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합리적 이유 없이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평등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기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의 국민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위헌·위법한 조치어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방역패스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백신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 진학시험, 취직시험, 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이나 직업교육 내지 직업훈련을 수행하려는 사람은 그 시설을 이용한 학습권이 현저히 제한되므로,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에 해당한다"며 "의사에 관계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백신 접종이라는 개인의 신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 강제받는 상황에 처하게 돼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는 백신미접종자 집단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위의 부분이 가장 중요한 내용인 것 같고, 아래 나머지 판결문은 사실 사족이거나 약간 지나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신 접종자의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나,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려는 백신미접종자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 감염율과 위증증률 등이 현저히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는 내용은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돌파 감염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백신접종자의 감염률은 미접종자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며, 위중증률도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방역패스 폐지 대상이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육시설이므로 백신 미접종의 경우에도 위중증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일상회복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이재갑 교수는 “(앞으로)반발이 있는 모든 방역정책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당할거고 법원이 결정해줘야 방역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방역정책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에 우려를 표한다. 법원이 방역정책의 최종 심사권한을 가지게 됐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합니다.
이재갑 교수님의 의견을 보고는 약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책이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 하는것이고 방역정책에도 예외는 없어야 할텐데,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짙게 풍기기 때문입니다.
절차상으로 보더라도 정부가 먼저 시행을 하고 그것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이 결정해서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역정책을 중지시키는 것이지, 법원이 방역정책 시행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절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가 방역패스가 취업이나 진학을 꿈꾸는 사람들의 미래, 교육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선생님과 사장님들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이라도 고민했다면 이런 예의없는 말은 감히 못했지 않을까 싶고,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정부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오히려 시민들이 우려를 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가지 우려가 있다면 법원의 판결문은 자칫 백신 접종이 필요없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백신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일부 감염차단 효과가 있고 중증과 사망으로부터 보호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은 개인 선택의 영역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와 접종자의 중증화율.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연령별 백신 미접종자와 접종자의 치명률.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백신이 효과적이라면 이를 강제해서는 안됩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효과적이라면 강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접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접종의 효과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정부가 방역패스와 같은 강제적 장치로 접종을 강제하는 행위는 일종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방역 패스와 같은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가 백신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최근 천은미 교수님의 사례에서 보듯 접종을 선택할 수 없는 일부 시민들이 소외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재갑 교수님께서 우려하시는 바대로 식당과 카페 등에서도 방역패스 무효 논란이 이어질 것입니다.
방역패스가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것은 그것이 식당이든, 영화관이든, 독서실이든 모든 공간에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육시설과는 달리 일부 시설, 가령 요양병원 등은 그 차별 또는 침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른 판단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요양시설에 한하여서는 방문이나 근무 등을 위해 백신접종이나 검사 등 방역패스에 준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방역패스가 방역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미접종자의 삶을 제약함으로써 확진자와 중증, 사망을 조금은 낮출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가령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 기회를 박탈당하고- (학원의 주요 고객층인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생존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하는 것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웨덴에도 방역 패스가 있지만, 500인 이상의 행사에 적용하고 있으며, 1인당 1미터 이상의 간격도 확보해야 해서 굉장히 큰 장소가 아니면 적용될 일이 없습니다.
원래는 100인 이상이었는데, 최근 감염확산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국왕과 왕비도 걸렸다는 뉴스가 있습니다) 오히려 "자유를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제약한다"라는 이유로 방역 패스 제도는 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스웨덴 공중보건국(Folkhälsomyndigheten)에서 직접 발표한 입장입니다.
세상의 문제는 코로나19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에도 코로나19뿐만이 아니라 자유 제한에 따른 정신건강, 자아효능감 등이 함께 포함될 것입니다. 공중보건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코로나19 이외에는 우리세상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이재갑 교수님 등 일부 방역전문가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내용입니다.
오만해지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