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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ul 25. 2021

재미로 역사 비틀기, Atlantic Crossing

예술적 허용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Atlantic Crossing 트레일러

우리나라의 사극 드라마는 가끔씩 역사 왜곡의 논란이 된다.


올해 초 소위 "전파공정"과 세종대왕 비하로 인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방영 중단 사태까지 터졌던 조선구마사만큼은 아니지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크든 작든 역사왜곡 논란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모티브만 따오고, 인물들의 이름 등은 모두 바꿔버리는 사극 드라마가 최근에는 다수가 된 것 같다.


2021년 봄 svt의 드라마 시리즈 (노르웨이 NRK에서는 2020년에 방영했다.) <대서양 횡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Märtha 세자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한국이 당시 일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았던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을 표방했던 스칸디나비아 3국(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은 저마다 나름의 고통을 겪었고,


덴마크는 그래도 완전 정복되지는 않았고, 스웨덴은 오히려 나치에게 철강을 팔아먹으며 일종의 거래 관계를 유지했지만, 독일 나치에게 직접 침공을 받아 국토가 쑥대밭이 된 노르웨이는 그 피해가 가장 큰 국가였다.

 (* 그래서, 나이가 많은 노르웨이인은 스웨덴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사실 스웨덴 키루나 지방에서 난 철광석은, 겨울이면 얼어버리는 발트 해 때문에 북해의 노르웨이 나르빅을 통해서 운송해야 했는데, 나치는 그래서 나르빅을 최우선적으로 점령했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 공주 출신으로 노르웨이의 왕자와 결혼한 Märtha 세자비는 전쟁 과정에서 남편과 이별하여 미국으로 피신을 떠나게 된다.

스웨덴 출신의 노르웨이 세자비 Märtha 실제 사진


미국에서 그는 노르웨이를 돕기 위해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나아가,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의 친분을 이용하여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도록 하는, 그야말로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을 하도록 한다.


루스벨트와 마르타가 친분이 깊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그는 미국에 있던 기간 동안 대통령과 100회 이상 만났다), 마르타가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2차대전 초기 루스벨트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유럽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유럽과 상당히 떨어진 미국은 영향을 덜 받았기에 개입하지 않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Atlantic Crossing> 중, 루스벨트 대통령과 마르타 세자비

이 드라마도, 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살짝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르웨이라는 작은 나라의 한 사람 때문에(지금 노르웨이는 유전 덕분에 엄청난 국민소득을 자랑하지만, 당시에는 어업으로 먹고사는 시골 나라 이미지가 강했다) 강대국인 미국이 전쟁을 결정하다니?


그러나 미국의 PBS에서도 판권이 팔려서 방송이 된 걸 보면, 미국인들은 이 드라마를 예술적 허용으로 넘겼나보다.


예술적 허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역사를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 않을까?


가령 마르타와 루스벨트가 친분이 깊었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

이에 따라 마르타가 루스벨트를 전쟁에 개입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은 다소 "오버액션"같고 현실성이 부족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선구마사>에서 묘사된 것처럼 세종이 패륜적 대사를 한다는 것 등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현실성의 부족을 넘어 내가 알고 있는 세종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즉,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있을 법한 일이라면 예술적 허용이 가능하지만,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역사적 허용이 아니라 역사왜곡으로 인식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스웨덴에서도 이 드라마가 약간 논란이 있었는데, 미국으로 가기 전에 고향이었던 스웨덴에 방문했지만, 스웨덴 왕이 마르타를 조카로 봐주기보다는 "정치적 난민"으로서 애물단지 취급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쟁을 피하고 싶어하던 스웨덴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이는 비겁한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물론, 전쟁을 피하고 많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할 수는 있고, 이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불가능하다. 똑같이 중립국을 표방했던 노르웨이가 결국 침공당해버렸다는 점에서 스웨덴의 "중립국 선언"이 과연 언제까지 보장될 수 있었을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그러나, 자랑스러운 역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역사는 역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조의 삼전도의 굴욕 등이 방영될 수 있는 것처럼, 기분 나쁠 수 있더라도 역사는 항상 밝고 자랑하고 싶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Atlantic Crossing 은 <Bron>으로 북유럽의 대표 배우가 된 소피아 헬린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대규모 스케일, CG 활용 등을 통해 소위 "돈맛 나는"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다소 과장된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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