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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갤러리 운영

대학생 때 갤러리 창업을 시작하다

87EBB964-676B-436D-BF41-52601B04878A_1_102_a.jpeg 갤러리 첫 모습

오늘로부터 약 1년 전에 "우리 갤러리를 시작하자"라는 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조그만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갤러리가 아니었다. 대전에서 버려지는 유후공간을 대전시에게 제안받아 리모델링을 해보는 빈집 리모델링 프로젝트였다. 물론 대학생들이 이런걸 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처음에 내가 선택한 전략은 대전 건축학과와 인테리어 전공 학생들이 모여서 과제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과제전을 진행하여 나랑 같은 뜻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구나 시에게 협상을 진행해보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빈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다.


1. 집에 비어있다는 것이면 위치, 가격, 건물의 문제가 있는 곳이다.

2. 해당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오게하는 공간 콘텐츠가 있어야한다.


위 2가지 문제를 고민해봤을 때 "내가 공간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의문이 시작될 때쯤에 학교에서 학생창업가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컨테이너형 상가를 임대받을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임대받기 전에 고려해야할 부분은 단 하나였다.


"인테리어 비용이 최대한 저렴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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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카페를 많이 창업하는지 알게되었다. 그냥 가장 만만해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카페를 기준으로해서 비싸냐 저렴하냐를 따졌기 때문이다. 그때 흰색 벽에 조명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게 갤러리라고 생각했다. 물을 사용하지도 않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인테리어 비용이 비싸지도 않은 가장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던 분야였다. 그렇게 우리는 갤러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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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이미 있던 구멍을 막던 모습과 페인트칠하는 모습


갤러리를 시작하자 했을 때 왜이리 할 일이 많은지 힘들면서 어려웠다. 일단 우리는 돈은 없고 노동력만 많은 대학생들이었다. 업체를 불러서 리모델링한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은 시작도 못해보고, 학교 창업동아리 지원금을 받아서 페인트, 조명, 조명 레일 등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페인트는 아무도 해본 적은 없었고, 나 혼자 군대에서 해봤던 기억뿐이었다.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조금은 나았다. 팀원들과 겹치지 않는 시간을 맞춰보면서 벽에 구멍도 막아보고 바닥에 비닐을 깔아서 다같이 흰색 공장 옷같은 웃긴 모습도 하며 페인트 칠을 전부 진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있고 재밌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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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물이 안나오는 수도관인데 제거를 못하는 상황이며, 오른쪽 책장은 버리고 싶어도 벽에 고정되어서 강제로 사용하는 상황


그 다음 문제는 수도관과 책장이었다. 수도관은 처음부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해서 제거를 하면 안되냐고 알아봤는데 절대 안된다고 그런다. 어차피 안나올꺼면 제거하지 위치도 애매해서 공간이 확 죽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여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하였다. 그 다음은 책장이었다. 우리는 책장이 전혀 필요없는 상황인데, 벽에 고정되어서 빼지도 못하고 뺄 꺼면 학교 측에서는 버리면 안되고 우리끼리 보관해서 퇴실할 때 원상복귀해야한다고 그랬다. 학교 물품이면 학교가 관리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유가 있겠거니하고 넘어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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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모습


수도관과 책장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팀호트'라고 하는 대전 목공팀과 인연이 있어서 부탁을 드려봤다. "구석에 수도관을 가려야하는데 위치가 이상해서 가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 나무로 판짜는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봤고 팀호트 대장님(그냥 다들 그렇게 부른다)이 흔쾌히 도와주시기로 해서 사무실로 찾아가서 1시간동안 함께 다양한 목공 기계와 함께 뚝딱뚝딱 만들게 되었다. 혼자서 길이를 체크하면서 제발 잘맞아야할텐데라는 생각으로 크기를 맞춰나갔던 것 같다.


스크린샷 2025-04-02 10.59.27.png 팀호트 대장님 감사합니다

함께 만들게 된 수도관 숨기기 책상은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만들고 났을 때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커서 내가 길이를 잘못잰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이 되었다.


스크린샷 2025-04-02 11.00.01.png 팀호트 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내 갤러리로 다시끔 가져왔을 때 딱 맞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직접 길이를 재고, 자르고 붙힌 책상이 이렇게 딱 맞는 모습을 봤을 때 이런 마음에 가구를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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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천장에 조명을 달아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전기선을 연결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 취득했던 전기기능사가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다. 그냥 전기만 잘 연결하고 불만 잘들어오면 되는게 아닌가?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우리 팀원 중에 통신병 출신이 있어서 더욱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고, 쇠를 뚫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어깨가 정말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갤러리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열심히 갤러리를 꾸미던 우리에게 큰 문제는 "그래서 어떻게 전시하는 사람을 찾을건데?"였다. 인터넷이나 티비, 유튜브에 많이들 나오지 않나?


"가게만 열면 손님들이 올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소상공인분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나 또한 갤러리를 열어두면 전시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올 줄 알았다. 왜냐하면 대전 평균 일주일 대관 시세가 100만원 내외라고 조사를 했기 때문에 당시 1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면 신진 예술인과 학생 작가들이 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이다.


일단 팀원 지인에게 부탁하여 2주정도 기간을 채웠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도 갤러리에 대관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때 어떻게 하면 우리 갤러리에 사람들이 전시를 하고 우리 브랜드를 알게될까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다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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