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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Oct 24. 2021

일본의 코로나 감소 미스테리, 무엇을 숨기는 걸까?

효율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일본의 결정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단기치명률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일본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2만 명대에 달하던 확진자는 어느새 300명까지 내려갔습니다.


모든 지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악화되고 있는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단기치명률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좌) 최근 인구당 코로나19 확진자, (중앙) 최근 인구당 코로나19 사망자, (우) 최근 확진치명률


다른 나라의 경우 백신 접종이 증가함에 따라 단기치명률은 점점 내려가고 있으며 내려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실제로 고령층의 접종이 시작되던 올해 초부터, 단기치명률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대부분 국가에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백신은 고령층의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2021년) 초의 (좌) 단기치명률 (중앙) 백신 1회접종률 (우) 백신 접종완료율



일본의 통계는 실제보다 축소되어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왜 단기치명률이 올라가고 있는 걸까요?


이는 일본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지침이 우리나라보다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사람은 코로나19 테스트를 받는 것이 유료입니다.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코로나19를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은 코로나19 테스트는 받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고, 결국 여러 감염자가 확진되지 않은 상태로 감염 경험이 끝날 것입니다.


즉, 일본의 현재 확진자 통계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상당수 무증상자와 경증자는 감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고,

감염자 중 증상이 심한 사람들 진자 통계에 잡히다보니 치명률이 높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쁜 걸까요?


코로나19에 감염되었지만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채로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낮은 확률로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도 있습니다. (유증상자에 비해 무증상자는 전파 확률이 낮습니다.)


그런데 이게 나쁜 상황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들에게 옮은 사람 또한 무증상이나 경증이라면, 결국 비용지불이 거의 없이 사회 전체의 면역력은 올라갑니다.

(가령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확진 감염자 등그 증상의 경도 여부에 관계 없이 모두 커다란 사회적 비용(경제적, 심리적 등)이 발생하지만, 미확진 감염 경증자는 약간의 괴로움, 미확진 감염 무증상자의 경우는 아무 비용이 없습니다.)


백신 뿐만 아니라, 자연면역 또한 항체를 가지는 방법 중의 하나이고 오히려 백신을 통한 인공항체보다는 감염경험을 통한 자연항체가 훨씬 더 뛰어납니다.

무증상이나 경증이라면 심각한 후유증의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후유증의 걱정도 없습니다.

(다만 미각 상실 등 심각하지 않은(물론 요리사 등 직종에 따라 심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단기적 후유증은 경험 가능하다고 합니다.)


만약에 감염으로 인해 중증으로 발전되는 경우 검사를 통해 확진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 까다로운 주사제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미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아닌 환자에 집중하는 것은 위드코로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질병의 치명률이 동일하지만 확진자 대비 치명률은 방역망 내 관리비율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조금 더 알기 쉽게 그림으로 볼까요?


한국의 경우 무척 많은 사람들을 검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염자 중 꽤나 높은 비율은 확진자가 됩니다.

10월 24일 기준 35.7%는 감염경로가 조사중이라는데요, 이 사람들의 경우 확진되지 않은 무증상이나 경증의 감염자로부터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비율을 놓치고 있을 겁니다.

가령 20%를 놓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일본이나, 스웨덴의 경우 훨씬 더 많은 비율을 놓칠 것입니다.

(스웨덴은 최근 고령층이나 요양원 등에서 일하지 않는 증상이 경미한 백신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테스트를 더이상 권장하지 않음을 발표했습니다.)

관련 포스팅: 스웨덴이 코로나19 취약층을 보호하는 방법


이 경우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자를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70% 정도를 놓친다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 20%, 70%는 가정이며 근거가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 놓치는 감염자 규모에 비해 일본이나 스웨덴에서 놓치는 감염자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임의의 수치입니다.)


앞서 일본의 확진치명률이 한국과 비교해서 훨씬 높다는 점을 보여드렸는데요,

일본의 경우 확진이 중증자 위주로 되기 때문에 확진치명률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확진을 모르는 상태로 지나가는 전체 감염자 대비 치명률은 한국과 유사할 것입니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과 스웨덴의 선택


사실 코로나19에 확진되는 것은 특히 대부분의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는 한국에서는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는 활동입니다.


