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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10. 2021

치명률 10% 공포의 람다 변이, 사실일까?

공포를 조장하지 마십시오. 감염병 보도준칙을 지키십시오.

큰일입니다.


페루에서 유래한 치명률 10%의 람다변이가 일본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시대에, 한국에서 발견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때문에 여러 언론은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치명률 무려 10%' 공포의 람다 변이, 한국상륙 시간 문제 (daum.net)

'치명률 10%' 람다변이 일본 상륙…"부지불식간 국내 잠입 가능성" : 네이버 뉴스 (naver.com)


10%의 사망률이 진짜라고 한다면 기존의 코로나 전략으로는 안됩니다.

감염 최소화만이 살길이고, 4단계보다 강력한 각종 봉쇄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진짜일까요?

람다 변이가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페루의 데이터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거짓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스웨덴, 페루의 인구당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한국, 스웨덴, 페루의 단기사망률, 1월 4일의 변이체별 점유율, 7월 26일의 변이체별 점유율


2021년 1월 4일의 페루의 람다변이 점유율은 2.3%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4일의 단기사망률은 7.70%입니다. (한국 2.02%, 스웨덴 1.55%)

단기사망률: 사망자가 확진으로부터 10일 후에 사망하는 것을 가정하고, 그날의 7일평균 사망자 수에 10일 전의 확진자 수를 나누어 계산한 값. 예를 들어 1월 11일의 사망자 수가 1명, 1월 1일의 확진자 수가 100명이면 단기사망률은 1%


이 때는 대부분 변이체가 없이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 중이었는데,

원래 우한 유래 코로나의 사망률이 7.7%였던 걸까요?

마찬가지로 변이체가 거의 없던 한국과 스웨덴은 왜 사망률이 이것보다 훨씬 낮을까요?


그리고, 람다 변이가 페루 감염의 81%를 차지하게 된 7월 26일,

단기사망률은 각각 페루 4.57%, 한국 0.29%, 스웨덴 0.2%입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오히려 람다 변이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낮은 걸까요?


그것보다는, 백신 접종 비율을 감안해서 고령층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며 페루의 사망률이 줄어들었고,

마찬가지 이유로 한국과 스웨덴의 사망률 또한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났지만 사망자 수는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습니다.)


페루, 스웨덴, 한국의 백신접종완료 비율

그럼 "치명률 10% 공포의 람다 변이"는 도대체 왜 나온 이야기일까요?


지금까지 페루의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2 125 848명, 누적 사망자는 197 029 명이고,

따라서 누적 치명률은 약 9.3%가 됩니다.



람다 변이가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페루의 치명률이 9.3%니

람다 변이의 치명률이 10%에 가깝다는 아름다운 결론이 나온 것이죠.


람다의 치명률이 10%인 다른 근거가 있는지 구글링도 해보고,

다겐스 뉘헤테르나 뉴욕타임즈 등 해외의 다른 언론을 찾아보았고,

(뉴욕타임스에는 "아직 전염성이나 위험성이 더 높은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기사만 찾을 수 있네요.)

심지어 Lancet까지 뒤져보았지만,

아무런 결과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람다 변이가 유행하기 전에도 페루의 치명률은 매우 높았습니다.

심지어 람다 변이가 없던 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확진자 1 012 614명, 사망자 100 449 명으로 치명률이 9.9%였죠.


하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되며 최근 누적 치명률은 9.3%까지 내려와 있는 상황인데,

람다변이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치명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볼 때 람다변이 치명률 10%는 쉽게 거짓임을 판명할 수 있습니다.

페루의 사망률은 원래 높았습니다. 람다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백신접종의 증가로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람다가 더 위험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입니다.

언론은 왜 이런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공포를 조장하고,

"국경 통제를 빨리 해라", "백신을 당장 가져와라"는 의견이 나오게 하는 등 쓸모없는 갈등을 불러일으킬까요?


"감기 치명률 99%"

코로나도 치명률이 1% 언저리인데, 감기 치명률이 99% 라니요?

무시무시한 위 명제를 사실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 기 걸린 사람들을 100년 후에 다시 조사해보면, 인간의 수명을 감안할 때 99%는 사망했을 겁니다.

따라서 런 가정 하에 감기의 치명률이 99%라고 말한다면, 분명히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전에 "델타변이가 훨씬 전파력이 높고 훨씬 위험하다"는 기사는, 적어도 CDC의 발표라는 근거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CDC의 말이 100% 맞다고는 할 수 없고, 이에 대해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 중이며, 이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두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람다변이 치명률 10%"는 그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감기 치명률 99% 수준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생각은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걸까요?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작년 4월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 시행한 바가 있습니다.

1년이 지났으면, 이제 그 내용을 조금 숙지할 법도 한데, 왜 그게 안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보건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기전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저도 해석할 수 있는데,

전문가에게 충분히 물어보고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들은 왜 그걸 못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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