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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Dec 29. 2021

서주현 교수의 "검사받는 게 가장 큰 민폐"와 시사점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서주현 교수께서 명지병원 내부망에 올린 듯한 글이 외부에도 떠돌고 있습니다.


이 글이 어디를 떠돌다가 스웨덴에 살고 있는 저한테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것 같습니다.


조용히 감기약을 먹고 다른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나으면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검사받고 확진되면 주변인 모두 밀접접촉자로 격리당하고, 비난당하고, 뉴스에 보도된다

검사는 진단이지 치료가 아니며 검사해서 확진되었다고 치료법이 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 양성인 것을 알아서 격리당하면 (가령 일반응급실에서 진료를 못받고 전담병상으로 가야하는 등으로 인해) 치료기회가 늦어지고 치명률이 높아진다

방역당국에서 이야기하는 의심하면 즉시검사는 폐지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글쎄요, 이 글의 전부를 동의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분명 대부분에게는 가벼운 바이러스지만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에게는 분명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즉, "조용히 감기약을 먹고 다른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나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 글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 최대한의 치료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할 겁니다.

(또한 한국의 병가보장이 잘 되지 않는 문화특성 상 확진과 같은 증빙 없이 "조용히 다른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는 불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미 일부 항체치료제가 개발되어 있고, 향후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진단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 외 prone positioning, 덱사메타손 등은 각종 호흡기질환에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치료법"은 아니라 생각해서 빼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동의할 수 있는 지점들도 있습니다.


검사받고 확진되면 주변인 모두 밀접접촉자로 격리당하고 비난당하고 뉴스에 보도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왜 코로나19가 무서울까요?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치명률 0%에 수렴하는 "별 것 아닌 질병"입니다.

중증화율 또한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것"까지야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조심할 질병"은 분명 아닐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확진되면 격리당하고, 비난받고, 주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등등은 무서운 일입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겁내는 이유는 오히려 이쪽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접촉하면 즉시검사와 격리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검사 안받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 중 꽤 많은 경우는 "확진" 없이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경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병가 문화가 나름 활성화되어 있어서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그냥 쉬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열일(?)문화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어쨌든 증상이 있으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검사를 받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사를 받으면 위에서 말한 비난당하고, 주변인이 격리당하고 등의 문제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PCR검사의 대상을 축소시키는 것이 오히려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주변인이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격리당하고 의무적으로 검사하는 등 확진자 주변의 삶을 불편해지는 요소가 사라지면 비난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백신접종자나 위험이 매우 낮은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병가 등 증빙을 위해) 증상을 느끼는 경우에만 검사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예 안받고 집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병가처리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역학조사도 요양원 등 위험시설이 아니라면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젊고 건강한 백신접종 완료자들은 집에서 며칠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찾을 확률이 매우 높고,

지금 항체치료제든, 향후 보급될 경구용 치료제든 이분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항체치료제나 경구용 치료제는 미접종자,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중증화 위험이 높은 분들에게만 투여해도 충분합니다.


PCR 검사 축소를 통해 무증상자나 경증자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의료자원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중증자 병상이 모자르고, 인력도 모자란다고 하는데,

아무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감기 증상만을 가지는 사람들을 케어하는 데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 위드코로나를 말할 때 확진보다 중증과 사망 관리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인인구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며, 젊은 층의 경우 코로나의 위험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모두를 잡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와 접종자의 중증화율.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와 접종자의 치명률.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한편, 서주현 교수님의 글을 읽었을 때는 한국의 코로나19 사회적 부작용이 이렇게도 크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모두가 연대해서 함께 이겨내어야 하는 질병입니다.

걸린 사람을 원망하고, 혐오하는 일이 계속되면, 당장에 해결책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볼 것입니다.


서로를 지킬 수 있고, 서로를 지킬 것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의 터널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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