무증상이나 경증인 사람들이 의료자원을 차지하는 일은 효율화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코로나19 외에도 수많은 질병이 존재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의료체계를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이런 질병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집니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의료자원을 투입해야겠으나,

무증상이나 경증의 경우 사실 큰 자원이 투입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감염을 허용하되, "감염자"가 아니라 의료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환자"에 집중하는 스웨덴과 일본은 상당히 효율성이 높은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즉, 통계를 실제보다 축소했을 확률은 매우 높아보이나, 실제의 그림을 통계와 일치시키는 것이 (학술적 연구의 목적이 아닌) 치료의 관점에서는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확진자 하루 2만 5천명에 대비하려면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께서는 확진자 2만 5천명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가령 2만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생활치료센터의 규모를 늘릴 수도 있을 것이고, 자가격리로 전환하여 위급상황 시 입원을 요청하는 일반적인 독감 대응의 프로토콜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시설이 준비된다고 해도 거기까지 의료진을 모두 투입하기는 힘듭니다.

지금도 규정된 의료인력을 만족하는 시설은 21%에 불과합니다.

 

의료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 방법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생활치료센터를 가능한 빨리 일몰시키고, 진짜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을 확충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전략이며,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전략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이나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검사 축소 또한 한국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고 젊은 백신접종자에 대해서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면 실제 감염자 수와는 별개로 "확진자 수"는 (2만 5천명보다 훨씬 더 낮은 수치로) 크게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사실 지금처럼 생활치료센터 제도를 운영해도 큰 무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사람들이나 약간의 증상이 있는 고령층들만 확진되고 나머지는 그냥 감염 상태로 지나간다면 생활치료센터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무증상자와 경증자에게 수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효율성이 매우 낮으며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생명의 문제에서 효율성을 따지냐! 라고 놀라신 분들은,
독감이나 다른 질병의 경우 효율성을 고려하여 일부 사망을 감수하고 사회를 열어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 효율성을 고려하여 일부 사망을 감수하고 사회를 열어둘 수 있으며, 무증상자와 경증자에게 지나친 의료자원을 투입하여 오히려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만큼, 효율성은 당연히 따져야 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모든 감염자를 관리하겠다"라는 생각이 일부 불필요한 죽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원밖에 없는데 100명이 빵을 사먹을 수는 없습니다. 정말로 배고픈 사람에게 줌으로써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한정적인 의료자원을 모두가 나눠쓰는 것보다는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결국 항체보유자는 똑같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통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통계를 숨기는 것은 사실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완화전략은 커브 느슨하게 하기, 즉 "감염자 수 분산시키기"입니다. "누적 확진자 줄이기"가 아닙니다. 그림출처: 스웨덴 공중보건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누적 감염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감염자 수가 폭발하여 의료체계가 붕괴되어 적절한 치료 없이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감염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결국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해서 항체를 가져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염자가 아니라 중증이나 사망으로 인한 사회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고, 더불어 감염속도를 늦추기 위한 통제조치로 인한 역효과(가령 경제악화 등)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감염을 허용함으로써 가능한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해야 하고, 이런 의미에서 일본이나 스웨덴의 전략은 다시 한 번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가령 항체 보유도 향상을 위해 총 10만 명이 더 감염되어야 하고, 적절한 의료적 보살핌을 받았을 때의 사망률이 0.1%라 가정하고, 일일 1만 명 감염을 버틸 수 있는 의료체계가 있다면, 1만 명씩 감염되어 10일만에 끝내는 것이 역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100명씩 감염되어 종료까지 1000일이 걸린다 해도, 사망자 수는 두 경우 모두 10만명의 0.1%인 100명으로서 변하지 않습니다.


후자의 경우 역효과로 인한 고통의 기간만 늘어날 뿐입니다.

(물론 가능하면 감염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신접종을 높여야 하고, 위험이 높은 고령층보다는 위험이 낮은 젊은층 위주로 감염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령층 위주로 검사-추적-격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젊은 층은 증상이 없다면 밀접접촉하더라도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 등으로 감염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질병에 따른 피해는 동일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비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의 감염을 허용하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결국 차단이 아니라 완화전략을 선택했다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진자 수 줄이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는 보건당국의 노력에 감사해하지만,

우리의 전략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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