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Jan 11. 2022

코로나19 치료비, 미접종자만 내면 될까?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분풀이에 불과할텐데.

2개월 전에 올렸던 글인데요, 다시 "미접종자 치료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데이터만 약간 수정해서 공유합니다. (2달 전 내용과 거의 비슷해서 자기표절인데요, 논문이 아니니 상관없지요?)


=================================

오미크론 변이, 백신 예방효과 (거의) 없다

그러나 중증과 사망은 여전히 보호할 수 있다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스웨덴 공중보건국 사무총장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백신의 예방 효과가 급격하게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레나 할렌그렌 사회보건부 장관은 백신의 매우 낮아진 감염차단 효과로 인해, 백신 접종 완료자조차 질병에 매우 쉽게 걸리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으므로, 백신접종 증거(vaccinbevis, 우리 나라의 방역패스)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백신접종여부에 관계없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막달레나 안데르손 총리와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사무총장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워져서 효과가 매우 낮아진 백신의 감염예방력에도 불구하고 중증과 사망에 있어서는 여전히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아직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이라도 예약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여부(미접종: 실선, 접종: 점선)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의 예방 효과(왼쪽), 중증으로부터의 보호 효과(오른쪽)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국

따라서 백신이 (우리나라에도 곧 오미크론이 주종이 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코로나19의 감염은 거의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중증이나 사망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여전히 백신 접종은 권장되어야만 합니다.


코로나 치료비 자기부담, 모두가 부담해도 백신 미접종자가 크게 부담합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와 김인중 의사는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며", "설득할 자신이 없다"며 이제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되었고, 미접종자에게만 치료비를 부담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전가하며 사회의 갈등을 키우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미접종자들은 백신 접종을 선택하기보다는 더 위축되거나, 혹은 사회에 더 큰 불만을 가지고 각종 방역조치의 수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일 겁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두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감염되어도 곧 괜찮을 거라 생각하거나, 부작용이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 참고: 백신 미접종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사 (한겨레)

고령 미접종자들 “부작용이 더 겁나”…‘설득’ 숙제 받아든 위드 코로나

31살 회사원 “감염돼도 곧 괜찮아져…굳이 접종 필요 있나”


이 여러 가지 이유들 중 일부 극단적인 경우("칩이 있다", "악마의 표식" 등)를 제외하면 대부분("아직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않았다", "젊어서 감염되어도 괜찮다" 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생각이고, 자신의 선택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최대한 백신 접종을 설득하되 그래도 안된다면 (여전히 설득해야겠지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 "젊어서 감염되어도 괜찮다"의 경우 백신의 감염차단 효과가 컸던 델타 이전까지는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감염차단 효과가 거의 없는 오미크론이 주종이 되면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치료비를 부담시켜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과도한 조치입니다.


가령, 돌파감염된 백신 접종자로부터 미접종자가 감염된다면 접종자는 무료 치료, 미접종자는 유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여지지도 않습니다.


또한 미접종자에게만 치료부담이 부과되는 경우 오히려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기피해서 본인 입장에서는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사회적으로는 감염을 확산시키는 부정적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모두 공평하게 일정 부분의 치료비를 낸다면 자연스럽게 백신 접종을 권장할 수 있습니다.


가령, 백신 접종은 미약하지만 낮은 수준의 감염 차단 효과가 있습니다. 접종자의 경우 감염될 확률이 약간 낮으므로 따라서 치료비를 부담하는 상황(감염의 상황)을 마주칠 확률도 조금 낮아질 겁니다.


또한, 백신 접종은 중증과 사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합니다.


따라서 접종자의 경우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가 아니라면 확진되어도 집에 머무르는 자가 치료를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실상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 치료를 받게 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 없이 모두에게 비용을 요구하더라도 곧 도입될 예정인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거나,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높을 미접종자가 지불할 금액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한편, 치료비 부담이 일부 있다면 치료를 요하지 않는 대부분이 집에서 머무르고, 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만 병원을 방문할 것이므로 의료체계의 최적화와 효율화 또한 꾀할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자와 백신 미접종자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백신 접종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백신 접종자가 내게 될 비용은 훨씬 낮을 것이고, 이는 백신 접종을 강제 없이 자연스럽게 권장하는 조치가 될 수 있습니다.


방역 패스나 치료비 단독부담과 같이 차별적인 조치를 통해 백신 접종의 효능을 이해하지 못한채로 반강제적으로 접종받는 것 보다는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니 접종하는 게 낫겠다"라며 접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기도 합니다.


백신의 효과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접종을 권장하는 것은 정부와 우리의 몫입니다.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돈 문제를 걸고 "이래도 접종 안할래?"라며 협박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저소득층, 고령층, 기저질환으로 인한 접종 불가자 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겠습니다만 모두가 조금씩 나눠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계속 말하고 있는 문제입니다만 코로나19는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입니다.


누군가를 뒤에 남겨두고 자꾸 빼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백신 미접종자도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고, 우리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위험인자"로 보는 것 대신 "우리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들"로 볼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해질 겁니다.


다시 한 번,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백신 미접종자들을 "감염확산의 원흉", "일상복귀를 가로막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보아서는 문제가 절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코로나19로부터 위험한 사람들"이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백신접종자들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단,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젊고 건강한 사람보다는 부스터샷까지 맞은 고령층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건강 등 면역력의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항체 보유 여부"만으로만 보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인공항체 미보유) 감염 경험도 없는(자연항체 미보유) 젊고 건강한 사람보다 백신을 접종하고(인공항체 보유) 감염경험이 없는(자연항체 미보유) 고령층의 위험이 더 낮습니다. 다만 젊고 건강한 사람은 기초 면역력이 높고, 고령층은 기초면역력이 낮으므로 위험의 총계는 비록 백신접종을 완료하였더라도 고령층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고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되었습니다(오늘(1.11)까지 집에 머물러야 합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으며, 충분히 젊고 건강하다면 코로나19는 결코 건강에 큰 위험이 아닙니다. (제가 건강하게 회복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중보건국의 통계는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신의 감염차단 효과가 매우 약해진 스웨덴에서, 그리고 곧 오미크론이 주종이 될 한국에서, 백신접종은 중증과 사망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는 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젊고 건강하다면 걸리는 것 자체에 대해 절대로 두려워해서는 안되겠지만, 조금 더 가볍게 넘기고 싶다면, 가령 독감의 고통보다 감기의 고통으로 끝내고 싶으시다면 백신을 접종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중요 감염병에 대한 무료치료를 규정하는 현행 법상 미접종자에 대해서만 치료비를 요구하는 것과 모두에게 치료비를 요구하는 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1) 감염병 법 개정(미접종자에 대한 치료비 미지원 근거 마련) 또는 2) 코로나19를 중요감염병에서 격하시키는 행정조치(접종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본인부담금 부과)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김탁 교수나 저의 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법 개정이 필요한 김탁 교수의 제안보다는 그나마 제 대안이 실현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역패스 중단 가처분결정을 보고: 백신접종강제는 안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