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밀산 결사대 2조
##1921년, 밀산 결사대 2조
김의한과 박영만을 오상렬에게 딸려 밀산으로 보낸 후 동농 김가진은 정섭과 정정화를 따로 불렀다. 예관 신규식과 엄항섭, 그리고 낯선 청년 두 명도 함께였다.
동농이 모두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기 바랍니다."
동농이 잠시 말을 멈춘 후 말을 이었다.
"상해에서 밀산까지는 수천 리 길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길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얼른 감을 잡지 못한 정섭과 정정화가 동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잠깐 말을 끊은 동농이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서 다른 조 하나를 더 보내려고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정섭과 정정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정정화가 뭔가 말을 하려 하자 동농이 말을 끊고 정정화를 보고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화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 할지 안다. 하지만 그건 안된다. 이미 의한이 먼저 길을 잡았고 너까지 보낼 수는 없다."
정화가 다시 말을 하려 하자, 동농은
"또한“
하고 말을 막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또한, 이는 예관 선생, 그리고 이 두 동지들과 상의하여 정해진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기 바랍니다."
하고는 옆에 서 있던 낯선 두 청년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두 청년이 자신을 소개하는 인사를 했다.
"이성우입니다."
"이종암입니다. 양건호라는 이름을 씁니다."
정섭과 정정화도 얼떨결에 자기 이름을 말하고 서로 악수를 하는 등 인사를 했다. 소개가 끝나자 동농이 말을 이었다.
"이 두 동지가 이번에 밀산으로 가는 또 다른 한 조입니다. 두 동지는 의열단 동지로, 이번 일이 끝나면 옌벤에 있는 김원봉 동지와 합류할 예정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섭은 의아했다. 동농 선생을 대리해서 북로군정서로 가는 길에 의열단원이 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정정화를 바라보니 정정화는 굳게 입을 닫고만 있었다. 정섭이 두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감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동지께서 이 일에 함께 하신다니 그 점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어디까지나 김좌진 장군께서 북로군정서 고문이신 동농 선생을 초대한 데서 비롯된 일입니다. 밀산에 가서 해야 할 일도 동농 선생의 뜻을 받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감사하지만 의열단 단원이 나서서 할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섭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길게 설명하자 정정화가 자신감을 얻은 듯 동농을 행해 말했다.
"아버님. 정섭 동지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의열단 두 동지들께는 죄송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임시정부의 일입니다. 엄밀하게는 북로군정서 고문이신 아버님의 일입니다. 의열단 동지들이 나설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이 알려지면 독립운동 단체들에게 비난을 받을까 걱정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의열단의 두 사람을 향해 " 두 분 동지들께서도 깊이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고 쐐기를 박는 말을 했다.
이성우와 이종암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표정이었다. 동농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예관이 동농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애초에 걱정한 것처럼 이는 의열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정섭 동지의 항의가 정당한 듯합니다. 다시 검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두 청년 중에 이성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이 동농을 향해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잘 못 생각했습니다. 옌벤으로 가는 길에 밀산을 둘러 가면 서로 도움이 되겠다 생각해서 자청한 것인데 두 동지가 하는 말을 들으니 어느 하니 틀린 말이 없습니다."
이성우가 여기까지 말하고 이종암 쪽을 돌아봤디. 이종암은 정섭과 정정화를 보면서
“그렇습니다. 임정에 이렇게 훌륭한 동지들이 있는 걸 몰랐습니다. 이 두 동지가 가면 맞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하고 말했다. 동농이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표정을 읽은 정정화가 이종암의 손을 잡고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가 잘하겠습니다.”
하고 매듭을 지어 버렸다.
옆에 서 있던 엄항섭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정화 동지와 정섭 동지라면 충분히 해낼 임무입니다. 선생님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의도와 달리 정섭과 정정화가 가는 것으로 공론이 돌아가자 동농도 어쩔 수 없어 일동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의열단 두 청년을 데리고 예관, 엄항섭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삼십여 분 정도 되는 시간이 지난 후 동농이 예관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정섭과 정정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동농이 말문을 열었다.
