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의 제국-150년의 경제전쟁
브룩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하고 나서야 게인즈는 권투 클럽 밖으로 나왔다. 긴장한 채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이 케인즈와 한센에게 뛰다시피 다가왔다. 케인즈가 은화가 든 천주머니를 필립스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필립스요원, 이게 가능한 일인 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해야겠네. 브룩스의 FBI 수배를 풀어줄 수 있는지 확인해 주면 고맙겠네. 살인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브룩스의 협조가 필요해서 그렇네.”
필립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천주머니 입구를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톰슨이 케인즈에게 말했다.
"교수님, 브룩스는 살인 사건의 중요 용의자입니다."
케인즈가 미안한 표정으로 톰슨의 말을 끊다시피 말했다.
"톰슨경위, 알아. 호텔에 가서 설명하겠네."
톰슨, 엘레노어, 필립스, 그리고 한센 네 사람은 호텔로 돌아와 케인즈의 방으로 모였다. 모두 자리에 앉자 케인즈는 권투 클럽에서 아서 브룩스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브룩스의 눈과 태도를 보면서 느낀 것까지 표현할 수 없는 노릇이라 자연히 설명은 길어졌다. 톰슨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하나같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월가의 금융 엘리트, 백악관의 고위 간부? 와우!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겁니까?"
한센이 케인즈를 거들고 나섰다.
"그건 아닙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협박 때문에..."
"협박이 사실인지 확인은 된 겁니까?"
"그건 뉴욕의 공방을 확인하면 바로 드러날 겁니다."
잠자코 있던 필립스가 나섰다.
"그건 제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톰슨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케인즈는 그의 복잡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케인즈가 범인을 지목한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갑자기 입장을 바꾸자 톰슨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톰슨이 수긍하는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하지만 저의 직감으로는 그는 여전히 위험한 인물입니다. 제가 교수님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직감에 따라 그를 감시하겠습니다.”
"고맙네, 톰슨 경위."
케인즈는 톰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모습을 보던 엘레노어가 미심쩍은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 말했다.
"브룩스의 부인 사무실의 뉴리버럴인지 하는 통신기록은 누가 확인합니까?"
한센이 다시 나섰다.
"그건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브룩스 부인은 제가 친분이 있습니다. 이 회합이 끝나면 바로 약속을 잡겠습니다."
케인즈가 톰슨과 엘레노어 두 사람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네. 당황스럽기도 할 걸세. 하지만 브룩스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이건 나를 믿어주기 바라네.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하네. 자,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네."
자리에서 일어난 케인즈가 주변을 서성거리며 말을 꺼냈다.
"우선, 우리가 할 일을 정리하면 이렇네. 우선 아서 브룩스에 관한 것이네, 첫째 아서 브룩스의 FBI 수배를 푸는 것이 필요하네. 그래야 그가 자유롭게 우리를 위해 협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네. 둘째, 아서 브룩스 아내의 사무실에서 통신기록을 확보해야 하네. 그리고 셋째, 브룩스 가족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네."
필립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케인즈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것은, 은화를 세공한 공방에서 증거를 찾는 일이네.."
여기까지 정리한 케인즈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업타운 포럼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네. 월가의 금융 엘리트와 백악관 고위간부 간의 커넥션을 파악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네."
케인즈의 이 말이 끝나자 한센이 말했다.
"그건 교수님이 포럼에서 특별 강연을 하시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어떨까요? 마침 이틀 후에 정례 포럼이 있습니다. 문제는… 업타운 포럼의 전통에 의해 포럼이 대부분 로어 맨해튼에 있는 뉴욕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뉴욕으로 한번 더 이동을 하셔야 합니다.“
한센이 여기까지 말하자 케인즈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특별 강연,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예정에 없던 특별 강연을, 그것도 정례 포럼에 끼워넣는 것이 가능한 지 모르겠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떡하든 그건 제가 성사시키겠습니다. 케인즈 교수님의 특별 강연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 그리고 내 생각에 뉴욕으로 가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일 수도 있네. 공방이 뉴욕에 있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닌가?“
그러자 엘레노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뉴욕으로 가는 것이 다행한 일이라 하더라도...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브룩스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교수님은 지금 거대한 암흑 조직과 맞서게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케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일의 순서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브룩스의 수배를 풀고 가족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네. 그리고 브룩스 아내의 직장에 있는 통신기록을 확보하는 것까지는 은밀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네. 뉴욕에서 업타운 포럼이 열리기 전 보스턴에서 처리하면 될 일들이기도 하고."
