 도서관에서 경제학 고전 파트 서가로 뛰다시피 걸어가 파레토의 육필 원고를 찾았다. 그랜트가 파레토 원고 더미가 있는 서가를 찾아 케인즈를 불렀다. 파레토의 원고는 그리 많지 않았다. 둘이 파레토의 육필원고를 한 장 한 장 넘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그랜트가 원고 사이에 있는 편지를 찾아냈다. 봉투와 함께였다. 발신인은 알프레드 마셜, 수신인은 빌프레도 파레토였다. 케인즈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목요일에 9화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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