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변화를 위해 우선 과거 청산이 필요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죄책감 갖거나 자기 책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 내가 그랬었지’ 하는 정도로 가벼운 반성정도만 해야 한다. 예전에 자책만 하다 아무것도 못한 기억 때문이다. 과거 청산은 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함도 있다.
그럼 나의 과거 청산을 해보면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기고 나의 시간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그때는 알지 못했다.) 잠을 잘 때 미디어 시청을 하는 것도 아내가 엄청 싫어했지만 말로만 알았다.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미디어를 시청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첫째 아이는 거의 장모님이 키우셨다. 주말에 처갓집에 가면 빨리 집으로 가서 내 시간을 가지려 했고 떠날 때 아이가 울어도 그때만 마음이 찌릿하고 도착해서는 내 시간을 가졌다.(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한 것 같다.) 아내가 집안일을 할 때도 도와주기는커녕 내 할 일이 바쁘다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결국 아내는 우울증 가까이갔었다.(우울증이었을지도) 그때도 난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말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중요하지만 나만 중요한 것을 벗어나야 했다.
과거청산을 위해서는 수용의 자세도 필요했다. 화장실 불을 끄는 것도 '100번 중에 3~4번 안 껐다고 안 끄는 사람으로 취급하냐'라며, 역정을 낸 적도 있었다. 그러면 아내는 입을 닫아버리곤 했다. 맞다. 사실 종종 까먹었다. 수용의 자세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핑계를 대고 그러면 상대는 입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이번엔 '수용하자'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내에게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내가 모르는 즉 인지하지 못하는 잘못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아는 잘못 보다 아내가 바라본 잘못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역시나 화장실 사용 후 불 끄지 않고, 음식물 먹고 바로 치우지 않고, 옷은 여기저기 걸어놓고 심지어 틈사이에 끼워 놓고, 청소를 잘하지 않고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담배(이 부분은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불편했다.) 등 세세 하게는 너무 많다. 점점 수용의 단계를 넘어서 핑계를 대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 나의 아내는 도움을 원하는 성향을 가졌다. 그에 반해 나는 인정을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가끔 설거지 한번 한걸 가지고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곤 했다. 어린애스럽지만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물 같은 걸 바라는 사람도 많아 각자 좋고 싫음이 다 같지 않다. 그래서 난 아내에게 헬퍼로 멋진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며칠 전 물어봤을 때 게임을 시켜달라는 등 수용할 수 없는 답변들 때문이다. 일단 아이들에게는 친절한 아빠 그리고 육아와 양육에 대해 더욱 공부하기로 하였다. 다음에 한 번 더 중간 정산 차원에서 과거를 한 번 더 청산해야 한다. 아직은 완전한 면죄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일단 마음도 편하고 어느 정도는 용서를 받은 기분이다. 이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전과를 저지를 건지 면죄부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멋진 아빠의 삶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