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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Oct 25. 2021

위드코로나, K방역의 완성이 아니라 극복

연대의식과 성실성으로,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 위드코로나를 위한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업무시간이어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출근길에 읽은 기사가 있습니다.


시사인에서 나온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의 인터뷰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 공감 가지 않는 말이 없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말들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저보다 임승관 원장님께서 훨씬 더 깊은 경험과 식견이 있으시기 때문에 임승관 원장님 말씀이 제가 말했던 것과 부합하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긴 합니다만 ^^;)


일상회복은 K방역의 완성이 아니라 K방역의 극복이 되어야 합니다


위드코로나 공청회는 아직 보지 못해서 이후에 시청소감문(?)을 남기려고 합니다.


한편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기후변화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핑계로..ㅎㅎ 코로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도 중요한 의제입니다.)

이 포스팅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본 시청소감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일상회복에서도 성공적 모델을 창출하여 K-방역을 완성"하겠다고 하셨지만,

사실 이는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일상회복은 K방역의 완성이 아니라 K방역의 극복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파괴를 통한 완성을 시적으로 표현하신 걸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


임승관 원장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K방역은 제로 전략 혹은 통제 전략입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주최한 ‘단계적 일상회복’ 토론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사회는 위드 코로나를 잘못 이해 혹은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우리는 여전히 K방역의 종식 담론 안에서 사고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K방역과 다른 장르다. K방역은 위드(with) 코로나가 아니라 ‘어게인스트(against) 코로나’이다. K방역은 제로 전략 혹은 통제 전략이었다. 그 전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용할 수 없는 존재다. 5~6월에 델타 변이 때문에 집단면역으로 종식이 어렵다는 게 확실해지고 다른 나라에서 한다니까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의 위드 코로나 담론은 사실 K방역과 다를 게 없다. 위드 코로나는 우리가 2년간 인내해서 고난을 극복한 끝에 다다르게 된 성공 서사의 결말이 아니다. 보통 위드 코로나를 어떤 사건, 어떤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업시간 제한을 푼다든가, 마스크를 벗는다든가. 어쩌면 정부·여당은 ‘끝내 이기리라’ 상록수 노래를 다시 틀고 성대하게 기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위드코로나는 이 전략의 지속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완화 전략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K방역은 고비용·고효과·저효율 구조다. 검사와 추적에 엄청난 자원과 인력을 쏟아붓는다. 반면 전쟁의 후방이라 할 의료자원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3T 전략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행을 억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도 가능하고. 확진자가 증가하는 탄성을 그런 수단으로 계속 누르면 올라오지 않을 거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이건 ‘특정한 계(界)’를 설정한 거다. ‘사람의 행동은 내내 동일하다’라는 비현실적인 세계. 처음에는 술집에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지만 이제는 가지 않나.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라고, 여행 가지 말라고, 시위하지 말라고 하면 지난해까지는 어느 정도 통했지만 올해에는 그렇지 않다.
이건 자연과학만으로 풀 일이 아니다. 행동과학이고 사회과학이다. 놀랍게도 유행 초기부터 이런 원리를 이해한 나라가 있다. 스웨덴이다.


K-방역이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적용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K방역은 사태 초기에는 분명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를 위해서는 K방역이라는 벽을 부숴야 합니다.

지난해 대구에 1차 유행이라는 큰 파도가 덮쳤을 때, K방역 전략을 빠르게 수립하며 성공적으로 넘어왔다. 대규모 진단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활치료센터처럼 창의적인 방안을 고안하고, 총리를 비롯해 관료들이 모두 달려가서 집중력 있게 대응했다. 잘했고 박수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성공담이 각인 효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자물쇠를 푸는 만능열쇠가 돼버렸다. 그다음부터 미로에 방이 나올 때마다 계속 같은 열쇠를 넣고 있다. 코로나19는 짧고 굵게 끝나지 않을 거고, 그 열쇠가 맞지 않는 순간이 올 텐데.


제가 끊임없이 말했던, 그리고 포스팅했던 "위험성 낮추기"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험인식은) 지난해 3월 대구 유행 때는 온당한 평가였다. 이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그때의 위험 인식을 1년9개월째 변함없이 유지하면 오작동이 일어난다. 정부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기 소통)’을 통해서 적정한 위험 인식을 찾아가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통 실패로 생겨난 시민들의 불안을 K방역, 통제 전략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물론 백신을 접종하면 질병의 객관적인 위험이 대폭 낮아진다. 하지만 그 전부터 위험 인식 체계를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왔어야지 갑자기 ‘백신 맞았으니까 높은 층에서 뛰어내려’ 하면 단번에 될 리가 없지 않나. 더 늦기 전에 위험 인식 체계라는 볼륨을 반대 방향으로 조금씩 돌려 낮춰야 한다.
또 하나, 그사이 코로나19 위험 이외에 사회의 다른 위험은 과소평가됐다. 감염병 재난의 피해를 살필 때 발생률이나 사망률 같은 의료적 지표만 있는 게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 어린이들의 학습권, 젊은이들의 문화생활, 어르신들의 복지 등은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니까. 매일매일 생중계되는 확진자 수에 시선이 과도하게 쏠려 있었다. 언론에서 주로 마이크를 잡는 건 의료계 전문가들이었고. 다른 사회적 피해는 의제와 담론에서 밀려났다. 위드 코로나는 이걸 되돌리자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람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만 봤다면 이제는 사람을 보자.


진짜 환자에 집중하기 위해 검사를 줄이고,

감염자를 모두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줄어들 수도 있다. 만약 늘어난다면 외국 사례를 봐서는 껑충 뛸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시나리오를 폭넓게 대비하려면 K방역처럼 고비용 전략은 안 된다는 점이다. 효율화·최적화를 해야 한다. 무조건 많이 검사하고, 많이 역학조사하고, 많은 확진자를 격리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말 효과가 있는 것들을 추려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성실성입니다.


우리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났을 때,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고, 앞으로 해야할까요?

우선 인정해야 한다. 한국은 위드 코로나 준비에 늦었다는 것을. 요즘 혼란이 커지면서 조금씩 성찰이 일고 있다. 오류를 빨리 찾고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삶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고 있으면 경기를 또 망치게 된다. 시민은 시민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밀려 있는 과제들을 성실히 해나가야 한다. 올해 초에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비웃을지 모르지만,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다.’ 역시 비웃음을 살지 모르겠지만, 참 많이 공감이 되었다. 어느 나라에서 확진자 몇 명이 나왔고 사망자 몇 명 생겼다 같은 결과가 그 사회의 유산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정이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힘으로 완전히 제어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났을 때,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11월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작됩니다.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종 방역수칙은 완화되고 점점 더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지켜야하는 규칙들 대신에 다시 연대의식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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