"예관과도 상의를 한 바, 정화와 정섭 두 사람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예관이 정정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부인, 이번 임무는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가는 길도 험하거니와 멀기도 합니다. 더구나 간도에서 벌어진 참극을 잘 알지 않습니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길입니다.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예관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정화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런 정정화를 안타까이 바라보던 동농이 정섭을 향해
“정섭 군은 유학을 위해 왔다고 했잖나? 이번 임무는 군에게는 너무 버거운 임무야.”
하고 걱정하는 말을 했다.
정섭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게는 버거운 임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익상 동지의 총독부 폭파 의거에 함께 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학문을 닦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한의 독립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야말로 결코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영광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는 정섭의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이 격하게 뛰었다. 두 사람의 말하는 모습을 지긋한 눈길로 보고 있던 동농이 말했다.
“이 일은... 간도에서 왜놈들에게 많은 동지들이 학살당한 참사의 뒷수습과 관련이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니 각별하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말한 후 동농은 책상 서랍을 열어 밀봉된 편지 하나를 정정화에게 주었다.
"밀산에 도착하거든 김좌진 장군께 직접 전달하거라."
정정화가 밀서를 챙기자 동농은 서랍에서 가죽으로 된 낡은 가방 하나를 꺼내 정정화에게 주었다. 정정화가 가죽 가방을 들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버님, 이것은?!"
"그래, 권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주는 것이니 조심해서 다루되,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하거라."
정정화가 가죽 가방의 단추를 풀자 권총 한 자루가 나타났다. 정정화가 권총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러시아제 권총이었다. 정정화가 권총을 집어 놓자 동농이 말했다.
"사용하는 법은 알고 있지?"
"네, 지난번 경성 침투 작전을 할 때 성엄에게서 권총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럼 됐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정섭과 정정화는 동농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긴 여정이 될 터였다. 동농 선생을 언제 다시 만나 뵐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섭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음 날 아침 정섭과 정정화는 안동으로 가는 배 위에서 상해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약 없이 떠나는 상해 홍커우항이 점점 멀어졌다.
## 다롄에서 길을 잃다
다롄 인근 해안에서 출발한 조각배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파도와 싸우고 있었다. 바다 위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가득했고,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배 안에서는 세 명의 사내가 몸을 움츠리고 앉아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오상렬이 박영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영만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그의 얼굴은 심한 멀미로 푸르스름했고, 식은땀이 그의 이마를 적시고 있었다. 김의한도 상태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 모두 배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뱃멀미를 견디고 있었다.
선장이 오상렬을 향해 중국어로 말했다.
"이런 날씨에 바다에 나온 건 미친 짓이오. 저 북쪽 잉커우까지는 500리 길이오. 그리고 이 앞바다는 일본 순시선이 수시로 돌아다닌단 말이오."
김의한은 반쯤 알아먹었지만 선장의 표정만으로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상렬이 선장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김의한 동지, 선장 말로는 날씨가 점점 나빠지고 있답니다. 잉커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일본 순시선이 이 근처를 간혹 순찰한다고 합니다."
김의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롄항에서의 계획이 틀어진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상해에서 출발할 때 계획은 배편으로 칭다오를 거쳐 다롄항에 도착해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봉천까지 가는 것이었다. 오상렬의 말에 따르면 봉천에서 밀산까지 여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그야말로 계획으로 끝나 버렸다. 다롄항의 검문이 생각보다 엄중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오상렬이 구한 작은 동력선을 타고 북쪽의 잉커우로 간 다음, 거기서부터 육로로 랴오양을 거쳐 봉천까지 가는 것으로 경로를 수정해야 했다.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렸다. 박영만이 참지 못하고 배 밖으로 몸을 내밀어 토하기 시작했다. 김의한도 구역질이 났지만,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거리가 500리, 그러니까 200킬로라니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습니다.“
오상렬이 선장에게 말했다. 선장이 퉁명스러운 중국말로 답했다.
"꼬박 하루는 가야 합니다."
