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었고 지역사회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염성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보이고, 심각성은 약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오미크론 유입사태는 코로나 초기를 연상시켰습니다. 확진자가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어디에 갔는지 등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며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있어서는 안될 문제가 다시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1. 확진자의 정보, 공개되어야 하나?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사람이 누구와 만났고, 어디를 다녔는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등등, 불필요한 개인 정보가 너무나도 많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구와 만났는지, 어디를 다녔는지는 역학 조사관들에게는 분명 중요한 정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 대중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 조성의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정보를 알아서 가능해진 것은 그들을 마음껏 비난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고 고발할 것이다"라는 방역당국의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은 이런 "확진자 비난하기" 스포츠를 부추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2. 스웨덴에서 확진자 정보 공개가 없는 이유
스웨덴에서는 확진자 동선 추적과는 별개로 정보 공개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동선 공개가 일부 있었던 사람은 2020년 3월의 2번 확진자였는데요,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으며, 스톡홀름부터 예테보리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했고, 예테보리에서 며칠간 지역사회 활동을 했습니다.
그가 어디를 들렀는지 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스웨덴 공중보건국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개인 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감염추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비행기와 기차에서 주변에 앉은 사람과 승무원, 그가 밀접접촉을 한 사람 등을 추적해서 2명의 확진자를 추후에 더 발견했습니다.
확진자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구에 그들은 불가능하다고 일관적으로 대답했습니다. 확진자 개인보다는 질병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덕분에 스웨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난하는 문화는 없습니다.
감염추적을 하는 것과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감염추적은 감염 확산의 사슬을 끊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것의 공개는 무슨 효과가 있을까요?
이런 사람이 계속 나오는 것에서 보듯, 비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숨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방역 당국이 나의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더 진실을 말할 것이고 역학 통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너무 두렵고 경황없어 거짓말을 했다는 확진자의 인터뷰가 공감가는 이유입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비밀을 말해야만 할 때, 누구에게 말하고 싶으신가요?
나의 비밀을 지켜줄 사람, "저 사람이 이런 일이 있었대"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 당연히 전자일 것입니다.
질병청이 무슨 의도로 직접 확진자 동선 등을 공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런 "강요받은 거짓말쟁이"를 계속해서 양산할 것입니다.
3. 우리나라 확진자 정보 공개의 폐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와중에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드러났습니다. 왜 거기에 갔냐는 비난부터, 역시 특정 종교는 안된다는 혐오, 이런 사람은 죽어도 된다는―심지어 죽어야 한다는―비난까지, 엄청난 화살이 쏟아지고 있고 불필요한 갈등과 혐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제 모든 글의 결론이기도 합니다만 코로나19는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무엇 때문에 아프리카에 갔는지, 누구와 접촉했는지, 어디를 갔는지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서로를 지키겠다는 마음, 아프면 쉬겠다는 마음, 아픈 사람이 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