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경제
러시아의 섀도 함대
2022년 12월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한 조치가 도입된 바 있습니다. 당시 G7과 EU, 호주가 연합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정한 조치입니다.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조치를 우회하기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고 이는 상당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조사로 밝혀졌습니다. 그것은 수백 척의 함대를 편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섀도 함대라고 부릅니다. FT에 의하면 이들 함대는 제제의 제한을 넘어 하루에 약 400만 배럴의 석유를 운송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방법으로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고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중요한 재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 FT의 보도입니다.
서방세계도 이 사실을 알고 섀도 함대에 제한을 가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러시아가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이들 함대를 구입,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서방세계 기업의 이름으로 이들 함대를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조선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인수했는지, 누가 경영 감독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밀의 일단을 밝힌 것은 최근 파이 낸 설 타임스가 기업들의 기록과 주고받은 메일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해졌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중고 유조선 매매 과정
FT가 조사한 내용 가운데 한 사례를 보면, 거래에는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루코일(Lukoil), 영국의 회계사, 마셜제도의 특수목적회사, 두바이 자유무역지구에 있는 정부기관인 DMCC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러시아는 7억 달러가 넘는 돈을 주고 24대의 중고 유조선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종적으로 선박을 관리하는 것은 영국 선박재벌과 관련된 두바이 회사입니다. 이 과정 속에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 루코일의 존재는 숨겨졌습니다. 2022년 이후로 러시아 기업이 중고 선박을 구입하는 데 총 1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썼고, 대부분 러시아 은행에서 조달된 자금이었다는 것이 FT의 보도입니다.
중고 유조선 시장 붐
이런 러시아의 중고 선박 매수는 중고 유조선을 좋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면서 당시 유럽에는 유조선 시장에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서방의 중고 유조선 소유주로서는 대박이 난 것입니다. 자연히 해운 산업의 중심지인 런던의 브로커들은 선박의 매매를 알선하고 상당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당시 매매 가격은 동급 유조선 가치의 2~3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렇게 인수된 대부분의 선박은 러시아산 원유만을 운송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면에 서방세계의 도움이 있었다고 할 만한 사실입니다.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온 루코일의 부사장과 회장 등 임원들이 돌연사하거나 추락사한 사실은 이와 관련해 여러 의문점을 주는 사건입니다.
위험 수준, 평균 선령 18년
이런 사정은 몇 가지 우려스러운 상황을 야기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환경과 안전 위험의 문제입니다. 대부분 해운 회사는 15년이면 유조선을 해체합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섀도 함대 유조선의 평균 선령은 18년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유류 유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규모 재해는 시간문제라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진: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루코일 회장(마가노프, 추락사) 출처: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