김의한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뱃멀미로 괴로운 것은 둘째 치고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정정화가 동행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파도는 더 거세졌다. 동력으로 움직이는 조각배는 마치 파도 위의 나뭇잎처럼 휘청거렸다. 선장은 파도의 방향에 맞춰 배를 조종하는 데 집중했고 김의한 일행은 배에 단단히 몸을 붙이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착하기도 전에 모두 쓰러져 죽겠습니다.“
오상렬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김의한이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혹시 이 근처에 파도를 잠시 피할 만한 곳이 없는지 선장에게 물어봐 주시오.”
오상렬이 선장과 대화를 나눈 후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작은 섬이 몇 개 있긴 한데, 시도는 해 보겠지만 이 어둠 속에서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실망한 일행에게 선장이 고개를 내밀어 고함쳤다.
“조금 기다려 보세요. 내 배를 댈 만한 곳을 찾아볼 테니.”
배를 정박할 곳을 찾기 위해 뱃머리를 해안 쪽으로 돌려 얼마간 갔을 때 갑자기 바다가 환해졌다. 얼마나 밝았던지 온 바다가 환하게 비칠 정도였다. 놀란 선장이 겁에 질려 외쳤다.
"배다! 일본 순시선!"
다들 아연실색해 불빛 쪽을 바라봤다. 과연 순시선이었다. 순시선은 조각배를 향해 서치라이트를 킨 채 달려오고 있었다.
"서둘러야 합니다. 잡히면 끝입니다.“
오상렬이 급하게 말했다. 조각배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서치라이트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모두 배 위에 엎드려 숨을 죽였다. 짙은 바닷바람을 타고 확성용 메가폰의 울림이 바다 위를 때렸다.
“테이센세요! 테이센세요!(정지하라! 정지하라!)”
순시선에서 요란한 기적 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짧게 울렸다. 정지 명령 신호였다. 선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해안선 쪽으로 달렸다. 조각배가 멈출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순시선에서 총성이 터져 나왔다.
“탕, 탕, 타탕, 타타탕”
수면 위로 물보라가 튀었다. 몇 발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선실의 벽을 뚫었다. 모두들 공포에 질려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엎드렸다.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할 수 없습니다. 암초 지역으로 들어갑니다!”
말과 함께 조각배는 해안에 늘어선 암초 지대로 방향을 틀었다. 선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뒤쫓아오던 순시선은 암초 지대 앞에서 속도를 늦추었다. 총성도 멈췄다.
"됐습니다!“
오상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시선에서 작은 고무보트가 내려지고 있었다. 일본 군인들이 그 보트에 올라타 그들을 향해 노를 저었다. 이 모습을 본 오상렬이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서둘러야 합니다!"
선장은 최대한 속도를 내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조각배의 동력이 워낙 약하기도 했지만, 암초 사이를 헤쳐 나가느라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았다.
김의한이 다급하게 외쳤다.
"오상렬 동지! 차라리 해안에 내려 육로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박영만이 소리쳤다.
"그게 좋겠습니다!"
꾸물거릴 사이가 없었다. 오상렬이 선장에게 그 뜻을 전했다. 선장은 그래도 괜찮겠냐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뱃머리를 해안선 쪽으로 틀었다. 조각배가 돌로 뒤덮인 해안선에 가까이 가자 선장이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렵다고 소리쳤다. 오상렬이 김의한과 박영만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여기서 물에 뛰어들어 돌무더기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선장이 빨리 내리라고 소리쳤다. 보트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오상렬이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수심은 허리 정도였다. 뒤이어 김의한과 박영만이 뛰어들었다. 이들이 내리자 조각배는 해안선을 따라 암초 지대인 북쪽을 향해 달렸다.
해안은 온통 돌투성이였다. 오상렬이 돌무더기를 타고 먼저 올라간 다음 두 사람의 손을 당겨 끌어올렸다. 돌무더기 위에 올라선 세 사람은 앞에 펼쳐진 깜깜한 들판을 향해 달렸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트 젓는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배에서 내린 세 사람은 내륙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김의한이 조금씩 뒤로 처졌다. 한참을 달린 세 사람은 큰 나무가 보이자 그 아래에서 한숨을 돌렸다. 김의한이 '끙'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털썩 나무를 기대고 주저앉았다.
