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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ul 18. 2021

마스크 만능론에서 벗어나자 (1)

마스크만 잘쓰면 코로나가 마법처럼 사라질까?

몇 달 전, 유럽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열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죠.

No sign of infection after test concert in Spain, researchers say - BBC News

Dutch researchers test ways to party during the pandemic | DW | 22.03.2021

Covid: No detectable spread of virus after Liverpool pilot events - BBC News


스페인은 마스크 착용 상태의 실내 콘서트, 네덜란드와 영국은 마스크가 없는 야외 콘서트였습니다.

스페인과 영국은 입장 시 간이 테스트 결과, 네덜란드는 입장 24시간 전 PCR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야지만 출입이 허가되었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기사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놀랍게도 세 실험 모두 바이러스의 확산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험 당시에는 집합제한 등 세 국가 모두 강한 통제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행사 후에 소위 말하는 "뒤풀이"를 가지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콘서트 외의 다른 실험조건들은 통제가 가능했죠.


즉, 밀폐된 실내환경은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공기가 순환되는 실외의 경우 마스크 없이도 어느 정도의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규제가 일시적으로 풀렸던 최근 네덜란드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조건: 야외에서 마스크 미착용, 백신 접종/이전 감염/40시간 이전 음성 결과 중 하나를 요구)

Music festival in the Netherlands leads to over 1,000 Covid infections (cnbc.com)


야외 콘서트 이후 1,000개가 넘는 감염으로 연결이 된 것이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네덜란드의 보건 당국은 콘서트 이전과 이후가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방역조치로 대부분 업장이 문을 닫아 통제된 환경의 콘서트에만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전 세 실험과는 달리

야외에서의 콘서트 이후 실내의 나이트클럽과 펍으로 젊은이들이 향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소위 "뒤풀이"가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참석자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기 때문에 이 감염은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네 가지 실험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막은 이유로서 "마스크 착용"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뽑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페인의 실험에서 보듯,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면 확실히 마스크의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마스크를 쓸 수 있을까요?

카페에서 음료 섭취 시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지키는 사람이 많은가요?


마스크의 효과는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효과는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는 그 순간에 한정되고,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순간은 올 수에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 한국의 "마스크 만능론"은, 오히려 코로나 확산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찾아오며 마스크를 야외에서 제대로 안 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납니다.

심지어, 방역 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마스크를 썼다고 "몰상식한 시민"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일회용 마스크 안됩니다"..에어컨 통한 감염 가능성도 높아 (daum.net)

(KF-94 등 방역 마스크도 일회용 마스크의 한 종류임은 넘어가도록 합시다.)


이 기사를 보고는 약간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는데, 마스크가 마치 모든 문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사의 논조 때문입니다.


최근 여름이 와서 조금씩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사람이 보이고 있지만,

마스크 만능론이 맞다면 절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스웨덴보다 마스크를 쓰는 비율이 훨씬 높은 우리나라가 더 케이스가 적어야만 합니다.


https://youtu.be/9NbIpKLnGKo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스웨덴의 길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비례를 따진 최근 상황*은 한국보다 스웨덴이 더 양호합니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감염률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겠지만, 영국의 경우에서 보듯 높은 접종률과 감염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박멸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최근 상황은 확진자가 아니라 사망자 기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정보는 이전 글

     방역정책, 스웨덴에서 배울 점도 있다 (1) (brunch.co.kr) 에서 확인

최근 한국의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는 0.3명, 스웨덴의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는 0.1명입니다.


한국이 사용하는 마스크의 품질이 갑자기 낮아지기라도 한 걸까요?

아니면 한국에서 마스크를 뚫는 엄청난 전파력의 새로운 변이가 생겨난 것일까요?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에 엡실론까지 나왔으니 한국유래 제타 변이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걸까요?


그보다는 스웨덴에서는 주로 야외에서 여름을 보내고, 한국에서는 실내의 에어컨 아래에서 여름을 보내는 등 여름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 설득력이 높습니다.

(스웨덴 여름의 문화는 스웨덴의 여름, Falkenberg Forever(1) (brunch.co.kr) 참고)


물론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여름을 야외에서 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쓰라는 현실성이 없는 권고보다는 실천하기 더 쉽습니다.


마스크의 착용은 혼잡한 카페, 마트 등의 실내 시설이나 대중교통 등,

마스크의 효과가 있는 곳에 한정하여 권장해야 수용성과 효과가 높습니다.

 모든 곳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착용하기 어려운 무더운 야외 등에서 지침 위반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따라 불필요한 갈등(당신은 왜 안 쓰나?)을 양산하며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깨진 유리창 효과(이것도 어겼는데 하나쯤 더 어겨도 괜찮겠지?)에 따라 다른 지침을 위반하기도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무더운 여름의 야외에서 노인들은 방역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면 호흡곤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강제하고, 그렇지 않으면 욕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 일일까요?


물론 야외의 위험이 0은 아닌 만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수치인) 확진자를 줄이는 데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호흡의 불편함과 사회적 갈등을 감수할 만큼 그 효과가 클까요?


물론 실외 마스크 말고도 여러 가지 쓸모 없는 정책들이 있지만,

거리 유지, 아프면 쉬기 등 필요한 규칙들도 있기 때문에 규칙들은 지키는 것이 좋겠죠.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로만 규칙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공보건의 목표는 코로나 퇴치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의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입니다.

물론 코로나가 흑사병 수준의 사망률을 가지고 있다면 코로나 퇴치가 곧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이며, 공공보건의 목표가 되어야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지친 시민들 간의 반목과 불신, 교육과 아동발달, 경제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방역이 필요하고, 이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능한 활동"들을 알려주며 최소한의 일상을 열어주고, 방역 수칙을 지키는 일을 쉽게 만듦으로써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스웨덴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웨덴 공공보건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수칙

현실적으로 더 이상 집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외출을 최소화하라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단순하게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활동을 알려주고 그쪽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한 실외에서 머무르고, 식사도 도시락이나 포장 등을 활용하여 실외에서 하라는 등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코로나가 마법처럼 사라질까요?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밥 먹을 때도, 물을 마실 때도, 잠을 자는 순간에도 24시간 내내 쓸 수 있다면.


끝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공공보건국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올려드립니다.

외신 기자가 질문을 해서 영어로 답했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하다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은 거리두기가 안 되는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마스크 착용으로 사람들이 잘못된 보호의식을 느끼며 거리두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심지어 증상이 있는데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

그보다는 거리두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말에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가령 혼잡한 실내나 중교통에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모두를 권고하면 더 효과가 높아질 겁니다)

마스크가 만능이 아니라는 문제 인식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https://youtu.be/SfyrW56j5tA?t=2059 (34분 30초부터~)

공공보건국 부국가역학자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의 마스크에 대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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