여기까지 말한 케인즈가 잠시 쉰 후 이어서 말했다.
"뉴욕에 있는 공방에 들어가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완료된 후 해야 할 일이네. 그러니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일이라 생각하네."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톰슨이 케인즈를 보고 말했다.
"교수님이 업타운 포럼에 등장하는 것을 하나의 신호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네. 톰슨 경위 의견대로 우리의 공개적인 활동은 내가 업타운 포럼에 참가한 직후에 일제히 진행되는 것으로 하자고."
한센이 나서서 말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브룩스 부인에게 통신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교수님이 포럼에 참가하신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인 역시 그들의 감시 대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자 톰슨이 말했다.
"브룩스 부인의 통신기록 확인을 업타운 포럼이 열린 이후로 한다면, 보스턴에 누군가 남아야 한다는 말인데..."
엘레노어가 그 말을 받아 바로 답을 했다.
"그건 제가 남아서 하겠습니다."
케인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엘레노어에게 말했다.
"고맙네. 리드 기자. 코드네임은 뉴리버럴이네. 기억하지?"
이렇게 대략적으로 할 일이 결정되자 케인즈가 마지막 남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공방 진입 방법에 대해 의견을 모았으면 하네. 내 생각에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네. 우리가 직접 가는 것과 FBI에게 맡기는 것이 그것이네."
이렇게 말하면서 케인즈는 필립스를 바라봤다. 생각에 잠겨 있던 필립스가 이윽고 케인즈에게 말했다.
"사실 공방에서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이후부터 줄곧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FBI가 직접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톰슨이 동의하고 나섰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방은 어쩌면 저들의 심장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칫 우리끼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한센이 약간 다른 의견을 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브룩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들의 심장부에 들어가서 제대로 살피려면 공방의 상황을 잘 아는 브룩스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뜻밖에 필립스가 한센의 의견에 호응하고 나섰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사실 제가 말씀드린 방법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물론 FBI가 처음부터 들어가면 안전은 도모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브룩스와 함께 우리가 먼저 들어가는 방법에는 위험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필립스를 향했다. 필립스는 다소 망설이는 투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공방에 들어가는 것이 상대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일당을 일거에 소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모두들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톰슨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상대의 공격을 유발하다니..., 민간인을, 그것도 교수님을 미끼로 쓰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톰슨 외의 다른 사람들이 아무 말이 없자 톰슨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한센이 필립스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섰다.
"저도 필립스 요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 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FBI가 지켜보고 있으니 사실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들 묵묵부답이었다. 사실상 동의의 의사표시였다. 케인즈가 결론을 지었다.
"그렇다면 의견은 모아졌네. FBI는 주변에 병력을 배치한 채 대기하고, 브룩스와 함께 우리가 먼저 공방에 들어가기로 합시다. FBI가 언제 들어올지는 필립스 요원의 판단에 맡기겠네."
이렇게 공론이 되자, 각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마지막 점검을 한 후 모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자신의 새로운 이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케인즈는 룸서비스로 포도주를 시켜 한센과 따로 시간을 가졌다.
"한센 교수, 파레토와 마셜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인 편지에서 '예측 불가능한 충동'에 대해 이야기했네. 이들은 그 충동이 인간의 합리적 행위 이면에 있다고 정의했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합리적 행위보다 더 열등한 것일까에 대해 요즘 생각이 많아.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한센이 골똘하게 생각에 빠진 모습으로 말했다.
"대공황은... 시장 질서가 인간의 합리적 행위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교수님의 고민이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말일세..."
케인즈가 포도주 잔을 든 채 일어서서 서성거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이론 체계는 불확실성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걸세."
"그... 그렇죠."
"그렇다면 이런 세계에서 개인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될 걸세."
"그... 그렇죠."
여기까지 말한 케인즈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무지한 상태가 된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던 케인즈가 뭔가 생각난 듯 자리에 앉았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는 모두 고전경제학이 다루지 않는, 아니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네. 대공황에 빠진 현실 앞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
케인즈의 얼굴에 확신이 스쳤다.
"그래, 맞아. 사람들의 예측 불가능한 충동, 불확실성, 그리고 무지한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니 대공황을 설명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것까지를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소위 '일반이론'이 되겠지. 아인슈타인 박사의 일반상대성이론처럼 말일세."