오상렬이 김의한 쪽으로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김의한 동지, 괜찮소?"
박영만이 나무에 기대 주저앉으며 김의한의 왼팔을 잡았다. 김의한이 '악' 하는 소리를 냈다. 오상렬과 박영만이 깜짝 놀라 김의한의 팔을 봤다. 소매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이건..."
"별거 아닙니다. 아까 순시선에서 쏜 총알이 스쳤을 뿐입니다."
"아니 이걸 참고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까?"
오상렬이 김의한의 소매를 조심스럽게 걷었다. 과연 팔뚝을 스친 총알 자국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묶을 것을 찾던 오상렬이 자신의 속옷 상의를 벗어 끝단을 '북' 찢어 김의한의 팔뚝에 묶어 지혈했다.
오상렬이 안타까운 마음에 혼자 소리처럼 말했다.
"치료를 해야 할 텐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군."
김의한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내린 곳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이 근처로 왜군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박영만이
"그 말이 맞습니다. 다만 놈들은 우리가 북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하고 말했다. 오상렬도 맞장구를 쳤다.
"박영만 동지 말이 맞습니다. 계획을 바꿔서 차라리 안동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봉천으로 가는 길이라면 안동에서 출발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김의한의 생각이 복잡했다. 다롄에서 조각배로 잉커우로 가는 일이 틀어졌으니 계획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긴 했다. 그러나 계획을 바꾸면 그만큼 일정이 지체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다롄에서 북쪽으로 가는 것을 순시선이 목격한 상황에서 마냥 잉커우를 고집하는 것도 무리한 선택이었다. 김의한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안동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의견을 모은 세 사람은 지체할 사이도 없이 점점 거세지는 빗속을 뚫고 남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사위는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 이틀 후 안동
상해에서 안동까지 배편으로 이동한 정섭과 정정화는 우강 최석순을 찾았다. 늦은 저녁이었다. 우강 내외는 변함없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정섭도 얼마 전 정정화. 김의한, 엄항섭 등과 함께 경성에 잠입할 때 만났던 터라 반가운 마음이 컸다.
김좌진 장군에게 전할 동농의 밀서를 가지고 밀산으로 간다는 말에 우강은 저으기 놀랐다. 임시정부가 북로군정서와 그만큼 밀접한 관계라는 것에 놀라고 정정화가 그 먼 길을 간다는 것에 또 놀랐다.
우강이 아는 체를 하며 말했다.
"거 북로군정서가 원래 대종교가 설립한 중광단이라는 항일운동단체가 모체인 조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랬다가 여러 개편 과정을 거쳤고 임시정부의 명령으로 대한군정부를 지금의 북로군정서로 개편한 것입니다. 동농 선생께서는 망명 직후 임시정부 고문 겸 북로군정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계셔서 각별히 애정이 있는 조직입니다."
정정화의 말이 끝나자 우강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청산리에서의 대승 이후에 왜놈들이 간도에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하는 바람에 조직이 많이 약해졌다고 말을 들었습니다."
정정화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 생존한 대원들은 모두 밀산으로 집결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동농 선생께 밀산으로 와 달라는 밀서를 보낸 것도 이후 독립군 부대의 편성과 관련된 의논을 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정섭이 둘이 하는 대화 사이에 끼었다.
"우강 선생님. 저희는 지금 밀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봉천에서 기차를 타는 것으로 알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우강이 정정화를 향해 말했다.
"맞습니다. 그게 제일 빠른 길이지요. 그리고 안동에서 봉천까지는 정정화 선생께서 시아버지 따라 혈혈단신으로 상해가실 때 갔던 길이 아닙니까?"
정정화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맞아요. 아버님과 성엄이 상해로 간 다음, 아버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상해로 갈 때 의주, 안동, 봉천을 거쳐서 갔습니다."
