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햇살

춘양댁 임금순(1919~1994) 이야기 30

by 미르

싸리나무 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늦가을에 산에 싸리나무하러 갔다. 나도 따라갔다. 싸리나무는 농촌 살림에 두루 요긴하게 쓰였다.


-사립문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마당을 쓰느 빗자루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지게 위에 걸쳐얹는 바소쿠리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바소쿠리가 있어야 작은 덩어리의 물건을 지게로 윤반할 수 있었다.

-채반, 바구니, 광주리, 소쿠리, 도시락, 용수(막걸리 거르는 도구), 삼태기를 모두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윷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옛날에는 화살도 싸리나무로 만들기도 했었다.

-횃불도 싸리나무라야 오래 탔다. 기름성분이 있어서였다.

-싸리나무가 탈때 흘러나오는 노란 진액을 종기에 바르면 잘 나았다.

-싸리꿀은 향기로왔고 산출랑이 많았다. 싸리꽃이 필 때 근처에 가면 꿀벌들 웅웅거리는 소리가 대단했다.

-서당 훈장님 회초리도 싸리나무였다. 아이고 맙소사!


남부지방에서 대나무로 만들었을만한 용기와 도구를 중북부지방에서는 싸리나무로 만들었다. 대나무는 추운지방에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머루와 다래를 기가막히게 잘 찾아서 나에게 따 주셨다. 깨금(개암)은 가장 고소한 열매였다.


내려오는 길에 아빠는 나를 지게 꼭대기에 태워주셨다. 지게 머리를 양손으로 꼭 잡고 세상없는 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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