"하지만 말씀대로 충동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본질인데, 그것이 야기하는 불확실성과 무지한 상태를 설명하는 이론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
대답 대신 자리에 앉은 케인즈가 한동안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포도주 잔을 테이블에 놓고 일어서면서 혼잣말처럼 말했다.
“우선 고전파의 노동시장에 대한 이론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어.”
케인즈가 옷장에서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기 시작했다. 한센은 놀라 아무 말 못 하고 서 있었다.
"한센 교수, 나와 같이 좀 나갔다 오지 않겠나?"
“교수님 지금 시간이 새벽 한 시입니다. 이 시간에 어디를…?”
시간을 확인한 케인즈가 말했다.
“아직 거기들 있을 거야.”
한센은 얼떨결에 윗옷을 걸쳐 입고 케인즈를 따라나섰다. 비가 오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다. 케인즈는 호텔 프런트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택시를 탄 케인즈는 보스턴 항구로 향했다. 그제야 한센이 물었다.
"어디를 가시려는 겁니까?"
"한센 교수, 내 스승인 마셜 교수에게 배운 피구 교수를 알지?"
"그럼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아닙니까? 마셜 교수가 케인즈 교수님께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 했으나 교수님이 거절하는 바람에 피구 교수에게 자리가 돌아갔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습니다."
"그 피구도 임금 경직성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네."
"그렇죠."
"그래서 내가 보스턴 항을 직접 가 보려는 것이야."
"그게 무슨..."
"직접 보면 알 걸세."
택시가 보스턴 항 입구에 도착했다. 우산을 펼쳐 들고 항구를 향해 가는 두 사람 앞에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마른 몸에 낡은 외투를 걸친 사람, 기침을 연발하는 사람들이 부두 옆 창고 벽에 기대거나 담배꽁초를 서로 번갈아가며 빨고 있었다. 선 사람도 있지만 대개 쭈그려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가자 선 사람들이 길을 비켜 주었다.
"오늘은 꼭 일자리를 잡아야지. 집세가 벌써 두 달째 밀렸어."
키 작은 남자가 아일랜드 억양을 쓰며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젠장, 내 아내는 일자리 못 얻으면 친정으로 돌아가겠다고 협박이야."
케인즈가 아일랜드 억양을 쓰는 청년에게 물었다.
"지금 품삯이 얼마나 되나?"
말쑥한 중년의 남성이 품삯 이야기를 하자 그 청년이 경계하며 말했다.
"아휴, 지금 품삯이 문제겠습니까? 그저 일자리라도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죠."
일자리 못 얻으면 아내가 친정으로 간다고 했던 청년도 덩달아 말을 보탰다.
"아침에 일할 사람 발표할 때 이름만 불러주면 대만족입니다."
한센이 옆에서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언제쯤 이 상황이 좀 나아질 거라고 기대를 하시나요?"
"아이고, 기대는 접었습니다. 기대한다고 되나요? 있는 사람들은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꽁꽁 숨기기 바쁘고,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데요."
옆에 있던 동료가 한 마디 거들었다.
"교회에서 만나는 부자들 하는 말도 비슷합니다. 겁이 나서 투자할 엄두가 안 난다는 겁니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국채만 사놓는다고 하더라고요."
한센이 케인즈를 돌아봤다. 교회 이야기를 한 노동자에게 케인즈가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모두 힘이 드는 겁니다.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소비할 여력은 사라지고..."
그 노동자가 케인즈를 휙 돌아보고 아래위를 살피며 말했다.
"교수님 같은 말씀을 하시네. 딱 그거예요. 미래가 조금이라도 예측이 되면 기대도 하고 돈도 쓰고 하겠지만 이런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는데 무슨 기대로 무슨 돈을 쓰겠습니까? 안 그래요?"
다른 노동자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케인즈는 일어났다. 한센이 따라 일어나면서 케인즈를 부축했다. 다른 노동자들도 덩달아 일어났다. 케인즈가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 이론을 만드는 사람들 잘못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동자들이 무슨 말인가 싶은 생각에 그저 가만히 있었다. 케인즈와 한센이 돌아서 나오는데 뒤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영국의 그 유명한 케인즈라는 교수 아냐? 엊그제 신문에 크게 났잖아, 우리 대통령 하고 대공황 해법에 대해 논쟁했다는."
한센이 케인즈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때까지 케인즈는 굳은 표정이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혀있었다. 케인즈는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한센의 어깨를 감쌌다. 그제야 케인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화요일에 제17회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