말을 하는 사이에 우강의 아내가 음식을 가져왔다. 우강이 아내에게
"내일 봉천 가는 열차가 언제 있는지 좀 알아봐 주오.“
하고 말했다. ‘그러마’고 나갔다가 잠시 후 들어온 우강의 아내가
"내일은 열차가 두 편인데, 한 편은 새벽에 출발하고 또 하나는 저녁 여섯 시라고 하오.“
하고 알렸다. 그 말을 듣고 정섭이
"한시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내일 새벽 편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정정화에게 말했고, 정정화도 그리하자고 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 뒤에, 새벽 기차를 타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우강의 말에 정섭과 우강이 한 방에 눕고, 정정화와 우강의 아내가 한 방에 누워 잠을 청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창문을 때렸다. 처마 밑으로 '똑똑'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잠을 들지 못하던 정정화였다.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나 했는데 똑똑 소리가 제법 크게 나 옅은 잠을 깼다. 그러다 잠시 후 또다시 똑똑 하는 소리가 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그건 빗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이 밤중에 누가?'
하는 생각을 하던 정정화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혹시 '발각이 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보퉁이에 총이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정정화는 살며시 일어나 머리밑에 있던 보퉁이를 풀어 권총을 손에 쥐었다.
우강의 아내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문 앞으로 나와 바깥을 향해 조용히 소리쳤다.
"누구요?"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더, 이번에는 살짝 큰 소리로
"누구냐?"
하자 밖에서 수군거리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정정화 동지?"
하는 것이 아닌가? 정정화가 권총을 든 채 문을 빼꼼 열었다. 깜깜한 도중에 김의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정정화가 벌컥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김의한뿐 아니라 오상렬, 박영만도 함께 있었다.
"이게, 누구요?"
하고 뛰어 나가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그 길로 김의한을 끌어안는 모양새가 됐다. 그 충격에 김의한이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이 방 저 방에서 정섭, 우강, 우강 아내가
'누구나?'
'누구야!'
'뭐냐!'
하며 문을 벌컥벌컥 열고 제각각 튀어나왔다.
정정화가 얼른 김의한을 놓자 김의한이 팔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정정화가 아직도 손에 든 권총을 보고
"아니... 나를... 쏠 작정이었소?“
하며 '아야야' 하고 죽는시늉을 했다. 정정화가 얼른 권총을 정섭에게 주었다. 정섭이 얼떨결에 권총을 받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와중에 오상렬과 박영만이 낄낄거렸다. 김의한도 낄낄거리다 '아이구 죽네' 하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왁자하게 반가운 소란이 끝나자 모두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정정화가 김의한의 상처를 먼저 살폈다. 젖은 천으로 상처를 닦은 후 자세히 살판 우강의 아내가
"천만다행으로 상처가 아주 깊지는 않습니다.“
하고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작은 절구와 절구공이, 그리고 마른 쑥다발을 들고 들어온 우강의 아내가
"다행히 며칠 전에 쑥 뜯어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하고는 절구에 쑥을 잔뜩 넣고 공이로 찧었다. 쑥이 으깨지자 김의한의 상처에 붙이고 깨끗한 광목으로 칭칭 동여맸다. 정정화가
"아주머니 솜씨가 정말 좋습니다.“
하자 우강이
"우리 처가가 대대로 한의원을 했답니다.“
하고 자기 아내 자랑을 했다. 우강의 아내가 '왜 그러냐며' 눈을 흘겼다.
김의한이 한결 나은 표정으로 우강의 아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정정화와 정섭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두 사람이 여기는 웬일이오?"
이 질문에 정섭이 반문했다.
"김의한 동지, 그 말은 우리가 할 말이 아닙니까? 도대체 우리보다 사흘이나 먼저 출발하신 분들이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십니까? 더구나 김의한 동지는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말도 마시오. 우린 다롄에서 잉커우 가는 배를 탔다가 왜놈 순시선에 걸려 죽다 살아났소."
하고 김의한이 엄살 하는 소리를 하자 정정화가 이상한 사람들 다 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다롄을 가서 잉커우를 가다니, 도대체 그런 수고를 왜 한단 말이오?"
