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적을 벗어난 그래프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공부 입문.

by 조민재

한 번쯤 인생의 그래프를 직접 혹은 마음속으로 그려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인생 그래프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우상향, 혹은 우하향하였는가? 아니, 직접적으로 인생그래프가 우상향하는 경우는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지도 논해야 한다.


나의 인생 그래프는 2018년 초반에 찍은 작은 '변곡점'으로부터 높은 우상향을 그려왔다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그 전까지는 변변치 않은 구간 내에서의 무의미한 진동을 반복하는 발산형 그래프였기 때문이다. 축구와 친구가 너무 좋았던 나머지, 한평생 축구모임 친구들과 축구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찼던 중학교 시절은 '공부'와 '출세'라는 중요변수가 지배하는 인생 그래프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로 시험 기간 동안 적당하게 공부하여 80점대를 넘기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내 가족도, 친구도, 친구의 부모님들도,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중 아무도, 아니 심지어 나조차도 내면에 깊이 잠긴 나의 승부욕과 잠재성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중학교 3년 간 큰 성과 없이 등하원만 전전하였던 영어학원을 그만두었다. 최상위반이었지만, 학원생들이 평균적으로 못하였기 때문에 분류된 최상위반이었다. 3년 간 아무 잡음 없이 다니던 '호구'가 그만둔다는 소식에 모두가 만류했다. D원장은 내게 호언장담하였다.


"고등학교 가서 공부 좀 해보겠다고 여기 나간 사람이 한 두명이었겠어? 어떻게 된 줄 알아? 다 망해서 돌아왔단다. 너도 지금은 멋모르고 나가겠다 하지만 결국 망해서 여기 다시 앉아 있을거야."


목동 내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지켜본 몇몇 입시 표본과 알량한 고교 영어지식이 전부인 그녀 주제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최선의 현실적 피드백이라 감히 변호한다. 하지만 나는 인생 암흑기를 상징하는 중학교 시절을 벗어나 본격적인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뒤를 돌아보고 싶은 그 알량한 마음을 놀리기나 하는 듯한 그녀의 언사는 내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뛰어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추진력이자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녀를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변곡점' 안에 '빅뱅'과 같은 폭발력을 심어줬다는 점을 참작하면 고맙다는 모순적인 감정이 든다.


오전 8시부터 밤 23시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공부했다. 자습 위주의 종합학원이었고, 가끔 수업을 위해 과외식으로 피드백을 받았는데, 좋은 스승들을 만나 공부의 기본을 익힐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자습하고 보고 들으며 느낀 1주일의 시간이 중학교 3년의 시간보다 더 큰 성장과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D의 우려와 다르게 내가 그곳을 뒤돌아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욱 흘러 뒤돌아보고 싶어도 뒤돌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기도 했지만 그때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안 보이기 때문이다.


안 하던 공부를 시작하니 살면서 하지도 않았던 질문들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이전보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나는 왜 오랜 시간 공부하는가?

남들보다 잘 하기 위해서.


나는 왜 오랜 시간 열심히 공부하는가?

인생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기 위해서.



평범한 운명적 굴레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 꿈꿔보는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사람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백번 쓰러져도 결국 일어나 최후 승리를 거두는 사람으로, 설령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멋모를 나이에 지금의 '나'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착실히 쌓아온 2018년 연초의 그 순간에 이 글을 헌정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노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