오상렬이 속상한 말투로 답했다.
"사실 다롄에서 만철을 타고 봉천까지 갈 작정이었는데 다롄이 워낙 경계가 삼엄해서 이리 계획이 틀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의한이 정정화를 보고
"아니 그런데 정정화 동지와 정섭 동지는 왜 여기와 자고 있소? 어딜 가는 게요?“
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섭이 계면쩍은 표정으로
"사실 우리도 동농 선생의 밀명을 받고 밀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상해에서 몇 시간 전에 여기 도착했고 내일 새벽에 봉천행 기차를 탈 계획이었고요."
그러자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오상렬이 김의한에게 말했다.
"이건 흔히 있는 일입니다. 어려운 사업은 두 개조가 투입되기도 합니다. 동농 선생께서는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셨군요."
김의한이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정정화에게 물었다.
"아까 그 총도 아버님이 주신 겁니까?"
정섭이 권총을 내놓으며
"네, 저희에게 밀명을 내릴 때 함께 주신 겁니다. 조심히 다루되 필요할 때 사용하라는 말씀과 함께요.“
하고 말했다.
"그래서 아까 날 겨눈 것이오?“
하고 김의한이 말하자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권총을 가죽가방에 넣고 정정화가 모두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밀산까지 동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김의한도 오상렬도 모두 좋다고 했다. 오상렬이
"그렇다면 내일 새벽 기차를 타야 하는데 인원이 다섯이나 되니 조를 짜서 움직이는 것으로 합시다.“
하고 말했다. 이들은 부상을 입은 김의한의 좌우로 정정화와 정섭이 한 조, 오상렬과 박영만이 한 조로 움직이는 것으로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비는 그치고 날은 개었다. 일행은 각자 소지품을 챙겨 우강을 앞세우고 안동역으로 향했다. 젊은 독립 투사들을 태운 봉천행 기차가 꽥 소리를 내고 출발했다.
##1980년 5월 초, 서울
김태훈은 학생처 창구에 서 있었다. 이미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학생처장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학생처 직원은, 자꾸 나타나는 김태훈에게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학생 미안한데, 학생처장님은 현재 회의 중이라니까. 내일 다시 와."
"내일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텐데요.“
김태훈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성주 학생은 사과대 학생회장이고, 학교에서 연행됐습니다. 학교도 책임이 있어요."
직원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경찰이 연행해 갔다며? 학교가 어떻게 관여해? 경찰에 물어봐야지."
"이미 서울 시내 경찰서 다 돌아다녔어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직원은 어이가 없는 듯 입만 벌리고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때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처 간부가 김태훈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태훈이 그 간부의 옆자리에 있는 동그란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
하며 뜸을 들인 그 간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단과대 학생회장 정도의 학생은 경찰이 아니라 안기부가 수사해. 학생처에서도 이성주 학생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여기저기 확인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남영동 대공분실로 갔을 가능성이 커."
"대공분실이요? 안기부..."
"그래. 학생운동을 대공 차원에서 수사하는 거지."
김태훈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야. 끌려가면 고문을 당할게 뻔하니까... 학교에서도 접근이 어려워."
학생처 간부의 말을 듣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박진호였다. '박진호가 안기부가 아닌가? 박진호를 만나야 한다.‘
김태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뛰어나갔다. 학생처 직원들이 모두 뛰어나가는 김태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태훈이 그 길로 달려간 곳은 정정화의 집이었다. 정정화라면 박진호와 연락이 닿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정정화는 집에 있었다. 김태훈을 본 정정화가 반색을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간 태훈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물었다.
"할머니, 혹시 박진호 선생님 연락을 할 수 있을까요?"
"박진호 군? 왜?"
"사실은... 할머니, 지난번에 왔던 이성주 학생 기억나시죠?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이라는."
"기억나지. 최루탄 뒤집어쓰고 온 학생이잖아? 그런데 왜?"
"그 학생이 안기부에 끌려간 것 같아요."
"뭐라고? 안기부? 어떡하다가?"
정정화가 놀라서 되묻자 김태훈은, 며칠 전 병영집체훈련 거부 투쟁 과정에 이성주가 끌려갔다는 이야기, 자기가 이성주를 찾기 위해 경찰서를 다닌 이야기, 학생처 간부가 안기부에 끌려간 것 같다고 말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토해냈다.
"박진호 군은 지금 수현이하고 선양에 갔어."
'아차'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박진호가 평양에 있는 김의한 선생을 만나러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수현이 그러마고 답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지금 선양에 있는 거구나.'
"수현이한테서 전화가 오면 혹시 힘을 써줄 수 있는지 박진호 군에게 말을 전해 달라고 하마."
아무 소득 없이 정정화의 집을 나온 김태훈은 늘어진 발걸음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학생회관 앞뜰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이 비상학생총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학우 여러분, 어젯밤 우리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병영집체훈련 반대 투쟁을 접고, 오늘부터 계엄해제, 유신잔당 퇴진이라는 새로운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다. '계엄철폐, 독재타도' 구호가 뒤를 이었다. 모여있는 학생들의 수는 1만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태훈은 맨 뒷자리에 섰다. 사회자의 구호 소리가 들리자 태훈도 함께 주먹을 쥐고 팔을 내뻗으며 구호를 외쳤다.
"계엄철폐, 독재타도"
잠시 후 신군부의 수장인 전두환과 신현확의 허수아비 모형에 불이 붙었다. 다시금 학생들의 함성소리가 캠퍼스에 울려 퍼졌다.
##1980년 5월 초, 중국 선양
이른 아침 수현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박진호와 함께 북한 측 인사 김동철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김동철은 자신을 통일전선부 소속이라고 밝혔다. 선양의 아침은 서늘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활기차 보였다.
"오늘 오후 2시에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합네다.“
김동철이 억센 평양 사투리로 말했다.
"도착하면 곧바로 김의한 선생을 만나러 갈 겁네다."
박진호가 물었다.
"김의한 선생께서는 평양 어디에 거주하고 계신가요?"
"평양 외곽 대성구역에 있는 주택이오. 원래는 혁명 유공자들을 위한 특별 주거단지인데, 그 가운데 한 채에 김의한 선생과 엄항섭 선생이 함께 살고 계시오."
엄항섭에 대해서는 간혹 할머니가 하는 이야기 속에서 들은 적 있었다.
"두 분이 함께 사신다고요?“
하고 묻자 김동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두 분이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 아주 친하게 지낸 동지였고, 또 가족 없이 홀로 계시다 보니 함께 지내시는 겁네다. 서로에게 의지가 많이 되시는 것 같소."
"두 분을 돌봐주는 사람이 있나요?"
"일주일에 두 번씩 김일성대학 학생 동무들이 찾아가 사소한 심부름을 맡아 하고 있소. 그 동무들을 당번이라고 하는데, 김의한 선생 '당번'이었던 동무 중에 한 명은 지금 평양소년궁전 최고책임자로 있소. 당번 학생들은 독립운동 영웅들을 공경하고 보살피는 일을 영광으로 여기는 학생들이오."
수현은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질문을 꺼냈다.
"할아버지께서 혹시 재혼은 하셨나요?"
"안 했소. 김의한 선생께서는 재혼을 하지 않으셨소. 엄항섭 선생은 재혼하셨다가 10년 전에 부인을 여의셨소."
말을 잠시 멈춘 박동철이 말했다.
"이번에 선양 오기 전에 김의한 선생 당번을 했다던 평양소년궁전 최고책임자 동지에게 김의한 선생에 대해 물어봤소. 그 동지가 회상하기를, 김의한 선생은 남쪽의 가족을 많이 그리워하셨다고 했소."
수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진호가 물었다.
"김의한 선생님의 건강은 어떠신가요?"
김동철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건강이 예전 같진 않다고 하오. 그렇다고 아주 위중한 것은 아니니 그리 염려할 것은 없소."
식사를 마친 후, 수현은 호텔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김동철, 박진호가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1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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